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대통령과 근로감독관에게 보내는 공개장 - 전태일

참맛 조회수 : 891
작성일 : 2014-07-14 17:22:17
출처 -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Rm40&articleno=158&categor...
대통령과 근로감독관에게 보내는 공개장 - 전태일

'대통령과 근로감독관에게 보내는 공개장'

존경하는 대통령 각하.

옥체 안녕하시옵니까? 저는 의류제품 계통에 종사하는 재단사입니다. 각하께선 저희들의 생명의 원천이십니다. 혁명 후 오늘날까지 저들은 각하께서 이루신 모든 실제를 높이 존경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길이길이 존경할 것입니다. 삼선개헌에 관하여 저들이 아직 못하는 참으로 깊은 희생을 각하께선 마침내 행하심을 머리 숙여 음미합니다. 끝까지 인내와 명하신 용기로 또 한번 밝아오는 대한민국의 무거운 십자가를 국민들은 존경과 신뢰로 각하께 드릴 것입니다.

저는 서울특별시 성북구 쌍문동 208번지 2통 5반에 거주하는 22살 된 청년입니다. 직업은 의류계통의 재단사로서 5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직장은 시내 동대문구 평화시장으로서 의류전문 계통으로선 동양최대를 자랑하는 것으로 종업원은 2만 여명이 됩니다. 큰 맘모스 건물 4동에 분류되어 작업을 합니다. 그러나 기업주가 여러분인 것이 문제입니다만 한 공장에 평균 30여명은 됩니다. 근로기준법에 해당이 되는 기업체임을 잘 압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근로기준법의 혜택을 조금도 못 받으며 더구나 2만여 명을 넘는 종업원의 90% 이상이 평균연령 18세의 여성입니다. 기준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어떻게 여자에게 하루 15시간의 작업을 강요합니까? 미싱사의 노동이라면 모든 노동 중에서 제일 힘든(정신적, 육체적으로) 노동으로 여성들은 견뎌내지 못합니다.

또한 2만 여명 중 40%를 차지하는 시다공들은 평균 연령 15세의 어린이들로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이들은 회복할 수 없는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인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전부가 영세민의 자녀들로서 굶주림과 어려운 현실을 이기려고 하루에 90원 내지 100원의 급료를 받으며 1일 16시간의 작업을 합니다. 사회는 이 착하고 깨끗한 동심에게 너무나 모질고 메마른 면만을 보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각하께 간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착하디착하고 깨끗한 동심들을 좀더 상하기 전에 보호하십시오. 근로기준법에서는 동심들의 보호를 성문화하였지만 왜 지키지 못합니까? 발전도상국에 있는 국가들의 공통된 형태이겠지만 이 동심들이 자라면 사회는 과연 어떻게 되겠습니까?

근로기준법이란 우리 나라의 법인 것을 잘 압니다. 우리들의 현실에 적당하게 만든 것이 곧 우리의 법인 것입니다. 잘 맞지 않을 때에는 맞게 입히려고 노력을 하여야 옳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기업주들은 어떠합니까? 마치 무슨 사치한 사치품인양 종업원들에겐 가까이 하여서는 안된다는 식입니다.

저는 피끓는 청년으로서 이런 현실에 종사하는 재단사로서 도저히 참혹한 현실을 정신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저의 좁은 생각 끝에 이런 사실을 고치기 위하여 보호기관인 노동청과 시청 내에 있는 근로감독관을 찾아가 구두로 감독을 요구했습니다. 노동청에서 실태조사도 왔었습니다만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우리는 1개월에 첫주와 삼주 2일을 쉽니다. 이런 휴식으로썬 아무리 강철같은 육체라도 곧 쇠퇴해버립니다. 일반 공무원의 평균 근무시간 1주 45시간에 비해 15세의 어린 시다공들은 주 98시간의 고된 작업에 시달립니다.

또한 평균 20세의 숙련여공들은 6년전후의 경력자로서 대부분이 햇빛을 보지 못한 안질과 신경통, 신경성 위장병 환자입니다. 호흡기관 장애로 또는 폐결핵으로 많은 숙련여공들은 생활의 보람을 못 느끼는 것입니다. 응당 기준법에 의하여 기업주는 건강진단을 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을 기만합니다. 한 공장의 30여명 직공 중에서 겨우 2명이나 3명 정도를 평화시장 주식회사가 지정하는 병원에서 형식상의 건강진단을 마칩니다. X레이 촬영시에는 필름도 없는 촬영을 하며 아무런 사후지시나 대책이 없습니다. 1인당 3백원의 진단료를 기업주가부담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전부가 건강하기 때문입니까?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실태입니까?

하루속히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약한 여공들을 보호하십시오. 최소한 당사자들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정도로 만족할 순진한 동심들입니다. 각하께선 국부이십니다. 곧 저희들의 아버님이십니다. 소자 된 도리로써 아픈 곳을 알려드립니다. 소자의 아픈 곳을 고쳐주십시오. 아픈 것을 알리지도 않고 아버님을 원망한다면 도리에 틀린 일입니다.

저희들의 요구는 1일 14시간의 작업시간을 단축하십시오.

1일 10-12시간으로.1개월 특(휴)일 2일을 일요일마다 휴일로 쉬기를 희망합니다. 건강진단을 정확하게 하여 주십시오.

시다공의 수당 현 70-100원을 50% 이상 인상하십시오.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맹세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기업주 측에서도 지킬 수 있는 사항입니다.

여러분, 오늘날 여러분들께서 안정된 기반 위에서 경제번영을 이룬 것이 과연 어떤 층의 공로가 가장 컸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여러분의 애써 이루신 상업기술의 결과라고 생각하시겠습니다만은 여기에는 숨은 희생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즉, 여러분 자녀들의 힘이 큰 것입니다.

성장해가는 여러분의 어린 자녀들은 하루 15시간의 고된 작업으로 경제 발전을 위한 생산계통에서 밑거름이 되어 왔습니다. 특히 의류계통에서 종사하는 어린 여공들은 평균연령이 18세입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여러분들의 전체의 일부분입니까? 가장 잘 가꾸어야 할 가장 잘 보살펴야 할 시기입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어느 면에서나 성장기의 제일 어려운 고비인 것입니다.

이런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동심들을 사회생활이라는 웅장한 무대는 가장 메마른 면과 가장 비참한 곳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메마른 인정을 합리화시키는 기업주와 모든 생활형식에서 인간적인 요소를 말살 당하고 오직 고삐에 매인 금수처럼 주린 창자를 채우기 위하여 끌려 다니고 있습니다.

곧 그렇게 하는 것이 현사회에서 극심한 생존경쟁에서 승리한다고 가르칩니다. 기업주들은 어떠합니까? 아무리 많은 폭리를 취하고도 조그마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습니다. 합법적이 아닌 생산공들의 피와 땀을 갈취합니다. 그런데 왜 현사회는 그것을 알면서도 묵인하는지 저의 좁은 소견은 아지를 못합니다. 내심 존경하는 근로감독관님. 이모든 문제를 한시바삐 선처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1969. 12. 1

전태일


IP : 59.25.xxx.12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때나 지금이나
    '14.7.14 5:46 PM (211.194.xxx.186)

    자기 자신을 지워서 자기 앞의 벽을 넘어서려는 몸부림은 변함이 없으니...

  • 2. 달려라호호
    '14.7.14 7:32 PM (112.144.xxx.193)

    좋은 글 감사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7233 신용카드를 주웠어요 11 질문 2014/07/14 4,012
397232 웰니스포뮬라 효과 있나요? 영양제 2014/07/14 4,240
397231 전조증상의 끝이 염려되어 질문 드려요 1 ,,,, 2014/07/14 1,326
397230 중2 한자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5 중등 한자 .. 2014/07/14 2,955
397229 dvf랩 원피스 .플리츠플리즈 원피스 잘 아시는 분 알려주세요 4 dvf 2014/07/14 5,202
397228 저 아래에 친정부모 생신 시부모제사 글 보니.. 7 ㅡㅡ 2014/07/14 2,938
397227 중1아들, 미술수행평가를 망했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6 나도그림못그.. 2014/07/14 3,333
397226 시드니 잘 아시는 분 여행도움 부탁드려요 9 ㅇㅇ 2014/07/14 1,545
397225 제가 거절한게 잘못인가요? 9 물놀이 2014/07/14 2,775
397224 지금 모바일 네이버 괜찮은가요? 1 ㄹㄹ 2014/07/14 820
397223 성인 방아쇠수지 어찌 고치셨나요? 꽃그늘 2014/07/14 1,483
397222 에어컨 소음 덜한 제품 추천 부탁드립니다.. 2 에어컨 2014/07/14 1,535
397221 팥빙수용 팥을 잘못 삶은거 같아요. 좀 떫은거 같아요. 1 .. 2014/07/14 1,092
397220 꿀잼 어플 하나 소개 alloe 2014/07/14 1,598
397219 압력솥 사이즈 조언좀 해주세요 16 다윤아 2014/07/14 2,120
397218 코스트코 와인중 선물용 추천부탁해요^^ 3 무식쟁이 2014/07/14 2,623
397217 잘생겼다고 한방 맞은 사람들 14 요지경 2014/07/14 4,281
397216 강릉이나 속초 아니면 다른 바닷가 깨끗한 민박 알려주세요^^ 3 무아무이 2014/07/14 2,212
397215 뱀부하우스 같은 고기집 6 한우 2014/07/14 1,825
397214 단원고 승현이, 웅기 아버님 순례길 8 ㅇㅇ 2014/07/14 1,853
397213 새누리당 대표 된 자가 하는 말이란게 고작... 15 한심 2014/07/14 3,354
397212 공부못해도 대학못가도 잘살수있다고 47 2014/07/14 16,887
397211 김무성, 친박 핵심 서청원 꺾고 새누리 새 당대표 확정 2 세우실 2014/07/14 1,472
397210 류마티스 무조건 피검사로 알수있나요 4 ㄷㄷ 2014/07/14 5,817
397209 중2 아이가 맹장수술했는데 조언 좀 부탁드려요~~ 7 .. 2014/07/14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