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이 드셔서 관절염이 좀 있으세요,
동생은 그걸 유심히 봤다가 엄마 안됐다고 캐리어형 장바구니를 사드리더군요. 기특한 아이죠 ?
시간이 지나니, 저도 엄마 상태를 알게 되었고 그게 자가면역질환이니까 밀가루 끊으시면 더 좋아진다고 알려드리고,
콜라겐 재생한다는 야채스프도 만들어 드려봤고, 나중엔 레시피 드려서 엄마가 직접 만드세요.
그리고 아예 감자나 양파 토마토 참외같이 무거운거는 상자째 인터넷 주문해 드리고 있어요.
돈주신다는데 그거 소액인데 받기도 그렇고..
인터넷 물건도 괜찮네, 좋아하셨어요. 한 상자의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신기해 하시고요.
원래취지인 장보기 도움 외에 부수적인 효과로 소소한 대화가 많이 늘어났어요.
제 성격이 뻣뻣해서 모녀간에 대화도 별로 없었는데,
맛있다 맛없다, 비싸다, 싸다, 햇사레다, 강원도 미백이다, 대학 찰옥수수다
수미감자, 분이 많이 나는 수백감자다 해서 자질구레하게요.
미묘한 맛차이에 대한 대화는 정말 무궁무진하더라고요.
근데 며칠전 24센티 전골냄비 뚜껑이 망가졌는데 마트에서 뚜껑만 파는 코너를 못찾았고.
뚜껑만 인터넷으로 검색하니1900원이더라고요. 강화유리도 그렇게 저렴하다는 거 처음 알았어요.
그래서 지나가는 말로 " 뚜껑 인터넷으로 시켰어요, 1900원이야, 되게 싸지 ? 근데 배송비가 2500원이네."
그랬더니 갑자기 버럭 짜증을 팍 내시면서 " 그거 길거리에서 천원이면 살 걸 왜 배송비 들여서 시켜 ? "
착한 일 하려다가 욕만 먹은 저도 너무 열 받아서
" 한 달 째 계속 안 사오니까 시켰지. 천 원밖에 안한다며 고장난 걸 빨리 보수 안하고 미뤄 ? "
이렇게 쏘아 붙였네요.
정말 싫은 비난의 핑퐁대화. 부정적인 감정의 증폭.
가스렌지며 이엠액이며 그동안 필요한 것 이것저것 사드린 노력한 공 와르르 무너졌어요.
생각해 보니 전업되신지 수십년이라 나가는 돈 막는게 최대의 관심사이시라
조금이라도 비싸게 사면, 반사적으로 나오는 행동일 텐데, 제가 너무 파르르 한 거 같아요.
동생이었다면 상냥하게 " 엄마, 그럼 지금이라도 취소할까 ?" 그랬을테고
"번거롭게 뭔 취소냐 ? 그냥 그렇다는 거지.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사람 언제 만날 줄 알고, 그냥 시켜라 "
엄마는 존중받는 느낌들고 본인의견은 관철하고.
이렇게 유연하게 넘어갔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