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1년쯤 되었고 이제 아기 가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나름 직장이 인정적이라.. 복직해도 나쁘지 않은 직장이거든요. (6시 칼퇴근할 수 있고 업무강도도 그닥 세지않아요. 다만 창의적인 직업이다 보니 스트레스는 받아요.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스트뤠스 ㅎㅎ)
아이를 갖기에 앞서서 복직을 할 것이냐 퇴직을 할 것이냐로 저는 고민이 많거든요. 친정이 근처이긴 하지만 친정엄마도 사회생활 중이라 붙박이로 아이를 봐주실 순 없으시고요.
어제 남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여보, 요즘에는 하루 종일 애기 봐주는 도우미 아줌마 조선족도 150이래. 내 월급에서 그거 빼고 나 점심 사먹고 출퇴근 교통비 하고 나면 남는 게 없겠다."
했더니.. 남편도 생각하는지 별말 없더라고요. 그냥 음...그건 그렇지만... 글쎄..이런 식으로 대답만 하면서요. 남편은 평소엔 일하는 여자가 좋다, 니가 능력 인정 받고 일하는 거 자랑스럽다, 하면서도 아이가 3살까지는 엄마가 키우는 게 좋지 않을까? 왔다갔다 해요.. 예전에는 "오퐈만 믿어! 너는 전업 하는 거야!!!" 하더니 본인도 사회생활에 치여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지 요즘엔
"니가 회사에서 인정받는 게 내 일처럼 기쁘구나아아앙." 하는 드립도 칩니다 ㅋㅋ
그런데 저희 친정엄마는 본인이 사회생활을 오래 하셔서 그런지 여성들이 출산 후에도 꼭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단지 저랑 다른 상황이라면 저는 어릴 때 외할머니가 키워주셨고 상주하는 시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근데 엄마는..한 3년 정도는 내 월급은 고스란히 아이한테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복직하라고 하네. 3년은 남는 거 없어도 그 이후에는 아이한테 드는 시터 비용도 확 줄거고(어린이집 종일반 보내고 파트타임 시터를 쓰거나 엄마가 잠깐 봐주시거나) 그러면 그 이후에는 내 경력도 단절 안되고... 이후로 10년 정도는 직장 생활할 수 있으니까. 근데 나도 일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내 애는 내가 보고 싶은 맘도 있고... 근데 가정 경제나 내 경력을 생각하면 복직하는 게 맞고...아 어려워... 애를 누가보냐고!! 소는 누가 키우냐고!! 흐흐 "
했더니 남편이 골똘히 생각하다가 대뜸 이러더라고요
"그럼 우리 엄마를 집에 오시게 해서(3시간 정도 거리의 지방에 사세요. 근처에 아들딸 다 사시고 시아버지도 계심. 연세는 예순다섯) 엄마한테 용돈 조로 80만원 정도 드리고 파트타임 시터를 써서 한 80만원 정도 드리는 건 어때? 150만원을 한 사람한테 다 주는 건 아깝잖아. 엄마가 애도 잘 봐주실 거고 너도 편하고...(너도 편하고....너도 편하고....너도 편하고........)"
(응? 뭣이라고? 내가 잘못들었나...)
헐......저도 모르게 버럭 큰 소리로
"안돼~!!!! 말도 안돼!!"
했습니다. 남편이 급 불쾌한 표정으로 "왜?" 되묻길래
"어머니 너무 힘드셔! 젊은 사람도 애기 보다가 손목 발목 허리 다 나가는데 안돼안돼!그건 불효라고!!!" (지금 생각해도 제 순발력은 신의 한수였습니다...)
효자왕 남편은 제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별말 없더라고요.. 근데 왠지...저 애기 낳으면 나가서 돈 벌고 시어머니가 올라와서 애기 본다는 명목으로 저 시집살이하게 될 거 같아요 ㅠㅠ
시어머니 인품은 좋으신 분입니다. 그치만 단 한번도 사회생활 해보지 않으셔서 집밖의 일은 아무것도 0%도 모르시는 분입니다. 또 남편의 조카들 보니 육아에도 엄청 간섭이 심하시더라고요. (애기가 감기만 걸려도 니가 임신했을 때 어쩌고 부터 나옵니다. 대놓고 말씀하시는 건 아닌데 엄청 쪼그만 소리로 공시랑공시랑 거리시는 거 여러번 들었어요. 형님은 시어머니가 이렇게 생각하시는 거 모르실 수도 있어요 ㅋㅋ 목소리는 밤 12시 샤론스톤 뺨치게 나긋나긋하심)
그나마 멀리 떨어져 있는 덕에 시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이 저렇게 얘기하니까 뜨악하더라고요..
덜컥 애 가지면 안되겠죠?ㅡㅡ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전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요? (복직과 퇴직... 퇴직을 할 경우.. 지금 하는 업종이 프리랜서가 가능해서.. 어느 정도 용돈벌이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지 한번 프리를 선택하고 나면 재취업은 쉽지 않겠죠. 그리고 지금 직장이 아기엄마가 다니기에는 나쁘지 않고요... 연봉은 현재 3500 정도고요. 휴일근무나 야근 전혀 없습니다. 연차도 눈치 없이 쓸 수 있고요..)
아....이제 아기 가져보려고 엽산이니 뭐니 챙겨먹고 신랑이랑 어흥 놀이 좀 할까 했더니...시어머니가 발목을 잡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