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일본스런 것 중에...

갱스브르 조회수 : 2,087
작성일 : 2014-07-16 18:43:54

우울함을 껴안아주는 영화를 만나고 싶을 땐 일본영화를 본다

누가 지어낸는진 모르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

너무나 많은 의미와 상징이 함축된 적절한 괴리감이다

두세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

일본 가전제품이며 일제면 다 최고라 치던 그 시절

친구들이 보여준 잡지 속 일본 여자들의 뽀얀 얼굴과 특유의 분위기에 끌려

이름도 모르는 어느 여자 모델의 사진을 수첩에 넣고 다녔다

'요술공주 밍키"와 "캔디"의 나라 일본을 무척 동경했다

이야기는 다채롭고 무궁무진했으며 아시아권이라는 공통 분모 외에 뭐 하나 공존하기엔 불가능해보이는 나라

DNA에 박힌 과거에 대한 상처는 별개로 다다미방과 오밀조밀한 그림자가 내려앉은 집

지나치게 깔끔하고 조곤조곤한 사람들

내 일본 여행의 첫인상은 그랬다

이른 아침 까마귀 우는 소리가 알람처럼 들리기까지 적응이 쉽진 않았다

상상할 수 없는 퇴폐와 고상한 기개가 속을 알 수 없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더 신비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참을 일본 영화에 빠져 그 지루하고 담백한 대사를 맘속에 담아두고 곱씹기도 했다

연보라색 니트에 꽃무늬 치마를 입고 손님을 맞았던 할머니

일흔을 훌쩍 넘긴 그 연세에 늘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야사시하게 웃으셨다

20여 년 전이니 아무리 장수국가라 해도 지금은...

가면인지 화장인지 모를 얼굴과 청초하다 못해 청승맞은 차림의 여자들

올망졸망한 남자들의 걸음걸이

듣도 보도 못한 갖가지 탈취제들...

냄새에 유독 민감한 여기 사람들의 에티켓은 필요 이상으로 타인을 배려한다

습기와 바람과 비가 그리고 언제 덮칠지 모를 지진에 순응하는 사람들

처음 지축이 흔들렸을 때 정신이 혼미해진 나와는 달리 기둥을 붙잡고 연신 대화를 이어가는 그 초연함과 침착함

엎어진 물잔 바꿔주고 쓰러진 탁자 바로 세우고 영업은 계속됐다

카드 결제를 하고나서야 내가 살아있구나 실감했다

여름 햇빛이 강할수록 맘이 축축해지는 때가 있다

언제나 한 톤 다운된 일본 영화의 영상을 보노라면 그 심심함에 빠져 숨이 죽는다

잘 절여진 배추처럼...

절제와 오버가 하나라는 걸 알게된다

극우 극단이 활개를 치는 이유도 말이다

불안이다

치매걸린 정치인들의 망발은 어쩜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아베의 정신없는 소리와 어느 할머니의 가슴 따뜻한 편지

우린 사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에게 일본은 여전히 궁금하고 보고 싶은 곳이다

신주쿠의 화려한 불빛보다

잿빛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다

IP : 115.161.xxx.10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7.16 7:22 PM (121.183.xxx.216)

    글을 잘쓰시네요

    집중해 읽을만큼..

  • 2. 일본 싫어요...
    '14.7.16 7:58 PM (182.227.xxx.225)

    위정자들은 너무나 뻔뻔하고...
    국민들은 너무나 비겁하고...

  • 3. 카모메 식당
    '14.7.16 8:25 PM (220.89.xxx.148)

    아루이떼. 안경...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4380 요새 너구리라면 맛이 없나요? 뭘살까 고민중 6 진라면순한맛.. 2014/12/09 1,423
444379 벤타에어워셔 쓰시는분 계신가요? 8 상상 2014/12/09 2,104
444378 사주 어느 정도 믿을 만 한가요? 9 fltkzh.. 2014/12/09 3,399
444377 뷰러 5 2014/12/09 992
444376 가족의비밀 보시는분 5 애청자 2014/12/09 1,720
444375 1월1일 신정에 홍콩가면 어떤가요? 2 새해 2014/12/09 1,292
444374 초등6학년 딸 여드름 치료 조언 부탁드립니다. 8 여드름고민 2014/12/09 4,899
444373 앞으로 대한항공은 안녕~ 6 조용히 2014/12/09 1,259
444372 오늘 롯데월드 가는데.. 10 덜덜 2014/12/09 2,412
444371 퍼스트트린트먼트에센스 추천해주세용 2 화장품 2014/12/09 854
444370 번역일이 힘들다는데... 21 age 2014/12/09 3,390
444369 15년 직장생활/직장내 호칭 혼란스럽네요. 11 연장자 2014/12/09 2,255
444368 잡채당면요 의외로모르시는분이많아서 13 잡채당면요 .. 2014/12/09 7,552
444367 현직 기장 ”땅콩 리턴, 대통령도 못하는 일” 外 9 세우실 2014/12/09 5,408
444366 장한나 사라장같은 재능이면 3 ㅁㄶ 2014/12/09 1,992
444365 [감동]차별에 대처하는 미국인들 3 블루바드 2014/12/09 1,224
444364 회사생활 오래 하신 분들 이럴경우 어찌 처신 해야 할까요? 2 lll 2014/12/09 1,073
444363 유럽에도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행사?가 있나요? 1 직구 2014/12/09 2,086
444362 입주청소 vs 도우미 청소...... 어떤게 나을까요? 5 이사청소 2014/12/09 3,845
444361 포도주 거른 찌꺼기 음식물 쓰레기 맞나요? ㅎㅎ 2014/12/09 697
444360 에피큐리언 도마 논슬립 위생적일까요? 3 도마 2014/12/09 2,397
444359 맛있는 밥을 만드는 냄비는 어떤건가요? 2014/12/09 628
444358 오리털 패딩은 한철밖에 못입나요 13 2014/12/09 3,594
444357 오토비스 무게감 ㅠ 2 아휴 2014/12/09 1,280
444356 화이트벽지하신분들..어떤거 하셨나요?추천부탁요, 2 너무많아 2014/12/09 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