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뜨거웠던 열기가 벌써 잊히는 듯하지만 지난 6·4 지방선거를 통해 가장 크게 부상한 인물을 꼽는다면 단연 안희정 충남지사다. 정치권에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민선 6기 재선에 성공한 안 지사를 두고 대권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선거 승리의 환희가 사라지고 현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즈음인 지난 15일, <일요신문>이 충남도청에서 안희정 지사를 직접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략)
―엄연한 대권주자다. 지난해 이 질문엔 ‘맛집은 맛집대로 소문난다’고 답했다. 재선 이후 이제 제대로 된 맛집 준비가 필요한 거 아닌가. 요즘 맛집은 경쟁도 심해서 맛에 대한 연구는 물론 마케팅도 필요한데.
“일단 자기 스스로 자기가 내는 맛이 맛있다고 판단해야 히트하는 거 아니냐. 나 스스로 충실하게 일하는 게 제일이다. 다른 누구와 비교하면 인생 망친다. 일단 내가 정치인으로서 즐겁고 보람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고 나서 국민들이 다른 일을 하라고 시켜주면, 그리고 내 스스로 용납이 되면 나서는 것이다. 이게 내 인생의 유일한 플랜이다. 일단 도지사 열심히 하겠다.”
- 덧붙여 ‘김대중, 노무현의 장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제 안 지사와 문재인 의원의 친노 적자 전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언론들이 너무 가볍고 고약하게 분석하는 거다. 내가 말하는 적자와 장자는 내 인생의 철학과 가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누구랑 (정치적으로) 경쟁하는 일이 아니다. 앞서 마케팅 얘기가 나왔는데, 다 구차적인 일이다. 정치는 종합적 소비 상품이다. 휴대폰이나 자동차와 다르다. 너무 마케팅 기법 가해버리면 절대 본인이나 결과에 안 좋다. 적자전쟁? 그런 거 없다. 벚꽃이 다른 벚꽃보다 빨리 피려고 경쟁하듯 피는가. 때 되면 피는 법이다. 문제는 그 벚꽃 뿌리 속에 얼마나 분홍빛을 저장해 뒀는지가 중요하다.”
안희정 지사는 대권 도전에 대한 연이은 질문에 ‘맛집’과 ‘벚꽃’을 은유로 자신의 입장을 완곡하게 표현했다. 맛집은 결국 맛을 내는 스스로가 노력을 통해 만족해야 하고, 벚꽃도 뿌리 속 깊이 색을 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표현 속에서 대권에 대한 그의 의미심장하면서도 묘한 자신감이 전해졌다. 결국 맛집도 소문 날 때면 나고 벚꽃도 필 때면 피게 된다는 동서고금의 진리가 대권에 대한 그의 대답을 대신한 셈이다. (중략)
―요즘 ‘월드컵은 증명하는 자리’라는 말이 화제다. 안철수 대표는 이번 재보선에서 자신을 증명해야하는 것 아닌가.
“한 번 이기고 지는 것 때문에 사람을 쓰거나 버리면 안 된다. 그래도 안 대표는 과거 국내 정보통신분야 기업 역사에서 상당한 수준을 이룬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가치에 책임을 느꼈던 사람이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판에 보내진 거다. 정치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꼭 1등을 해야 친구하나. 과락을 해도 친구는 친구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로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지금은 힘을 모을 때다. 누구 까면 안 된다.”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정도전> 탓에 요즘 많은 정치인들에게 던져지는 질문이다. 이 시대에 필요한 사람은 ‘정도전’이냐 ‘정몽주’냐.
“정도전도 정몽주도 아닌 시민이다. 역량 있는 시민이 필요하다. 정도전이 꿈꿨던 나라의 한계가 뭔지 아는가. 결국 시민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한 거다. 그 시대의 민주주의 수준 탓이다. 뛰어난 사람이 역사를 바꾸는 게 아니다. ‘주인 된 백성’이 많아야 제도화된 민주주의가 완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한국 시민의 수준은 상당히 올라왔다. 지금 우리의 문제는 앞서도 얘기했지만, 정작 정치가 국민을 못 따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관심을 갖고 계속 지켜보는 정치인입니다.
아직 전국적인 인지도가 부족한게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