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더운데 열불나는 오늘 뉴스도 제습기로 다스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느 분이 제습기 구입 실패기(?)를 적으셨길래 선택에 도움이 될까 싶어 올립니다.
제습기 찬양하는 사람이 다 알바가 아니라는 걸 증명도 해볼겸..
일단 저는 특수한 지역에 삽니다.
"제주도 지방의 연 평균 습도 는 70∼80%로 월별 습도 변화가 거의 없으며... 내륙지방인 서울, 광주와 비교하면 하절기의 제주도 는 전 지역이 광주지방과는 연중 비슷한 경향이나, 서울보다는 5∼10%높은 경향을 보이고, 하절기에는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고 장마전선과 기압골의 빈번한 통과에 의하여 제주도 는 월 평균 습도 는 80%이상을 보입니다."라는군요. 기상청에서.
3년 전에 내려왔는데 그동안 가죽 옷들은 다 폐기처분됐습니다. 무슨 수를 써도 매년 곰팡이로 관리가 불가능하더라구요. 물먹는 하마 따위는 뭐 ㅠㅠ. 여기는 안개도 남다르니까요. 밤이나 새벽에 연무 발생하면 바로 앞도 안 보입니다.
42평 주상복합 아파트고 저희는 테라스 정원이 있는 층이며 남향이라 앞뒤 통풍 잘 되고 일반 아피트처럼 문을 활짝 열고 나갈 수 있습니다. 맑은 날은 테라스에 빨래 널면 잘 마릅니다. 시스템 에어컨이라 거실과 방마다 에어컨 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이유로 일년 내내 습기와 싸워야 합니다. 제주도가 남쪽이라 여름에 덥고 겨울에 따뜻할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물론 겨울에 영하로 떨어지는 날은 거의 없지만 바람이 많고 겨울이 깁니다. 4-5월까지도 쌀쌀해요. 여름은 습도만 높지 않으면 다른 곳보다 특별히 덥지 않고 쾌적한 것 같습니다. 다만 햇볕이 더 따갑죠.
일단 상황은 저런데요. 재작년에 제습기를 샀는데 그 해에 비도 많고 물폭탄 태풍도 오고 해서 유용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여름엔 2달 내내 비가 없을 정도로 마른 장마라 제습기를 거의 사용 안 했고요. 다른 계절에 많이 사용했습니다. 제주도는 겨울에도 제습기 필요합니다. 겨울이나 봄 가을에 에어컨 켤 수는 없잖아요.
올해도 비는 적네요. 작년 여름에 거의 안 켜서 어땠는지 잊고 있었는데, 올해 초여름 들면서 습도가 올라가니 자주 돌렸습니다. 그런데 집안이든 밖이든 습도가 너무 높아서 후텁지근하게 느껴지는 날은 문닫고 거실에서 두 시간 정도 돌리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여름이 아니라도 비오는 날 꿉꿉하다 느끼면 습도가 85% 정도 되는데 두 시간 정도 돌라면 물통에 2/3정도 차고 75% 정도로 떨어집니다. 장마철 비 많이 올 때는 몇 시간 돌려도 70% 이하로는 잘 떨어지지 않고요. 한 여름에 들면서는 장마도 끝나고 에어컨을 켜니까 제습기는 또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여름이 지나면 또 활약하시겠지요.
빨래 말리는 용도로는 솔직히 제주도야 비가 잦아서 건조대 놓고 그 밑에서 돌리면 곰팡이 냄새는 없는 것 같긴 하지만, 저도 그 효용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그보다 제습기의 가장 큰 효용은 드레스룸에 한 번씩 틀어줄 때 인것 같습니다. 안방 드레스룸은 에어컨으로는 어쩔 수가 없더군요. 드레스룸 다 열고 그 앞에 제습기를 돌려야 그나마 뽀송한 느낌이 나고 옷에서 냄새가 안 납니다.
어쨌든 저희 경우를 봐도 제습기 잘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 인지부조화인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살 때 여름 시작 무렵이었는데, 제습기 동이 나서 겨우 구했을 정도니까요. 제주도에서는 필수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섬이니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이정도가 아니라면 제습기를 살 이유가 없을 것 같아요. 서울에 살 때는 겨울이나 다른 계절엔 오히려 가습기가 필요했던 것 같은데요. 주택 구조나 위치상 일년 내내 습하지 않은 한 여름 장마철만 보고 제습기를 구입할 이유는 없습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건기와 우기가 뚜렷해진다면 더더욱 사야 할 이유가 없겠죠. 스콜처럼 여름에 바짝 비오고 말 거라면요.
결론은 하나마나한 얘기지만 자주 등장하는 '케바케'겠네요. 에어컨만큼(에어컨도 필요 없는 분들도 많겠지만) 집집마다 들여야 할 가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딱히 가습기 없어도 잘 사는 것처럼요.
이상 하나마나한 소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