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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난해도 행복하게 아이를 기다릴 수 있는 엄마.

ㅎㅎ 조회수 : 4,576
작성일 : 2014-08-01 22:45:13

일단 여기는 유럽이에요.

3년 좀 안되게 이 곳에 살다가 곧 돌아가요.

이 곳에서 임신도 하고 출산도 하고,

제 인생에 여행 빼고 첫 해외생활이었는데

정말 나름 파란만장한 기억을 안고 돌아가요.

 

뭐 점퍼루니 소서니 부피 큰 장난감들, 이제 우리아이별로 쓰지도 않을텐데 (돌거의다됐어요)

먼길 가져가느니 다 팔고가자 해서

이나라 중고시장에 이것저것 팔고있어요.

딱히 돈벌려고 하는게 아니라 싸게 내놓아서인지 금바금방 팔려서 파는 재미-_-도 은근들고있는데요..

 

얼마전에 아기스윙을 팔았어요. 100유론가 주고샀는데, 울아가는 별로 안좋아해서

한 세번탔나-_- 암튼 걜 중고시장에 한 40유로쯤 팔려고 내놓았는데

어떤 사람이 정말 갖고싶은데 40유로가 없다고... 하소연을 해서 뭐 그냥 25유로에 팔기로 하고

직접 저희집에와서 콜렉트 하는걸로... 결정을 했어요.

 

그런데 정말 그집주소들어보니 울집과 그리멀지도 않더만.. 울집근처까지 왔다가 헤매다가 못찾고 집에가버려서

답답해하다가 (전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어서 도움을 줄수가 없고, 집에 계신 저희부모님은 언어가 짧으신 상황..)

에라이 내가 갖다주자 하고 영차영차 스윙을 어깨에 이고 직접 갖다주러갔어요. (차는 이미 판 상태..)

 

아...이 동네 사실 이 나라에서 꽤 살기 좋은 동네인데.

그 집근처로 갈수록 느꼈어요. 가난한 동네구나...하는 생각.

그리고 그집앞에와서 전화를 했는데

정말 어려보이는, 키도 작고 마른 만삭 여자아이가 나왔어요.

(음 정말 여자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기분이 들었어요)

근데 정말 밝고 순수하고 행복한 얼굴.

자기가 이스윙작동법을 모르는데 혹시 집에 들어와서 알려줄수 있겠느냐..고 해서

(아 이거는 생각해보면 좀 미친듯. 집에가면 어떤 놈이 나올줄알고..)

홀랑 들어가서 열심히 땀내며 알려주는데..

정말 정말 집이 조그맸어요. 거의 반지하.. 습기찬 오래된 스튜디오 아파트.

이 집에서 어떻게 엄마 아빠 아기 셋이 사나 싶은 정도의 규모

낡아보이는 가구들...

그런데도 그 예비엄마는 초롱초롱 밝은 눈으로

"이거 아가들이 정말 좋아해요? 우리아기 정말 오랫동안 기다리고 노력해서 가진 아이거든요.

 그런데 너무 비싸서 살 엄두를 못냈었는데... 이렇게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아기가 이 장난감으로 행복해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했어요. 너무너무 행복한 눈빛으로. 세상을 다가진듯한 눈빛이었어요.

"그러면서 자기가 정말 감사한데, 돈으론 보답할수가 없으니-

 니가 일할때 베이비시터가 필요하면 자기를 불러라. 공짜로 해주겠다. 우리아이랑 같이 봐주면 되니까 힘들지도 않을거다 (이건 정말 얘가 애키우는게 얼마나 힘들지 몰라서 하는얘기지만 ㅎㅎㅎ) "

라고 제안까지 했어요.

 

그렇게 스윙을 건네주고 집으로 오는길.

많은 생각을 했어요..

저 사실 그렇게 가난하지 않아요. (뭐 가난하다면 가난하지만, 일단 먹고자고입을 걱정은 없고 해외주재원도 나오고 그러니까...뭐...잘산다고 보일수도?-_- 물론 저는 돈에 목마르...)

그냥 열심히 사는, 맞벌이 부부에요. 이제 첫아이는 돌다되가는데...

사람들이 슬슬 둘째생각안하냐 오지랖을 부릴때마다

우리주제에 무슨 둘째. 한국몰라? 애는 돈으로 키워.. 돈없으면서 애만 낳는건 애한테도 죄야!

뭐 이런생각을 하면서 둘째는 생각도 안하고 살아요.

그리고 항상 돈이 더많았으면 좋겠다 돈이 더 많으면 행복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죠.

우리는 왜이렇게 돈이없나. 남편아 왜 너는 나만큼밖에 못버니. 이런 불평불만도 (속으로) 하고..

 

아 근데 그냥 이 나라에 오니까..

그렇지 않은것 같아요.

돈 없어도, 가난해도 행복하게 아이를 키울수 있나봐요.

가난해도 행복할수도 있나봐요.

저 예비엄마가 워낙 순수한 사람이었...을수도 있지만

이 나라에서 저런 경우를 많이 봐요. 순수하게 아이를 기뻐하는 모습.

 

저는.. 이게 우리나라사람이어서인지 나란 사람의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행복의 너무 많은 부분을 돈과 결부시켜서 생각해왔던 것 같아요.

돈이없으면 행복할수 없어.. 뭐 이렇게.

그런데 정말 교과서의 말처럼

행복은 마음 안에 있는거일수 있나봐요.

 

그 예비엄마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PS.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을 하는것이

평범하게 잘살고 있는 예비엄마에게 약간 안됐다라는 마음을 갖는 것으로 보일지도. 주제넘은 자만으로 보일지도.

(그 예비엄마는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생각하지않을테니까요..)

그렇지만 정말 그 뜻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아이의 행복에 대해 자신감이 넘쳐보이는

그 예비엄마의 모습이... 정말 감동이었어요.

IP : 211.181.xxx.31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럽 애들은
    '14.8.1 10:49 PM (14.138.xxx.97)

    포르투갈의 빈민촌 애들도 밝아요 뭐랄까 세상에 낙천적이더라구요 우리는 절대경쟁사회에 살고 있고, 여기는 대한민국이잖아요 심지어 내전 겪은 나라를 가도 깊은 곳에 낙천적인 구석이 있는 나라들이 있더라구요 햇빛 찬란하고 날씨 바다쪽이면 더 그런 경향 강하고, 우울하다던 독일도 출산, 육아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더라구요 불행히도!!!! 우리는 절대경쟁국에 살고 있구요

  • 2. 케이트
    '14.8.1 10:49 PM (61.252.xxx.206)

    한편의 수필같네요. 예전에 인간극장에 가난해도 아이들 표정이 다 밝고 행복해보인다는 집도 생각나고요~~여러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 3. 그렇군요
    '14.8.1 10:52 PM (182.216.xxx.171)

    아 그 예비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면 정말 행복한 아이가 될거 같아요
    물론 저도 그렇게 낳았고 키우고 있지만 이게 한결 같지가 않아서 문제이지요
    늘 남과 비교 경쟁하며 좀 더 채찍하는 내 모습에 쉼표가 필요한 상황, 여운이 남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참 좋은 분이신거 같네요

  • 4. ㅇㄹ
    '14.8.1 10:53 PM (211.237.xxx.35)

    수필같기도 하고.. 와~ 정말 글 잘쓰시네요..
    잘 읽었어요... 우리나라에선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모두다 비슷하게 불행한것 같아요.
    부자는 더 큰부자랑 비교하느라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은 당연히 절대적으로 불행하고 ㅠ

  • 5. 이래서 복지라는거죠.
    '14.8.1 10:54 PM (178.190.xxx.91)

    병원도 공짜, 유치원도 공짜, 육아수당 나오고 학비도 공짜, 대학도 공짜, 대학가면 교재사라고 돈도주고....
    개누리당은 빨갱이라고 할 짓을 서유럽은 하고 있으니.

  • 6. ~~
    '14.8.1 10:54 PM (58.140.xxx.162)

    유럽서 사회보조로 사는 부모들 다큐보니까
    생활비는 물론
    세탁기 고장나면 고치는 값까지 쳐서 주더군요.
    아이들 캠프가는 거 비용 나오고(이건 부잣집 아이들도 기본으로 아주 조금은 나오지만요)
    엄마들 걱정이
    우리 아이가 뭐 못 먹고 못 배워서가 아니라
    장난감 중고로 사주면 최신버전 있는 친구한테 기죽을건데..ㅠ 이런 거였어요.
    사교육 없어도 웬만큼 진로 찾을 수 있고
    공장서 일해도 한 달 이상 외국으로 휴가가는 나라랑
    비교할 수 없죠.

  • 7. roo
    '14.8.1 11:01 PM (112.155.xxx.178)

    돈 없으면 사람취급도 못받는 나라는 아닌가 보네요
    그 예비엄마 예쁜 아기와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드려요
    원글님의 이쁜 글도 잘 읽었습니다

  • 8. ..
    '14.8.1 11:07 PM (61.252.xxx.206)

    우와~ 위 댓글 보니까 유럽 부럽군요.. !

  • 9. ~~
    '14.8.1 11:12 PM (58.140.xxx.162)

    그마저도 본인이 빠릿빠릿하게 신청해서 받아오고 그런 거 잘 못하니
    사회복지사가 일일이 챙기고 독촉하고 하더라고요.
    물론 사생활 구석구석 간섭당하는 것도 감수해야 하지요.
    아이들 키우는 것도 간섭 심하고요.

  • 10. ㅎㅎ
    '14.8.1 11:18 PM (211.181.xxx.31)

    앗 ~~님 맞아요.
    딴 건 몰라도 육아 관련은 사회복지사가 일일이 챙기고 독촉하는것 같아요.
    간섭당하는 것도 감수해야 하구요.
    제가 그 과정을 보며 느낀 점은
    육아를 일정부분 사회의 책임으로 보는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이 부모가 아이를 잘키우고 있는지.. 를 책임지려 하기에 간섭도 하는 느낌.
    뭐 답답하고 짜증날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진정 나의 아이의 정부구나 하는 느낌이 들것 같아서 (물론 제게는 아니지만 ㅎㅎㅎ)
    든든할 것 같단 생각도 했어요...

  • 11. ..
    '14.8.1 11:20 PM (61.252.xxx.206)

    부럽다. 국가에서 책임져주는 아이...
    우리나라는요???? ........

  • 12. 대륙법계
    '14.8.1 11:21 PM (14.138.xxx.97)

    국가 다수는 교육, 의료, 공공정책은 국가영역이었으니까요 당연히 국가가 간섭하는거죠 과거에 정책적 출산정책 쓰던 국가들 -19세기 출산정책-다수는 이런 유형의 국가들이었죠 애 많이 낳는 게 애국의 원조는 유럽이었죠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지만... 유럽의 국가유형 다수는 아직도 교육과 의료는 국가영역으로 간주하니까 부모한테 간섭을 하는 거죠 우린 유럽이 아닙니다 ㅠㅠ 눈물 좀 닦고 ㅠㅠ

  • 13. ~~
    '14.8.1 11:27 PM (58.140.xxx.162)

    그 장난감 언급한 엄마도
    우리아이가 안 됐다..이런 톤이 아니고
    장난감 비용 제대로 보조 안 해줘서
    아이가 소외감 느끼고 비뚤어져서
    자라서 사회의 음지로 가게된다면
    정부가 책임질거냐? 분개하며 따지더군요.

  • 14. 갸들은
    '14.8.1 11:31 PM (14.138.xxx.97)

    그래서 낙태도 국가영역이에요 독일은 수정직후부터 헌법상 생명권 있다고 하는 정도니까요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지만 출산정책 국가 관여가 강해서 헌법재판 때 난리난리도 아니었으니까요 웬만한 경우 태아때부터 국가영역안에 있다고 보는 게 나을정도고, 출생후 국가가 키우는 아이영역이 강해지죠
    부모가 종교상 이유로 아이 수술 거부하면 국가직권으로 의사가 수술시키고 일시적 친권 박탈도 하는데 그게 국가가 관여하는 영역이라고 해요 여긴 한국이라니까ㅠㅠ 왜 그러세요 슬퍼지잖아요 ㅠㅠ 우린 만인의 만인의 투쟁하는 곳이라구요 ㅠㅠ

  • 15. ~~
    '14.8.1 11:32 PM (58.140.xxx.162)

    지금도 출산 육아는 애국인 거 맞아요.
    자녀 없는 싱글은 의료보험에 추가로 얼마 더 내야 하는데
    그다지 크게 불만 없더군요.
    물론 불임부부는 해당 없고요.

  • 16. ..
    '14.8.2 12:33 AM (175.193.xxx.117)

    좋은글이네요~^^

  • 17. 좋아요
    '14.8.2 1:27 AM (59.26.xxx.169)

    백일넘은 아이 기르는 엄마에요..그냥 님글보니까 막 눈물이 나요..왜 그런지 모르겠어요..아기의 존재자체가 너무도 기쁜것이거늘..전 백일아기에게 벌써 많은 것들을 바라고 있는거 같아요..그 어린엄마의 맘으로 제 아기를 봤으면 좋겠어요..

  • 18. ㅁㅁ
    '14.8.2 1:45 AM (24.6.xxx.213)

    천사를 만나고 오신 듯... ^^

  • 19. 물론
    '14.8.2 1:47 AM (178.190.xxx.91)

    사람 사는거 다 똑같지만 정도의 차이는 인정해야죠.
    서유럽은 적어도 돈 때문에 가족이 동반 자살하는 나라는 아니잖아요.
    사람사는게 다 똑같으면 아프리카나 유럽이나 다 똑같나요?

  • 20. 미국생활 15년
    '14.8.2 2:22 AM (175.124.xxx.108)

    유럽에서 살아본 적은 없으니 뭐라 말하기 어렵겠지만 자본주의 국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원글님이 만난 새댁은 아직 어려서 (젊어서) 세상살이 어려운거 실감이 덜 나겠죠. 게다가 애 없는 젊은 부부라면 아직 삶에 대해 낙관적이고 희망적인게 당연하고요. 그래서 젊음이 자산이라고도 하죠.
    영국 런던 출장 꽤 다녔는데 거기 백화점 캐주얼 하게 입고 들어가면 점원이 무시해요.
    그리고 북유럽 복지 잘된 나라 중 하나는 우리나라랑 비슷하게 주류가 하는데로 따라 안하면 사회부적응자 취급한다더군요. 예전 직장 백인동료가 해준 얘긴데 정확한 나라명은 기억 안나요.

  • 21. ~~
    '14.8.2 3:38 AM (58.140.xxx.162)

    유럽나라들에서 복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비교적 무리없이 이루어지는 데는
    뿌리깊은 기독교전통이 근간이 된다고 봅니다.
    모두 다 함께 안고 간다는 공동체의식으로
    단 한 사람의 누락자도 바로 내 책임이라는 거지요.
    비록 근래에 젊은이들이 교회를 멀리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교회에 남아있는 평신도들은 대다수가
    하루하루 삶에서 신앙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고
    교회와 전혀 상관없이 살거나 심지어 열심히 비판하는 사람들도
    기본인식에서, 또 일상생활에서
    '우리 함께'가 알게모르게 몸에 배어 있지요.

  • 22. ~~
    '14.8.2 3:53 AM (58.140.xxx.162)

    그리고,
    겉모습은 얼추 비슷하게 보이더라도
    구성원 상호간의 경쟁을 동력의 근간으로 삼는 사회만 경험했을 때

    인터넷 댓글 몇 자로
    실상은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믿어지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가고요.

  • 23. ㅎㅎ
    '14.8.2 6:50 AM (79.97.xxx.160)

    앗. 제 글주제가 딱히 이나라와 한국의 복지차이...인것은 아녔는데 (물론 그뉘앙스있지만) 분위기가이렇게 흘렀네요.
    맞아요. 이 나라도 분명 자본주의일진데, 없는사람 무시하는 것 당연히 있죠. 이나라 제친구 셋째낳으려다 세쌍둥이가나와서 애 다섯이됐는데 이 정도되니 돈걱정 하더라구요. 돈많은사람 부러워하는 분위기 당연히 있구요.
    그렇지만요-
    제가 이 곳에 3년밖에 안살아서 잘 모르겠지만, 우연히 그런사람들만 본건지도모르지만 확실히 훨씬 돈에 그리고 남들보다 잘사는것에 남들을 조금더 이기는 것에 자신의 행복을 좌지우지시키지않는 것 같았어요. 그 배경은 많은 것이 되겠죠- 그러나 그 배경중 의미있는 하나는, 내가 가난이 내 아이에게 희망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며, 실패하더라도 내 인생이 끝난 ㄴ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회안전망에 대한 (물론 이들은 부족해하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확실히 존재하는) 믿음이었어요.
    음 뭐 다 둘째치고, 설사 유럽이고 우리나라고 다 똑같은 사회라 한들- 제가쓴글같은 생각을 한번쯤 해보는 것도 괜찮지않을까요. 모든아가가 행복할 권리를 가지고, 행복하리라는 모두의 기대를 갖고 태어날 수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는 그 존재만으로 행복한 것인데...

  • 24. 동글이
    '14.8.2 10:55 PM (182.212.xxx.80)

    글 너무 좋아서 저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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