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여의도 입성
점심 때가 되니 화이트 칼라들이 쏟아져나온다
자랑스런 회사 출입증을 목에 걸고 힘차고 여유있는 웃음...
연애를 너무 오래 쉬었다
모든 남자들이 멀끔하고 잘생겨 보인다
타이트한 수트에 호리호리한 체격들
여자들 못지 않은 센스에 곱고 맑다들...
갓 20대 초반의 젊은 향기가 밥보다 더 좋다
친구랑 백숙 뜯으러 갔다가 서로 다른 레이더망에 걸려 맘이 꾸물럭댄다
셔츠 걷어올리고 앞단추 한두 개 풀고 땀 뻘뻘 흘리며 잘도 먹는다
식당에서 주는 물수건으로 이리저리 벅벅 닦아대는 아저씨?들만 보다가
본인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내는 모습도 그렇고
적당한 대화 그리고 음식에 집중하기... 그 박자가 15분이면 끝난다
옆 테이블의 손님이 2번 바뀔 동안 친구랑 나는 닭다리 잡고 씨름한다
웅성웅성한 소음에 음식 냄새에 ...
별로 좋아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간만에 정신없이 쓸려다니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워낙 처해있던 환경이 옷에 대한 규제와는 무관해 정복이나 유니폼에대한 환상과 더불어 거부감이 있었다
풀어헤쳐진 스타일을 좋아했는지라 남자의 수트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요 몇 년 사이 수트와 걷어올린 셔츠가 꽤나 눈에 들어온다
잘 다려진 빳빳한 그것이 아닌 약간 구김지고 피곤해보이는 남자의 수트
졸라맨 타이가 느슨하게 흘러내리면
눈을 뗄 수가 없다
구름 잔뜩 낀 여의도 공원을 걸었다
다들 테이크아웃 커피가 손에 들려있다
레고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2:8 아저씨들은 이제 없다
갑자기 저들이 중년이 되는 20~30년 후
이 나라는 꽃중년 천지가 되겠구나...생각했다
괜히 내 얼굴을 보게된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