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호선 우리네 인생...
웅장한(하나 상점 배치가 참말로 얄딱구리한) 메세나폴리스의 화려함을 뒤로한 채, 백팩을 매고 한손엔 보조가방, 다른 한 손엔 과소비의 상징인 다이소 비닐 봉다리를 들고 지친 하루를 마감하며 열차에 올랐습니다...
환승역이라 대개는 자리가 있는데, 도착하는 열차를 힐끔보니 오늘따라 북적북적, 문이 열리고 사람이 내리는 동안 매의 눈으로 빈자리 체크, 봉다리가 흔들리는 반동으로 속도를 내어 자리에 안착! 심지어 끝자리 계탔네요!
홍대에서 우르르 올라타는 싱그런 젊음, 한창 유흥의 열기가 달아오를 시간이니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일부. 그 느낌 일죠. 신촌. 오빠 믿지? 오빠 미워, 영어 시험, 취직 얘기, 실없는 농담. 언제나 상큼한 젊음과 꾸리한 플랫폼이 대조적인 신천역. 이대에선 늦게까지 공부한 듯한 여학생과 중국인 관광객 젊은이가 한무리 탑니다. 요즘 이대앞은 거의 관광지가 되었죠.
5호선이 개통되었을 때 찬사(편리한 환승 위치)와 저주(욕나오게 긴 환승로, 노원과 잠실과 막상막하일 걸요)를 동시에 받은 충정로를 지나, 좌석을 노릴 절호의 촨스인 시청. 여행 가방을 끄는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오피스 룩 한 부대가 을지로입구에서 우르르 타고, 나가는 관광객 무리는 명동 밤거리를 누비겠죠.
을지로 3가, 4가에서는 늘 일행과 헤어지는 무리들이 눈에 띄죠. 연인이라면 요란한 작별 인사, 불콰한 얼굴로 비틀거리며 동료에게 인사하는 차장님.
두 번째 자리 사수 촨스인 동대문 역사 어쩌구. 이름이 아직도적응 안 돼네요, 저에겐 영원한 동대문운동장인데... 4호선 환승 최단 구간을 자랑하므로 문이 열리자마자 짧은 엑소더스가 펼쳐지고...
누군가는 이곳을 지나며 예전 그 맛이 아니란 품평을 덧붙이는 떡볶이의 고장 신당을 지나 졸다 왕십리로 방송 잘못 듣고 내리는 상왕십리.
최고의 환승 스테이션 왕십리... 이젠 이곳을 지날 때마다 분당을 너머 춘천까지 공간적 상상력이 뻗어나갑니다. 운 좋으면 환승구간에서 부도난 공장 양말을 100원에도 살 수 있는 곳이죠.
2호선은 지상 구간이 많아 덜 답답한 것 같아요. 그렇게 동네를 훑다 보면, 한동안 그날의 마지막 운수를 가늠하는 분노의 성수행. 한참 앉아가야 하는 이라면 전 정거장인 투썸 플레... 아니 뚝섬 플레이스에서 내리곤 하죠. 마지막 유흥의 유혹 건대입구를 지나(화양시장 시장치킨!!!! 우어, 역시
날고 드는 사람들) 강변을 거쳐, 아련한 한강의 밤빛을 바라오늘 하루를 돌아봅니다. 이제야 슬슬 귀에 익은 구 성내, 현 잠실나루를 지나 잠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저마다 바쁘게 피곤하게 수다를 떨며 혹은 졸며 귀가하는 2호선. 저마다의 다이내믹한 모습답게 돌고도는 2호선 순환선.
오늘도 남는 건 귓가에 맴맴도는 '에끼데쓰'네요.
물론 눈물은 펑펑나지 않았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앗 이제 내립니다.
1. 사당의 추억.
'14.7.29 11:03 PM (175.115.xxx.223)사당을 빼시면 섭하지요....2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곳...서울을 벗어날수 있는 4호선 전철을 탈수 있는곳
추억 어린곳....2호선 사당................2. 깍뚜기
'14.7.29 11:06 PM (175.223.xxx.10)그렇지요. 출구가 열개도 넘어 늘 복작한 사당. 그만 잠실서 내려버려서 반쪽 짜리 2호선이 되었네요 ^^
3. ^ㅡㅡ^
'14.7.29 11:08 PM (115.140.xxx.74)재밌게 잘 읽었어요
요거 패러디 같슴다 ㅎㅎ4. richwoman
'14.7.29 11:10 PM (24.42.xxx.236)너무 재미있게 글 잘쓰시네요. 입가에 미소가 어립니다.
5. ㅎㅎ
'14.7.29 11:10 PM (58.140.xxx.162)저에게는 영원한 서울운동장.. 어린이날 뽀빠이아저씨랑 신나게 뛰어놀던... (아이들을 구경하던..) ㅋㅋ
6. 냉커피
'14.7.29 11:11 PM (117.111.xxx.242)참말로 다른 느낌 진정 우리네 인생
7. 깍뚜기
'14.7.29 11:12 PM (175.223.xxx.10)우왓 서울운동장 시절이라면!! ㅎㅎ
8. 플럼스카페
'14.7.29 11:14 PM (122.32.xxx.46)닉넴이 안 보여 그 분이신가 했어요. 계 탔네요^^ 깍님 오랜만이세요.
진짜 전철 길게도 타십니다. 반대방행이나 거의 비슷한 시간 걸리시나요?9. 동대문 머시기..
'14.7.29 11:15 PM (119.194.xxx.154)그거 말하기도 어려워요,
한번 가봤는데 길 못찾고 나이 오십에 미아될 뻔 했어요.
정신 사납다고 하면 디자인도 이해못하는 무식 아짐으로 보일까요?...ㅋㅋ10. 깍뚜기
'14.7.29 11:17 PM (175.223.xxx.10)쓰고 나니 정말 기네요 ㅋ 잠실서 내려 더 간답니다;;
그니까요 자꾸 DDT라고 튀어나와요, 디디티는 으음? ㅋㅋㅋ11. 깍뚜기
'14.7.29 11:21 PM (121.133.xxx.134)플럼님 안녕하세요~~^^
12. 아 웃겨
'14.7.29 11:22 PM (222.110.xxx.27)아.. 정말 봐도봐도 명문이네요.
지하철 역 마다 아로새겨진 우리네 인생...
에끼데스~~~13. 다람쥐여사
'14.7.29 11:25 PM (175.116.xxx.158)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리는 ..
2호선 순환열차처럼 돌고 도는 우리네 인생...14. lll
'14.7.29 11:27 PM (124.5.xxx.162)막 다 상상이 되네요ㅋ
원글님 합정역에서 잠실까지 못앉아간줄알고 식겁했는데 그건 아니네요ㅋ
정말 2호선은 다이내믹한거같아요15. 극에서 극으로
'14.7.29 11:28 PM (175.193.xxx.248)출퇴근하시나봐요
정말 힘드시겠어요..ㅡㅡ;
2호선이 얼마나 지옥이에요..ㅠㅠ16. 짤쯔
'14.7.29 11:32 PM (116.37.xxx.157)저는 고려짝에 이용했는데 ...신도림이 젤 유명한거 아닌가요?
90년대 직장 다닐때 시청역에서 퇴근하면서
제목이 ????..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
이런 노래 있었잖아요
제게 이런 상황이 일어나서 마치 드라마 주인공이냥 ㅋㅋㅋ17. 결혼전
'14.7.29 11:41 PM (218.209.xxx.163)직장이 시청앞이었는데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하차가 가능했었죠..
18. 첨처럼만
'14.7.29 11:42 PM (118.32.xxx.93)부산에서 올라온지 얼마 안되었을때 서울역에서 동대문역사공원역에서 2호선 환승하려고 내렸는데 모든사람이 뛰는겁니다 (지금은 그게 빠른걸음이라는 것도 알고 저도 그 속도록 걷습니다^^) 저는 지하철 사고가 나서 뛰는줄 알고 뒤도 안보고 뛰었더랬습니다...;;; 글을 읽다가 서울 생활 초년기 제가 생각나서빙그시 웃으면서 한켠으로는 그리워하면서 댓글 남깁니다... 글 참 맛있게 쓰시네요 부럽습니다 ^^
19. 깍뚜기
'14.7.29 11:42 PM (122.38.xxx.211)원래 신촌서 타는데 (그래도 머네요 ㅋ) 합정서 잠깐 친구를 만나서 합정, 홍대역의 분위기를 체험했네요~
20. @@
'14.7.29 11:47 PM (106.243.xxx.254)동대문과 동대문운동장역을 내내 헷갈리고 상왕십리와 왕십리...아...미니 내린 적 허다했죠. 추억 돋네요.
21. 동대문역사공원
'14.7.29 11:48 PM (58.143.xxx.236)진짜 입에 안붙음. 거기 위에 엎어져있는 고래한마리는
타국에 끌려와 고생하는 ㅡㅡ느낌 물씬 그만
자기 고향찾아 가게 했음 좋겠다 느낌. 동대문경치와는
너무도 이질적임. 성수대교 넘어갈때는 잠시 숙연해집니다.
여튼 밤임 한강다리 넘어오는 야경은 멋지고요!
무사히 마친 귀가 축하드려요.ㅎ22. 깍뚜기님 이와중에
'14.7.29 11:51 PM (58.143.xxx.236)질문하나! 학창시절 인기 많으셨죠? 왠지 한번 더
쳐다보게 만드시는 힘 있으셔요!23. 서울안사는 사람은
'14.7.29 11:52 PM (175.113.xxx.63)몰라먹겠네요 소설 읽는것 같습니다
24. ㅋㅋㅋ
'14.7.29 11:53 PM (211.36.xxx.85)우리네 인생이라 들어왔는데
재미난글 진짜 잘읽었어요
두고두고 읽고 싶으니 지우지 마세요 ㅋ
뚝섬플레이스 ㅋㅋㄱ기25. paris99
'14.7.29 11:59 PM (115.22.xxx.16)깍뚜기님이셨어!!!!
예일대때부터 팬이지 말입니다
서울 전혀 모르는 지방녀자지만
술술 읽혀요26. 쓸개코
'14.7.30 12:00 AM (14.53.xxx.156)어머나 이게 누구셔요! 깍뚝님 반갑습니다.
배끼기 묘사 정말 탁월하십니다.! 조금 업그레이드 되어..ㅋ
근데 지하철 눈물녀는 지하철은 벗어난 듯^^27. 초5엄마
'14.7.30 12:01 AM (112.170.xxx.229)글에 깍두기님의 유쾌함이 담겨있는듯해요 한편으론 내 가까운 친구같구요. 좋은글 감사해요. ^^
28. ..
'14.7.30 12:15 AM (14.45.xxx.137)지방인이라.. 정확히 이해는 못하겠지만..
대강 어떤 느낌인지는 알 듯도 하네요..(모르면서 아는 척? ㅎㅎ)
내리셨다니 조심히 들어가세요..^^
걍 깍뚜기님 글에 아는 척 하고 싶어서 댓글 달아 봅니다..^^29. ,.
'14.7.30 12:24 AM (1.233.xxx.53)죄송하지만,, 이 글이 뭘 베껴쓴글인가요??
궁금하네요...^^:;;;30. zz
'14.7.30 12:26 AM (124.5.xxx.182)졸다 왕십리로 방송 잘못 듣고 내리는 상왕십리.
이거 한 두번쯤 경험한 사람들 많았을 겁니다. ㅋㅋ 혹시 깍뚜기님도 ㅋ31. ㅡㅡ
'14.7.30 2:20 AM (223.62.xxx.120)구의버스터미널(현동서울터미널)이 위치한 역은
구의역이 아니라
강변역.
초기에 잘못내린 시민들 원성이 자자했었죠
그래서 이름을 바꾼 것 같아요.
저녁 해가 뉘엿뉘엿 저물 때
강변역에서 구성내역(잠실나루역으로 개명됨)으로
긴 철교를 철커덩거리면서 건너는 열차안에서
한강을 바라보세요.
저녁놀에 비쳐 은색 비늘이 반짝거리는 수면이
참 예쁘답니다.32. 포리너
'14.7.30 6:30 AM (175.124.xxx.13)윗글 공감^^ 2호선은 제 대학시절을 함께해서요. 항상 붐비던 신도림. 제가 아는 사람은 술먹고 자다가 다음 역에서 내리면 되겠다 하고 맘 먹고 눈뜨면 계속 그자리. . 순환선이라 계속 돌다가 내렸다는... ㅋㅋㅋ
33. 강남역!!
'14.7.30 7:55 AM (14.32.xxx.157)전 반대편 노선만 이용했었네요. 홍대, 이대, 신촌과는 거리가 먼~~~
주말에도 주중에도 늘 강남역을 이용했었네요.
즐거운 추억이 많은 그곳, 이제는 고향처럼 느껴져요.34. 와우
'14.7.30 12:07 PM (99.249.xxx.110)깍형~ ㅎㅎ 오셨어요???
요즘도 연습 잘 하고 계신가요? 뭐 치고 계신지 살짝쿵 알려주세요.
그리운 2호선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웅~ ㅠㅠㅠ35. ..
'14.7.30 1:58 PM (125.143.xxx.128)앗! 뚜기님이다~
36. 깍뚜기
'14.7.31 9:28 PM (122.38.xxx.211)앗. 다들 안녕하세요! :)
저는 학창시절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죠 ㅋ
와우님, 요즘 베토벤이랑 브람스 치는데 너무 못쳐서 화가납니다요 ㅠㅠ37. 늘푸른
'14.8.1 5:07 PM (115.136.xxx.113)깍뚜기님의 유쾌하고 재미난 글을 오랜만에 읽네요
글의 내용이 머리속에 그려집니다~
합정은 홍대만큼이나 핫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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