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월호 참사 100일, 우리는 충분히 아파했는가
박희정 세월호 안산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자식이 돈으로 계산이 되나요?"
해당 글에는 1인당 총 10억 원 가까운, 근거도 없는 보상액이 언급된다. 멋대로 거액의 보상액을 던져놓고는 국가유공자의 보상액보다도 훨씬 많은 액수를 요구한다는 비난도 곁들인다. 유가족들이 요청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의 의도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논리를 구성하기 위해서이다.
유가족들은 의사자 지정과 대입 특례입학 등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보상과 배상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이 먼저'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자꾸 이러한 루머들이 퍼지는 것 때문에 상처받고 있다. 21일 국회에서 만난 단원고 2학년 6반 고 권순범 학생의 어머니 최지영(51) 씨는 피를 토하듯 분노의 심정을 쏟아내었다.
"어떻게 돈하고 계산해요? 자식하고. 내가 10억 주고 우리 아들 살려달라면 해줄 거예요? 그럴 수 있다면 내가 어떤 짓을 해서라도 그 돈을 만들어 줄 거예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느냐고요."
최지영 씨에게 순범이는 일하느라 바쁜 엄마를 위해 청소며 빨래를 도맡아 해놓던 "하는 짓마다 예쁜" 자식이었다. 엄마는 이름처럼 고운 막내아들이 사라진 세상을 어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가슴을 치고 있다. 자식을 잃고 나서 '돈'으로 '보상'이 될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최지영 씨는 도무지 이해되지가 않는다.
같은 반 희생자인 고 이장환 군의 아버지 이세주 씨는 이런 말을 들려줬다. "살면서 돈이 있을 때도 행복했고, 없을 때도 행복했어요. 왜?…가족이 있으니까."
돈이 있어도, 없어도, 가족이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그 가족 중 하나가 없다. 그 상실감에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 사회는 무섭다.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성'이 파괴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생명마저도 돈과 바꾸며 '참사'를 반복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