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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안산 단원고 학생들 40여 명이 학교에서 국회까지 걸어왔다.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1
5일 학교에서 출발해 광명에서 하룻밤을 지냈고, 16일 광명에서 국회로 향했다. 이틀 동안 47㎞를 걷는 강행군이었다.
단원고 학생 둘이 구급차에 몸을 실을 정도였다.
시민들은 마중을 나왔다. “사랑해”라며 학생들을 독려하는 엄마들도 많았고, “잊지 않을게요”라며 박수를 치는 시민들도
많았다. 학생들도 반갑게 인사했다. 환영받지 못한 사람들은 기자들뿐이었다.
16일 오전 11시20분께 광명대교를 건너는 학생들을 촬영하던 MBC 카메라 기자는 현장에서 학생들 항의에 현장에서
밀려났다. 캠코더를 든 단원고 학생은 MBC 기자에게 “왜 촬영을 하는 거에요? 어떻게 쓰실 거에요?”라며 물었다,
이후 MBC 취재진은 현장에서 떨어져 학생들을 촬영해야 했다. 같은 질문을 받은 CBS노컷뉴스 기자는 “이 행진을 꼭
기록해 보도하고 싶다”고 말하며 자리를 지켰다.
JTBC와 오마이TV는 선두에 서서 행진을 촬영했다.
일부 기자들은 동행취재를 했지만 대다수 기자들은 ‘동행’하지 못했다. 앞뒤를 오가며 조용히 메모하고 셔터를 눌렀다.
한 기자는 “항의를 받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차량은 차에 붙인 ‘동아일보’ 마크를 떼어낸 뒤 학생들을 따라갔다. 한 사진기자는 “10m마다 매체를
확인해 힘들었다”고 말했다.
1박2일 행진을 공식적으로 취재할 수 있었던 매체는 JTBC 뉴스타파 한겨레 오마이뉴스 단 4곳이었다. 카메라는
멀찍이 떨어져야 했다.
공영방송사 기자들이 세월호 보도를 사과할 정도로 언론은 망가졌다. 국회는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위원회’의
추천비율 문제와 수사권 부여 문제를 놓고 다투고 있지만 언론이 보기에 이건 ‘정쟁’이다. 청와대 책임을 묻는 언론은
손에 꼽을 정도다. ‘성역’을 만들고 있는 또 다른 주체는 언론이다.
이날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함께 살아나오지 못한 친구의 이름과 “보고싶다”는 말을 적은 깃발을 국회에 꼽았다.
단원고 학생들은 언론이 눈물이 아니라 권력을 취재하길 바라고 있다. 그 동안 언론은 정부의 보도자료 받아쓰기에
바빴고, 데스크는 눈물을 짜내는 이야기를 원했다.
1박2일 동행취재를 한 기자는 “세월호 참사는 이런 ‘눈물 나는 스토리’가 아니라 원인과 책임자를 제대로 찾아야 하는 문제인데 언론은 정반대였다”며 “지금 이 상황을 만든 것이 누군지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원문 (사진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