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큰 얘야!, 억- 어무이!(픽션)
잠이 올 리가 없다.
이럴 때 늙어 꼬부라지기는 했어도 최뭐시기라도 옆에 있었으면 덜 허전하련만 그는 지옥에 끌려 간지 이미 오래 이고, 정뭐시기는 이목이 번잡하여 아무 때고 불러들일 수가 없다.
마음에도 없는, 팔자에도 없는 독수공방이다.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 하나?
쥐새끼 같이 해본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으니 세상이야 눈물바다가 되었어도 그런 것은 걱정도 안 되지만, 시시각각 자신을 향하여 달려오는 원망과 "물러나라!"는 함성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모를 리가 없고, 모른 체 할 수도 없다.
“내가 남은 3년 반을 무사히 채우려나?” 오직 그 걱정뿐이다.
물러난 뒤의 걱정은 없다.
그 아비도 언제 물러 난 뒤의 걱정을 했던가?
엎치락뒤치락 하다 어느 순간 이마 위에 올려놓았던 팔이 스르르 옆으로 떨어지며 설핏 잠이 들었다.
흰 한복 단정히 차려입은 키 큰 어머니가 다짜고짜 달려오더니 "얘야- 큰 얘야!, 내가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고 그렇게 타일렀건만 이제 어떻게 할 셈이냐?" 하며 혀를 끌끌 차더니 "딸자식 하나 잘못 두어 이제 네 아비와 어미는 뼈도 다 썩지 못하고 뼈다귀가 추려지게 생겼으니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으냐?"하고 횡-하니 뒤도 안 돌아보고 성큼성큼 나간다.
휘적휘적 나가는 어미의 뒷머리에 구멍이 뻥 뚫려 있고 뚫린 구멍으로 검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려 흰 한복이 빨갛게 물을 들었다.
급하게 드러누웠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어미를 잡기위해 방바닥에 발을 딛는 순간 미끄러 넘어져 손으로 방바닥을 짚고 일어서려니 손바닥에 뜨겁고 끈끈한 것이 잡힌다.
얼른 손바닥을 펴보니 손바닥에도 피요, 잠옷에도 피범벅이요, 천지가 검붉은 피다.
그 순간 백골만 하얗게 남은 유병언이 달려들어 목을 죄어온다.
순간적으로 놀라고 숨이 막혀 “헉!”하고 숨을 돌리고 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휘적휘적 사라지는 어미를 붙들기 위해 검붉은 피가 묻은 발로 뒤따라가다 “찍-!”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으며 팔을 흔들며 “어무이!"하고 외치는 순간 설핏 선잠 들었던 잠이 확 깼다.
온 몸에서 땀이 비 오듯 하고 입고 자던 잠옷은 물에 헹구어 낸 것 같이 젖어있다.
엎치락뒤치락 뜬 눈으로 날 밤을 새웠다.
아침 일찍 당직비서관을 시켜 비서실장으로 하여금 긴급히 기자회견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
아침 아홉시 정각에 기자회견장 마이크 앞에 섰다.
대본이나 프름포터 없이 마이크 앞에 서보기는 처음이다.
큰 얘의 발언이 시작되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이시간부로 ?&*^%$#@?"
그것으로 기자회견은 질의응답도 없이 끝났다.
노트북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리느라 기자들의 손가락 끝에서 불이 나고, 성질 급한 기자는 전화로 언론사뉴스데스크와 쉴 새 없이 입으로 속보를 토하느라 혓바닥에서 쥐가 나고, 가까이 있는 언론사 기자는 콩 튀듯 튀어나가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언론사로 달려가고, 즉시 모든 방송이 정규프로를 중단하고 긴급속보를 내 보내기 시작했다.
어느 새 서울을 비롯한 각 도시의 광장에는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든 시민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기 시작했다.
긴급 속보의 제목은 “오늘 이 시간부로 박근혜는 ?&*^%$#@?” 였다.
그로부터 한 시간여 뒤 누구의 제의도 없었으련만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든 시민들로 시청광장이 꽉 채워졌고, 누구의 제의인지도 모르는 사이에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입에서 <애국가>와 <임을 위한행진곡>이 절로 퍼져 울리기 시작했다.
감수성 여린 여성들은 광장에 퍼질러 앉아 몸부림을 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열혈청년들은 입이 찢어져라 "대한민국만세!"와 “민주주의 만세!”를 외치기 시작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 따라 울지 않을 수 없게 했다.
환희와 통곡이 뒤범벅이 된 광란의 도가니였다.
마침내 새날 새 역사가 시작 되었다.
60년 미뤄온 친일청산과 흔들림 없는 민주주의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끝)
내일 시청광장에서 있을 세월호를 보낸 지 100일 집회 뒤의 일을 상상해서 그려본 픽션입니다.
이런 날이 언제쯤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