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거기까지였습니다. 청와대 간부와의 부적절한 불륜 의혹까지 뒤엉키면서 학력위조라는 사건의 본질은 어느새 뒤로 물러났습니다. 언론의 무게 중심은 대한민국의 학계와 정치계가 신정아라는 팜므파탈의 유혹에 어떻게 놀아났는지에 옮겨졌습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일상을 들춰내기 시작했습니다. 검찰에 소환된 그녀의 패션, 그녀가 맨 명품 가방의 가격까지 뉴스거리 됐습니다. 한 언론은 그녀가 벗었다며 사진까지 공개했습니다. 언론은 그녀의 일상을 해체해 거침없이 폭로했고, 여론은 이를 날 것 그대로 소비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신정아는 당시 유행하던 '된장녀' 코드의 상징이었고, 사회는 그 반감을 신정아를 통해 해소하는 듯 보였습니다. 당시 저는 수사가 진행 중이던 서울 서부지검에 두 달 가까이 뻗치기(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무기한 대기하는 것)했는데, 기자들도 그녀의 학력 위조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유족들은 정작 유병언과 유대균, 박수경의 일상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유족들이 더운 여름 국회 앞에서 땀 흘리며 끈질기게 원했던 건 유 씨 일가의 조속한 검거보다 세월호 특별법이었습니다. 세월호보다 대한민국의 치부를 먼저 인양하길 바랐습니다. 반면, 우리 사회와 언론은 세월호 참사 100일이 넘은 지금, 유대균과 박수경에 더 분노하고 있습니다. 자기모순을 못 견뎌서 일까요. 일부 언론은 유족과 선을 그으며 되레 유족이 감정적이고 이기적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유족들의 대응 방식이 차라리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심지어 이타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우리 사회와 언론이 사건의 본질에서 조금씩 멀어져가는 사이, 유족들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 세월호라며 외롭게 중심을 잡고 서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