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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 아이를 여우누이로 키우는 부모들

...... 조회수 : 5,217
작성일 : 2014-08-01 15:08:30
우리나라 민담 중에 '여우 누이' 혹시 아세요??
밤마다 슬쩍 방에서 나가 살아있는 동물의 간을 빼 먹는 어린 여자 아이인데
처음에는 닭을 잡아먹던 아이는 소와 말까지 죽이고, 급기야 마을에는 공포가 퍼져요.
근데 그 여자아이가 노린 건 비단 가축의 간만이 아니었고
저 괴물의 마수는 급기야 오라비와 부모한테까지 향한다는 내용인데
멀리 숲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곁에서 함께 밥을 먹고 살다가 문득 서늘한 손길을 뻗치는 무서운 괴물로 묘사돼요.

저 귀여운 누이는 어떻게 하여 여우가 된 것일까?
이에 대해 이야기는 여우가 사람의 집에 때어난 것이라고 말하고 있거든요.
아들만 셋을 두고 있던 부자가 여우라도 좋으니 딸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것이 씨가 되어 
여우가 조화를 부렸다는 것인데
저는 문득 그 의미와 맥락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되더라구요
그 아이는 본래 여우가 아니었고,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결국 여우가 되었고, 그 원인은 부모였다는 생각이요
부모의 그릇된 사랑 때문에 귀엽던 아이가 여우로 길러진 것이 아닐까 하는..

딸을 간절히 원했던 아버지는 그 딸이(여우누이) 태어나자 그 아이만을 편애해요
이는 동생이 여우인 것 같다고 말하는 아들을 호통을 쳐서 내쫓는 데서 잘 드러나고요.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가운데 뭐라도 제 것으로 삼을 수 있었던 그 여자 아이는 자연스럽게 ‘여우’가 되어가고 
그에게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자기 것인 셈..
원하면 그냥 빼앗아서 가지면 된다. 오빠의 간도 마찬가지.

진짜로 무서운 일은 요즘 세상에 여우 누이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인 거 같아요
이야기에서는 딸이라 했지만 아들도 마찬가지고요.
사랑이라는 이름의 과보호 속에서 절제를 모르고 제멋대로 자란 아이들은 십중팔구 여우가 되지 않을까 싶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가지려 드려는 아이들...누굴 탓하겠어요. 그렇게 키워졌는 걸.
지금 윗자리에 앉아서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도덕,양심,정의 등은 외면한 채 얻고야 마는 어른들..
저렇게 길러진 아이들의 먼 자화상...
마침내 여우의 손길이 자신한테까지 미치는 순간, 부모는 소스라치지만 이미 때는 늦었겠죠. 

이 이야기는 자식을 일방적으로 편들거나 감싸는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줘요
그것은 사랑이 아닌 욕망이며, 약이 아닌 독인데.
요즘 아이들 버릇없다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은데 아이들만 탓할 게 아니라
혹시라도 부모 자신이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자식을 무서운 여우로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인 것 같아요.
어쩌면 그 누구도 지나치게 과한 사랑을 원하지 않을지도...


IP : 119.197.xxx.20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8.1 3:13 PM (121.181.xxx.223)

    그렇게 키워지는 경우가 요즘보다 예전이 더 많았죠..그래도 요즘 부모들은 아들이건 딸이건 혹은 장남이라고 더 떠받들어 키우지도 않고 나름 공평하게 키우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더 많이 보이던데요..
    예전에 보면 저희엄마도 딸만 낳다가 아들 낳았다고 완전 떠받들어 키우고 시댁도 보면 장남위주로 키우고..
    제주변 요즘 엄마들은 자식 대부분은 잘 키우고 있는것 같던데요..그리고 어릴때부터 어린이집같은 교육기관에 보내지는 경우가 많아서 본인만 알고 크긴 어려워요..남에게 배려하고 양보하고 그런거 기본적으로 익히고 자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가 자기밖에 모르는 여우로 큰다면 그건 천성인듯..

  • 2. 아..
    '14.8.1 3:16 PM (119.197.xxx.20)

    자식 사이의 형평성 문제(가령 남아선호사상, 남존여비 사상 등)에 대한 얘기가 아녜요
    그저 내 자식이 최고다 우쭈쭈...하는 세태에 대한 의미이지요...

  • 3. 원글님 말 맞는것 같아요
    '14.8.1 3:20 PM (180.65.xxx.29)

    오죽하면 이번에 여행하면서 들은 얘긴데 교포들 한국애들 오면 영악하다고 본인애들에게
    놀지 말라고 한다네요.

  • 4. 부모
    '14.8.1 3:21 PM (223.33.xxx.76)

    들이 많은 오류를 범하죠.
    행여나 내자식 기죽이는가해서 돈으로
    물질로 다 해결하려는 심리.

  • 5. 윗님
    '14.8.1 3:38 PM (58.233.xxx.35)

    글에 동의해요. 여우누이 이야기가 언제부터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래가 아니라면 여자에 대한, 딸에 대한 경계라고 생각해요.

  • 6. 내자식
    '14.8.1 3:40 PM (223.62.xxx.28)

    기죽이지말라고 그런건 제가 어릴때 읽었던
    동화책에서도 나왔어요
    지금 이십대 이상 성인들이 (혹은 심지어 십대애들도)
    나는 그렇게 안 컸다, 나는 공공장소에서 민폐 끼치면 집에가서 뒤지게 혼났다고 그러는데 훗,
    90년대 후반에 신문에서 읽었던 칼럼도 생각나네요
    일본엄마와 한국엄마의 차이..
    90년대 후반에 유년시절이었던 사람들
    나는 그렇게 안 컸다고 온라인에서 주장하고 있겠죠?ㅋ

  • 7. 원글님 해석도
    '14.8.1 3:48 PM (203.247.xxx.210)

    oo님 원 해석도

    이런 글 참 좋습니다

  • 8. ..
    '14.8.1 4:45 PM (124.49.xxx.100)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전이수격해석;;;;

  • 9.
    '14.8.1 5:19 PM (110.70.xxx.84)

    이글이 원글님의 해석인가요? 며칠전 라디오에서 들었는데...첨부터 듣진 못했지만 어떤 작가?가 쓴글이라고 했었거든요.라디오 들으면서 독특한 해석이다.그래서 기억에 남아요.

  • 10. 메이
    '14.8.1 5:39 PM (118.42.xxx.87)

    전 그래요. 조선시대의 딸은 출가외인 결혼하면 이웃보다 더 보기 어려워지잖아요. 그러니까 딸한테 잘해봤자 결국 잘해줬던만큼 배신감도 상처도 크니까 과도한 애착에 대한 경각심에 만들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실제로 주변에 딸에게 정성들여 키운 아버지가 딸이 외국으로 시집가자 그 배신감에 자살하셨거든요. 그거 보면서 전 그 딸자식이 아버지를 배신했다기 보다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과도한 애착과 그에 보상을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무덤을 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저 여우는 딸아이가 아닌 실은 삐뚤어진 사랑 아버지의 마음 속에 있는거죠.

  • 11. 지니제니
    '14.8.1 7:43 PM (123.109.xxx.33)

    이 이야기는 애착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죠
    여자에 대한 음모가 있고 독이 되는 부모의 이야기죠. 편애하고 자기식대로 사랑하고
    형제사이를 갈라놓고 그래서 결국은 자식들끼리 원수가 되게하는

    부모의 유산문제로 , 편애로, 폭력으로...원수처럼 지내는 형제들이 얼마나 많나요
    여우라는 메타포고 늑대가 아닌것은
    부모 밑에서 수동적으로 스스로 생존해야 하는 ..눈치있게 제 살길 찾아 살아남기 위해
    남을 해꼬지 할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처지에 대한 왜곡된 어른들의 시각이죠..

    저 위에 애착 육아 이야기 분은 맥락을 좀 잘못 이해하고 계신듯해요

    부모는 사랑한다고 하지만 부모중심 사회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남는지에 대한 이야기 아닐까요?
    독이 된 부모식대로의 사랑이었기때문에 부모는 나이들어 자식에게 사랑받기 원하는데 늙은 부모인 나를 내가 원하는대로 안 대해주는, 내것 빼앗아 가는 여우더라...라는 ....

    전래동화 만든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을지..또 왜 이 이야기가 살아남았을지 생각해보면 ..
    이 이야기는 절대로 사랑많이 받고 질 좋은 애착이 형성된 아이들이 만든 이야기가 아니죠 .

    어른들이 ...그것도 자기중심적으로 자식을 자기식대로 사랑하는 ..미움과 욕심과 독만 남은 노인들이 만들이야기일지 .. 생각해보아야죠.

    상처가 대대로 물러내려가는.. 부모의 잘못된 사랑이 어떻게 한 가족과 마을을 망치는지에 대한 이야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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