아버지가 대장암에서 뇌암으로 전이되셔서 몇년 전 돌아가셨는데 대학병원에서 할 것 없다고 해서
집에 모신 게 화근이 되었었죠. 폐렴이 온 걸 늦게 대처를 해서...미열이 있었을 때 바로 응급실에 가서
대기를 했어야 했어요. 뇌암은 다른 암하고 달라서 감정적인 변화도 크게 옵니다. 반신불수, 운동신경
쇠약 이런 것과 달리 의식도 뚜렷하지 않고 본인 의사를 표시할 만큼 정서적인 안정이 없기 때문에 섬망
이나 이런 걸 겪게 되면 정신과 치료도 병행해야 합니다. 잘 주무신다고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빼고 드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넌센스예요. 저희는 아버지가 뇌수술 이후 하도 간병인을 싫어하셔서...실은 본인이 화를
못 이겨 분노조절도 안되고...가족이 돌아가면서 밤샘을 매일 했어요. 지금 하라면 절대 안 할 겁니다.
상태가 위중하니 언제 돌아가실지 몰라서 간병인 쓰더라도 가족이 붙어있으라해서 저희 자녀들과 엄마가
했었어요. 나중에 신경외과 담당의가 건강하셨을때 자식들한테 얼마나 잘 하셨길래 직장 다니면서 이렇게
정성을 다해서 간호하냐고....서울대병원이었는데 정말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를 봐왔지만 이런 가족은 근래
들어 처음 본다면서 혀를 내둘렀지요. 결국 집에 모셨다가 폐렴이 와서 응급실에 왔는데 침상도 없고 의사는
급하니 엑스레이만 찍고 폐렴이라고 확진하긴 어렵다...이러는 바람에 다시 집에 왔다가 결국 최종적으로
폐렴이 확 퍼져서 산소호흡기 달고 석달을 누워계셨어요. 제 인생에 가장 피눈물 쏟아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족끼리 의논해서 마지막 한달 반만 호스피스병원에 모시고 거기서 돌아가셨는데 그 한달 반 동안의
아버지와의 교감이 정말 책을 써도 될만큼 슬프고 감동적인 시간들이었습니다. 저희는 서울시립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을 택했는데 의료진이나 간병인들이 성의 있고 보호자 못지 않게 책임감 있었어요.
임종은 그 순간을 위한 방이 따로 있어서 거기서 하고 싶은 얘기, 심박 재는 EKG 케이블 뽑고도 더 있을
수 있었어요. 저희 오빠는 혼자 한시간 여를 혼자 마음껏 아버지와 얘기 나누면서 울었구요. (돌아가신 후에)
대학병원에서의 임종은 그렇게 여유도 없었을테고 집이었으면 더 힘들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처음 글 쓰신 분이 시어머님이 뇌암이시라고 해서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써봤습니다. 간병 정말 힘듭니다.
뼈만 남으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기저귀 갈고 부축하는 거 체력이 다 소진될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가족들이 간병하면서 자잘한 병을 하나씩 얻었어요. 관절이 많이 상해서 약 먹고 그럴 정도였으니까요.
간병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게 아니면 강요하지 마세요. 특히 말기 암환자 간병은 쉬운 게 아닙니다.
가래도 일일이 정확한 시간에 빼주어야 하고 진통제를 목으로 못 넘기면 주사제를 넣어야 하는데 집에서
절대 못 합니다. 환자가 아파서 못 자면 간병하는 사람도 같이 잠 한숨도 못 잡니다. 해보신 분들은 알거예요.
저희 시어른들은 편찮으시면 요양병원 보내기로 남매들, 며느리들 합의 다 하고 돈 모으고 있습니다.
병이 없는데 기력만 쇠하신 거하고는 얘기가 다르더라구요.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고 무더위 잘 보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