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여기는 유럽이에요.
3년 좀 안되게 이 곳에 살다가 곧 돌아가요.
이 곳에서 임신도 하고 출산도 하고,
제 인생에 여행 빼고 첫 해외생활이었는데
정말 나름 파란만장한 기억을 안고 돌아가요.
뭐 점퍼루니 소서니 부피 큰 장난감들, 이제 우리아이별로 쓰지도 않을텐데 (돌거의다됐어요)
먼길 가져가느니 다 팔고가자 해서
이나라 중고시장에 이것저것 팔고있어요.
딱히 돈벌려고 하는게 아니라 싸게 내놓아서인지 금바금방 팔려서 파는 재미-_-도 은근들고있는데요..
얼마전에 아기스윙을 팔았어요. 100유론가 주고샀는데, 울아가는 별로 안좋아해서
한 세번탔나-_- 암튼 걜 중고시장에 한 40유로쯤 팔려고 내놓았는데
어떤 사람이 정말 갖고싶은데 40유로가 없다고... 하소연을 해서 뭐 그냥 25유로에 팔기로 하고
직접 저희집에와서 콜렉트 하는걸로... 결정을 했어요.
그런데 정말 그집주소들어보니 울집과 그리멀지도 않더만.. 울집근처까지 왔다가 헤매다가 못찾고 집에가버려서
답답해하다가 (전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어서 도움을 줄수가 없고, 집에 계신 저희부모님은 언어가 짧으신 상황..)
에라이 내가 갖다주자 하고 영차영차 스윙을 어깨에 이고 직접 갖다주러갔어요. (차는 이미 판 상태..)
아...이 동네 사실 이 나라에서 꽤 살기 좋은 동네인데.
그 집근처로 갈수록 느꼈어요. 가난한 동네구나...하는 생각.
그리고 그집앞에와서 전화를 했는데
정말 어려보이는, 키도 작고 마른 만삭 여자아이가 나왔어요.
(음 정말 여자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기분이 들었어요)
근데 정말 밝고 순수하고 행복한 얼굴.
자기가 이스윙작동법을 모르는데 혹시 집에 들어와서 알려줄수 있겠느냐..고 해서
(아 이거는 생각해보면 좀 미친듯. 집에가면 어떤 놈이 나올줄알고..)
홀랑 들어가서 열심히 땀내며 알려주는데..
정말 정말 집이 조그맸어요. 거의 반지하.. 습기찬 오래된 스튜디오 아파트.
이 집에서 어떻게 엄마 아빠 아기 셋이 사나 싶은 정도의 규모
낡아보이는 가구들...
그런데도 그 예비엄마는 초롱초롱 밝은 눈으로
"이거 아가들이 정말 좋아해요? 우리아기 정말 오랫동안 기다리고 노력해서 가진 아이거든요.
그런데 너무 비싸서 살 엄두를 못냈었는데... 이렇게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아기가 이 장난감으로 행복해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했어요. 너무너무 행복한 눈빛으로. 세상을 다가진듯한 눈빛이었어요.
"그러면서 자기가 정말 감사한데, 돈으론 보답할수가 없으니-
니가 일할때 베이비시터가 필요하면 자기를 불러라. 공짜로 해주겠다. 우리아이랑 같이 봐주면 되니까 힘들지도 않을거다 (이건 정말 얘가 애키우는게 얼마나 힘들지 몰라서 하는얘기지만 ㅎㅎㅎ) "
라고 제안까지 했어요.
그렇게 스윙을 건네주고 집으로 오는길.
많은 생각을 했어요..
저 사실 그렇게 가난하지 않아요. (뭐 가난하다면 가난하지만, 일단 먹고자고입을 걱정은 없고 해외주재원도 나오고 그러니까...뭐...잘산다고 보일수도?-_- 물론 저는 돈에 목마르...)
그냥 열심히 사는, 맞벌이 부부에요. 이제 첫아이는 돌다되가는데...
사람들이 슬슬 둘째생각안하냐 오지랖을 부릴때마다
우리주제에 무슨 둘째. 한국몰라? 애는 돈으로 키워.. 돈없으면서 애만 낳는건 애한테도 죄야!
뭐 이런생각을 하면서 둘째는 생각도 안하고 살아요.
그리고 항상 돈이 더많았으면 좋겠다 돈이 더 많으면 행복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죠.
우리는 왜이렇게 돈이없나. 남편아 왜 너는 나만큼밖에 못버니. 이런 불평불만도 (속으로) 하고..
아 근데 그냥 이 나라에 오니까..
그렇지 않은것 같아요.
돈 없어도, 가난해도 행복하게 아이를 키울수 있나봐요.
가난해도 행복할수도 있나봐요.
저 예비엄마가 워낙 순수한 사람이었...을수도 있지만
이 나라에서 저런 경우를 많이 봐요. 순수하게 아이를 기뻐하는 모습.
저는.. 이게 우리나라사람이어서인지 나란 사람의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행복의 너무 많은 부분을 돈과 결부시켜서 생각해왔던 것 같아요.
돈이없으면 행복할수 없어.. 뭐 이렇게.
그런데 정말 교과서의 말처럼
행복은 마음 안에 있는거일수 있나봐요.
그 예비엄마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PS.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을 하는것이
평범하게 잘살고 있는 예비엄마에게 약간 안됐다라는 마음을 갖는 것으로 보일지도. 주제넘은 자만으로 보일지도.
(그 예비엄마는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생각하지않을테니까요..)
그렇지만 정말 그 뜻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아이의 행복에 대해 자신감이 넘쳐보이는
그 예비엄마의 모습이... 정말 감동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