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형제가 5남매에요.
저는 이제 마흔이고요 위로 언니 둘에 밑으로 남동생 둘 있어요.
아버지는 제가 중학교 입학하던해에 돌아가셨고,
엄마는 아버지가 살아계셨을때부터 무능하고 알콜중독에 폭력적인 아버지와 살면서
몸고생 마음고생 말도 못하게 많으셨어요.
일주일이면 6일은 술에 취해있고 그 6일중에 5일은 살림살이가 날아다니고
욕설과 저주가 난무한 부부싸음을 고스란히 견뎌냈던 저 역시 가슴속에 분노를 키우며 살아왔던것 같아요.
어쨌든 저로서는 다행스럽게 아버지가 그렇게 돌아가시고,
엄마가 홀로 궂은일 하며 저희 5남매를 거두었어요.
엄마가 엄청나게 억척스럽고 생활력이 강하셔서 몸이 부서져라 일하셨지만,
워낙에 가난한 살림이라 제가 20대 초반이 될때까진
서울에 집한채 없이 가난한 (달동네) 동네 반지하 방에서 옹기종기 살아야헀어요.
언니들은 그닥 뛰어나진 않아도 공부는 그럭저럭 했는데 일반 고등학교 진학할 형편이 안돼서
고등학교때부터 일하며 야간고등학교를 다녔고(그당시 산업체 고등학교가 있었죠),
거기서 성실하게 열심히 공부한결과 그래도 번듯한 회사(금융권)에 취업했어요.
언니들이 고등학교 생활한 얘기는 100번을 들어도 100번 눈물이 날만큼 가슴아파요.
저는 여상을 진학했고 열심히 공부했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
회사생활하면서 비록 야간이지만 대학 졸업장도 땄어요.
이렇게 딸들은 가정경제에 떠밀려 어쩔수 없이,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순응했어요.
그때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게 꼭 그럴필요 없었다는 생각이 들고 화가나기도해요.
딸들에겐 당연했던 것들이,
남동생들한텐 엄마가 그러지 않았다는거죠.
필사적으로 공부시키고싶어하셨는데, 이놈들이 공부를 안했어요.
철도 없었고 머리도 안따라주고.. 그런데도 재수 삼수를 시켰어요.. 결과는 실패.
회사생활 할때도 언니들이랑 저는 성실하게 돈을 모으고, 적금을 타면 엄마를 드리고,
(제가 회사생활 시작하고 몇년후 아파트를 장만했어요)
또 열심히 돈을 모아 각자 알아서 결혼을 했어요.
반면 남동생들은, 변변한 직장도 없다가 겨우 취업하고 모아둔 돈 거의없이 결혼을 했어요.
남동생들이 결혼할때 각각 1억씩 엄마가 지원해줬구요.
딸은 출가외인이라는 관념이 강해서, 손주들도 외손주 친손주 구별이 있으시더라구요.
이를테면 외손주 돌잔치에 반지 한돈이면, 친손주는 100만원..
명절에도 고기나 그런것들은 아들위주로 챙기시고 그래요.. 그래도 뭐 저한텐 오빠들아닌 동생이니까..
여튼, 안타깝게도.. 언니들이 다 어렵게 살아요.
형부들이 둘 다 사업 비스무리 한걸 했는데 일이 안풀려서 결과가 처참해요.
그중 한 언니는 보증금 2천에 월세로 내려앉았어요.
정말 천사같은 언닌데.. 그래도 여전히 우리 형제들중 엄마를 가장 살뜰하게 챙겨요.
전화도 자주하고,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엄마 애처롭게 생각하고 잘해요.
반면 저는 좀 이기적이고 엄마한테 많이 무심하기도하고 이제사 새삼 서운해지기도하고 그렇거든요.
본론으로 들어가,
엄마가 지금 살고았는 (우리가족이 달동네를 등지고 처음 분양받았던 아파트) 집을
장남인 남동생에게 증여를 하고싶으시다는거에요.(3억5천?)
그리고 남동생이 살고있는 전세집 전세금을 빼서 엄마가 전세로 살겠다 하시네요.
그리고는 엄마가 살던 전세집과 갖고있는 땅 (1억)을 막내 동생에게 남기겠다는거에요.
기가막혀서 엄마한테 막 퍼부었어요.
앞으로 엄마가 몇년을 더 사실지 알수없는데, 노후를 어떡하려고 집을 덜컥 내주냐고..
엄마가 그렇게하면 장남인 아들이 봉양 잘하며 살것 같으냐고..
내가 엄마가돼서 형제들이 내 자식이라면,
제일 힘들고 엄마 제일 챙기는 자식 도와주겠다고.
몇년전에 엄마가 수술하셔서 보름정도 입원했었는데,
일하면서도 하루도 안거르고 엄마 간호한 언니에요..
엄마한텐 그 딸이 안보이냐고.. 아들만 자식이냐고 막 쏘아붙였네요.
엄마 노후 잘 보내고 남으면 아들들 나눠줘도 딸들이 그거 챙기겠다고 시끄럽게 안할건데
대체 왜그렇게 답답하게 구냐구요..
엄마가 정말 지독하게 고생하고 사신건 잘 알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게 오롯이 자식들이 아닌.. 아들들 때문이었던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