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계곡 물 불어나 사람들이 휩쓸리는 영상.
우리나라인지 다른 나라 영상인지 알 수는 없으나
제가 저 상황을 약 20년 전 쯤인 초등학교 5학년 경 직접 격은 적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수련회를 갔었어요.
아주 얕은 물이 흐르는 계곡 근처에서 캠핑을 하기로 했었는데...
텐트를 모두 치고, 모두 모일 수 있는 큰 천막을 치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여 앉았지요.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부슬부슬 내리는 비...많이 내리지도 않았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 15분도 되지 않아 동네 가게에 무언가를 사러갔던 제 친구녀석이
급히 뛰어오면서 "당장 거기서 나오래요. 금방 물 불어나서 큰일난데요~"라고 소리치더군요.
사실 그 근처 계곡의 물은 발목까지 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발목까지 오는 물을 건너 얕은 야산에 편 텐트들...
그 당시 '비도 얼마 안 오고 물도 안 깊은데 뭘...'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희 인솔을 책임졌던 선생님께서 갑자기
작은 가방에 꼭 필요한 물건만 챙기고 물을 건너 동네로 가자고 하시더라구요.
개인 짐만들고 물로 가니 이미 물이 무릎 밑까지 오더라구요.
비 내리기 시작한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40여 명 우리 일행 중 아이들을 먼저 내 보내고 어른들이 나올 즈음 물이 무릎을 넘어 섰습니다.
저희 옆에 텐트를 치고 있었던 가족들 중 서너 가족은 저희보다 조금 늦게 나오기 시작했고...
대가족이 놀러왔던 한 팀은 유난떤다며 저희를 비웃으며 움직이지 않았었고...
저희가 다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포수 쏟아지던 물줄기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저희보다 조금 늦게 나왔던 가족 중 일부는 고립되어 있다가 구조대에 의해 구조되었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가족들은 일부가 물에 휩쓸려 내려갔고
결국 구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다음 날 아침 들었습니다.
동네 어른들 말씀을 그대로 달려와 전했던 제 친구녀석과
인솔 선생님의 과감하고 빠른 결단력과 대피 덕분에
저희 텐트, 짐, 며칠 분의 식량 모두 물 속으로 사라졌지만
한 명도 다친 사람없이 전원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계곡 물이라는 것이 참 무섭더군요.
발목도 안 오던 잔잔한 시냇물이 거대하게 소용돌이 치는 흙탕물이 되어
사람과 차와 짐들을 짐어 삼키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 이후 저는 절대 계곡 근처에 안 갑니다...무서워서요...
계곡 근처로 피서 가시는 분들...부슬부슬 오는 비라도 조심하세요.
상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들의 충고 절대 묵과하지 마세요.
갑자기 그 영상을 보고 그 날의 일이 떠 올라 ...
모두들 즐겁고 안전한 여름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