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세월호100일, 5] 제 대신 힘든 길을 가시는 유가족분들께...

청명하늘 조회수 : 807
작성일 : 2014-07-23 19:51:43

대한민국은 4.16 세월호 학살 사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들 합니다.
제 생활도 그날 이후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한 두 가지가 변한게 아니라 무엇부터 글을 써야할지 두서가 없지만,

일단, 제 아이를 대하는 저의 마음 자세부터가 바뀌었습니다.
원래도 딸밖에 모르는 딸바보인 저였지만, 예전의 딸을 대하던 사랑스러움에 더해 애틋함이 간절합니다.
지금 길에서 단식을 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시는 유가족분들... 꿈엔들 자식과의 이별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잠시 잠깐이라도 딸아이와의 이별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이며, 죽음의 공포 속에서 구하러 오지 못할 엄마아빠를 애타게 부르며 힘들어 했을 아이들의 모습은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습니다.

다 구했다고 했습니다.
정말 다행이구나... 정말 다 구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100일이 되는 지금까지, 정부는 한 사람도 구조 하지 않았습니다.
2주 정도를 매일같이 울며, 정지된 화면같은 tv를 원망으로 쳐다보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 미안함...
펑펑 울고 난 어느 아침...
나는 엄마다. 나도 엄마다.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행진도 하고, 서명도 하고... 그러면서 점점 더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내 아이가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은 결코 내 아이를 지켜주는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돈과 권력에 침몰하는 세월호였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착한 아이들은 침몰하는 배 안에서 살아오지 못했습니다.
결코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는 걸, 세월호 참사는, 희생된 아이들은 깨우쳐 주었습니다.

가만히 있는 어른들 때문에 또다시 희생될 수 밖에 없는 어린 생명들...
이제는 결코 가만히 있는 어른이어서는 안된다는 깨우침에,
유가족들과 함께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살아돌아오지 않을 자식... 가만히 있어도 보상해 줄 보상금, 협상...타협...
그러나 유가족들이 택한 것은, 아이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아야했고, 책임을 물어야 했습니다.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는 진짜 부모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100일이 되는 지금까지... 보여주신 모습을 보며, 지금은 지지가 아닌 존경의 마음으로 따릅니다.

그동안 많은 사고와 많은 희생자들이 있었지만,
여직 그 죽음을 공익으로 싸운적이 있었을까... 잘 모르겠지만, 제가 그만큼 관심이 없었겠지만, 없었지 않았나...
지금 유가족들은 진상규명, 성역없는 조사, 책임자 처벌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해 싸우고 계십니다. 세월호 특별법제정...

내 아이를 위한 법입니다.
그래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거리 서명에 나섰고,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인시위에 나섰습니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이웃에게,
택시를 타면 택시기사님께,
식당을 가면 식당 주인에게,

제발 오해없이 유가족이 원하는 4.16 특별법 제정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지금 제 대신 비를 맞고 길을 걷고 계신 유가족 분들의 무거운 걸음에
제 마음 한자락을 보내 드립니다.

100일이 되는 내일, 제 아이에게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아이와 함께 국회에서 공덕까지 행진에 참여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녁 7시30분, 시청광장으로 달려나가겠습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함께하겠다고, 고맙다고 꼭 인사드리겠습니다.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분들과 가족분들께는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매일밤 어서 돌아오기를 기도드립니다.
건강 잃지 마시고 힘내세요...

IP : 112.158.xxx.4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4.7.23 7:55 PM (39.7.xxx.150)

    갈까 말까 할땐 가라 그랬지요.
    비도 온다는데, 바쁜데, 나말고 다른 사람들이 가겠지...
    그래도 가야하나...생각하는 분들 같이 갑시다.
    지금 아니면 안될 수도 있습니다!!

  • 2. 생명지킴이
    '14.7.23 7:56 PM (116.34.xxx.26)

    청명하늘님 마음과 함께합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3. 청명하늘
    '14.7.23 8:02 PM (112.158.xxx.40)

    네. 함께해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 4. 청명하늘
    '14.7.23 8:15 PM (112.158.xxx.40)

    [세월호100일] 100인 릴레이 글쓰기에 참여부탁드립니다.
    취지는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1840903

  • 5. 블루마운틴
    '14.7.23 9:00 PM (121.190.xxx.75)

    청명하늘님 항상 애써주셔서 감사드려요!

  • 6. 청명님, 감사해요.
    '14.7.23 9:06 PM (222.237.xxx.231)

    덕분에 82쿡 게시판을 다시 들여다 보게 되었네요.
    잊지않을게...진상규명 그날까지...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2614 둘만 있을땐 잘하는데 여럿이 있을때 은근히 나를 까는 친구, 뭘.. 10 어부바 2014/07/29 4,197
402613 그동안 버러지 한마리가 82 물을 흐리다가... 저도 이제 35 美親年 지랄.. 2014/07/29 2,257
402612 제 증상 좀 봐주세요 - 6 제발 한분이.. 2014/07/29 1,885
402611 좁은 집에서 아래층 소음 안 내면서 할만한 유산소운동? 6 워킹맘도날씬.. 2014/07/29 2,339
402610 냄새나는 중년 여자들 많아요 82 괴로워요 2014/07/29 37,413
402609 자동차가 고장났을 때 자차보험으로 처리 되나요? 6 2014/07/29 3,435
402608 오늘 전셋집 입주청소해요 오늘이네 2014/07/29 1,049
402607 세탁기좀 추천해주세요 제발요 엉엉~~~ 1 ... 2014/07/29 1,137
402606 "세월호 흑색선전 전단지, 대량살포중" 1 샬랄라 2014/07/29 916
402605 착한 후배사원에게 작은 선물로 뭐가 좋을까요? 5 직장맘 2014/07/29 1,010
402604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다는데요... 10 아인슈타인 2014/07/29 3,425
402603 주변에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 본 적 있나요? 8 혹시 2014/07/29 1,833
402602 짠 오이지 구제방법 3 소222 2014/07/29 2,124
402601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8 어제 2014/07/29 2,066
402600 참선을 하면 뭐가 좋은가요? 11 선잠 2014/07/29 1,951
402599 (질문)모니터가 "딱" 소리가 나며 꺼졌을 때.. 3 컴퓨터 2014/07/29 1,065
402598 32세 남자 암보험89000원 어떤가요? 7 모모 2014/07/29 1,431
402597 본인에게 그리들 자신 없어요? 24 어휴 2014/07/29 5,128
402596 하체 짧고 통통한 아줌마 반바지 어떤스타일이 날씬해 보이나요? 4 꼭사고싶어요.. 2014/07/29 2,558
402595 고액 자산가들은 집을 파는군요. 29 ... 2014/07/29 8,118
402594 또 선거가 오긴 왔나보네요 11 드디어 2014/07/29 1,274
402593 구원파에서 ~엄마라는 호칭은 무슨 의미죠? 8 검색했음 2014/07/29 3,293
402592 부티는 모르겠고 귀티나고 지적인 건 알겠네요. 5 2014/07/29 10,113
402591 부티나는 여자의 전형적 예 ㅡ 영화 52 부티 2014/07/29 35,634
402590 아래 박정희...일베충 글에 욕하고 싶은 사람들은 여기다 시원하.. 12 먹이금지 2014/07/29 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