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면 '작은 데 대한 관심 없이 소외된 계층을 볼 수 없다'는 제목의 장이 눈에 띈다. 여기에는 은행 현금자동입출금(ATM)기가 모두 터치스크린으로 교체돼 시각장애인들이 느낀 소외감과 불편, 차도와 인도를 구분 짓기 위해 설치한 볼라드의 높이가 너무 낮아 시각장애인들이 걸려 넘어지는 문제 등에 대한 나 후보의 '세심'한 관심이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세심'한 정치인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건이 나 후보에게 발생했다. 지난 26일 중증장애인시설을 찾아 혼자서는 거동을 할 수 없는 중증장애 청소년을 취재진 앞에서 발가벗긴 채 목욕을 시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신적 발달 장애를 겪고 있다고는 하나, 육체적으로는 성숙한 청소년의 알몸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말았다. 명백한 장애인 인권 침해였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오히려 '자위대 행사' 거짓 해명에 이어 또 다른 거짓말 논란을 불러왔다. 현장을 취재했던 영상 촬영 기자들이 "비공개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실제 현장에서는 나 후보는 물론 보좌진 어느 누구도 취재진에게 '비공개 협조'를 구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기자들이 통제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취재를 시작했더라도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촬영 자제를 요청할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방치한 것이다. 나 후보 캠프 관계자 누구에게도 장애인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먼저 찍어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해명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나 후보는 목욕이 끝날 무렵 카메라 앞에서 "아줌마가 목욕 시켜줬는데 뽀뽀 한번 해주라"고 하면서 다정한 포즈까지 취했다.
나경원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19일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에 출연해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첫 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아 안타까움을 주고 있는 가운데, 정작 나 전 의원이 국회의원으로 있을때 장애아동과 관련한 법안은 단 1건도 통과시키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경원 의원이 장애아를 둔 엄마로 정치에 입문했고, 그 활동을 자랑하기 위해 늘 손꼽는 일은 국회 연구단체 '장애아이 We Can'이라는 조직과 한나라당 장애인 복지 특위위원장까지 지냈지만 정작 장애아동을 위한 법안 활동은 0건에 불과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나경원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나경원 의원이 직접 발의한 장애인 관련법은 '장애성년 후견법안' 단 한건으로 대안폐기됐고, 17대 국회에서도 '특수교육진흥법 일부개정안'인데 이마저도 대안폐기 돼 본인 스스로가 장애인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것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