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고 박예슬양 전시회에서 도종환님의 시

다은다혁맘 조회수 : 2,604
작성일 : 2014-07-10 06:22:25
직면하기 힘든 아픔이더라도 글 한편 공유합니다.
단원고 희생자 고 박예슬 양 전시회에서
도종환 시인이 낭독하셨다는 시...

엄마 - 도종환

엄마!
내 목소리 들려요?
나는 엄마가 보이는데, 엄마도 내가 보여요?
엄마, 나 이제 여기를 떠나요.
너무 놀랐고, 너무 무서웠고, 순간순간 너무 견디기 힘들었어요.
마지막 순간까지 엄마를 소리쳐 불렀어요. 내가 이렇게 사고를 당한 것 때문에 엄마가 마음 아파할까봐 미안했어요. 아빠한테도요.
내가 아직 따뜻한 몸을 가지고 있던 그날 아침. 나는 잠에서 깨어나며 엄마를 생각했어요. 매일 잠에서 나를 건져내던 엄마의 목소리. 내 어깨를 흔들던 엄마 손의 보드라운 감촉, 매일 듣는 엄마의 달콤한 꾸지람,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던 봄바람, 내 살에 와 닿던 바람의 천 자락, 냉이 국이 끓는 소리, 햄이 프라이팬 밑에서 익어가던 소리, 계란이 노랗게 몸을 바꾸는 냄새, 그리고 부엌에서 들리는 딸그락 소리, 그것들이 아직 생생하게 제 몸에 남아 있어요.

엄마,
엄마가 그동안 나 때문에 너무 울어서, 나 엄마가 흘리는 눈물 속에 있었어요.
엄마의 눈물 속에 섞여서 엄마 얼굴을 만지고, 엄마의 볼에 내 볼을 부비고, 엄마의 손등에 떨어져 엄마 살갗에 스미곤 했어요.
나도 엄마를 떠나기 싫었어요. 이제 내 영혼은 더 이상 지상에 머물지 못하고 엄마 곁을 떠나야 해요. 그러나 자주 엄마의 눈물 속에 섞여서 엄마 곁으로 돌아오곤 할게요.
엄마가 나를 잊지 못하듯, 나도 엄마를 잊을 수 없어요.
내 영혼의 나이는 이제 열여덟. 언제나 열여덟일 거예요. 세월이 흐르고 엄마가 지금보다 더 나이가 많은 엄마가 되어도, 나는 열여덟 살로 있을 거예요. 언제나 엄마의 아들, 엄마의 딸로 있을 거예요. 엄마가 우리 엄마여서 고마웠어요.

우리는 결국 꽃 피는 사월의 제주에 가지 못했어요. 어느 생에 다시 몸을 받아 이곳에 오게 된다면 그때도 유채꽃 노랗게 핀 사월이면 좋겠어요. 제주로 가는 푸른 바다가 무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다림의 끝이 환하게 터지는 웃음이면 좋겠어요. 성산 일출봉이, 올레길이, 수선화가 그때도 저와 제 친구들을 기다려주면 좋겠어요.
같은 배를 탄 어른들이 정직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믿을 수 있고, 정의롭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때는 좋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되어 있길 소망해요.

엄마 이렇게 떠나야 해서 정말 미안해요.
바다에서 몸을 잃어, 몸은 여기 없지만 엄마가 기도할 때마다 엄마 곁으로 올게요. 엄마 눈물 속에 눈물로 돌아오곤 할게요. 사월 아침 창가에 새벽바람으로 섞여오곤 할게요. 교정의 나무들이 새잎을 낼 때면 연둣빛으로 올게요. 남쪽 바다의 파도처럼 엄마에게 밀려오곤 할게요. 엄마가 팽목항으로 오시는 날이면 나도 빨간 등대 옆에 바닷바람으로 먼저 와 있을게요.
엄마 이렇게 떠나지만 나도 매일매일 엄마가 보고 싶어요. 엄마의 소리, 엄마의 향기, 엄마의 그늘 옆에 있고 싶어요.
내가 얼마나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지 엄마가 더 잘 알잖아요.
엄마! 보고 싶은 엄마!
엄마라는 말은 안녕이라는 말이기도 해요.
그래서 안녕이란 말 대신 내 마지막 인사는 엄마에요.

엄마!
IP : 180.231.xxx.17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7.10 6:52 AM (125.179.xxx.36)

    아침부터 울고 있어요. ..

  • 2. 나무꽃
    '14.7.10 6:53 AM (124.197.xxx.2)

    어엉엉 울어도울어도 분이납니다
    어떡해요 이 아깝고 귀한 아이들을 ..
    시간을 되돌릴수만 있다면 ㅜㅜ

  • 3. 휴..
    '14.7.10 8:08 AM (1.243.xxx.190)

    휴.. ㅠㅠ

  • 4. terry
    '14.7.10 8:15 AM (125.131.xxx.8)

    또 웁니다.

  • 5.
    '14.7.10 8:16 AM (1.245.xxx.10)

    마음 아파 끝까지 못 읽겠어요.

  • 6. 11
    '14.7.10 8:18 AM (121.162.xxx.100)

    아.........................

    평생을 잊지 못할 그 봄날의 세월호......

  • 7. ㅇㅇ
    '14.7.10 8:21 AM (61.254.xxx.206)

    ㅠㅠㅠㅠ
    엄마......

  • 8. ㅠㅠㅠ
    '14.7.10 8:28 AM (117.111.xxx.193)

    아파서 끝까지 못읽었었는데 보게되네요ㅠㅠㅠ
    하......불쌍한 울아가들ㅠㅠㅠㅠ좋은곳에서 행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ㅠㅠㅠ미안해아가들ㅠㅠㅠㅠㅠ

  • 9. ㄹㅁ
    '14.7.10 8:36 AM (175.223.xxx.99) - 삭제된댓글

    출근길인데...
    아.. .휴우....
    숨이 막힐것 같아요.
    엄마...엄마... 엄마..
    마지막 순간까지 얼마나 애타게 불렀을지
    생각하면 미칠것 같네요.

  • 10.
    '14.7.10 8:55 AM (183.99.xxx.117)

    눈물이 옷깃까지 내려와 적시네요 ㅠㅠㅠ
    아! 슬픔을 주체할 수 없는데 예슬어머님은 어떨까요?

    그 천진한 아이들이 왜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죽어야 했는지 ㅠㅠㅠ
    그 이유라도 알아서 꽉 막힌 속이라도 조금 뚫리면 좋겠네요 ㅠㅠㅠ

  • 11. ㅠㅠㅠ
    '14.7.10 9:02 AM (39.118.xxx.96)

    왜이래야만 했는지ㅠㅠㅠㅠ미안하다 얘들아 미안해ㅠㅠ

  • 12. 울어도울어도
    '14.7.10 9:41 AM (1.232.xxx.77)

    도대체 왜.... 그 예쁜 아이들을 그렇게 보냈는지...
    왜 우리에게 이런 아픔과 슬픔은 준 건지...

    아....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엄마가 보고싶었을까요.

    정말 그날 이후 하루도 눈물 쏟지 않는 날이 없네요.

  • 13. 콩콩
    '14.7.10 10:12 AM (218.48.xxx.155)

    좋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으로 만들도록 노력할게...
    꽃같은 모습으로 다시 오렴...

  • 14. 82
    '14.7.10 12:03 PM (121.188.xxx.121)

    눈물이 앞을 가려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8518 오징어 양념해서 냉장실 넣은거 9일됐는데 3 꼬슈몽뜨 2014/07/11 1,390
398517 혹시 기숙사고등학교에 아이 보내시는 분 계신가요 6 기숙사고등학.. 2014/07/11 2,209
398516 어쩜 이렇게 백전 백패.. 1 아.... 2014/07/11 1,422
398515 목도 얼굴과 같은 기초바르시나요? 3 .. 2014/07/11 1,903
398514 40대 아줌마들..강남역에서 놀면 좀 그럴까요? 10 어디로갈까나.. 2014/07/11 4,708
398513 팩트TV 입니다. 82cook 회원님들께 감사인사드립니다. 25 룰루aa 2014/07/11 3,313
398512 배고프다, 부페 좋아한다 하구선 안 먹는 심리는 뭔가요? 갸웃... 10 어떤 심리?.. 2014/07/11 2,592
398511 파마약이 독하긴 독한가봐요 4 시작 2014/07/11 2,519
398510 고추씨가 까만건 2 어케 2014/07/11 9,062
398509 이경제.통곡물선식.. 15 ^^ 2014/07/11 3,968
398508 한인섭 서울법대 교수 “권은희 전략공천은 진심으로 잘 된 일” .. 4 아틀라스 2014/07/11 1,936
398507 세돌안된 아이에게 피자 시켜주는 올케 35 피자 2014/07/11 12,049
398506 피자에 대한 추억. (혹시 레드핀피자 기억하시는 분?) 5 추억 2014/07/11 2,330
398505 바이엘과 소나티네..보통 같이 하는지요? 3 피아노 2014/07/11 2,700
398504 안녕하세요. RTV입니다. 11 RTV 2014/07/11 2,446
398503 20.30대가 결혼을 하기 위한 조건 1 QOL 2014/07/11 2,094
398502 얼척없는 소리 들으시면 그냥 지나치시나요? 8 조작국가 2014/07/11 1,935
398501 신발색이 맘에안들어 다른색으로 도색(?)해보신분계신가요 5 혹시 2014/07/11 2,055
398500 시사통 김종배입니다[07/11pm]경제통-가정의 기업경제화 lowsim.. 2014/07/11 1,058
398499 청주중학교 잘 아시는분 11 서울토박이 2014/07/11 1,874
398498 평등한가요? 1 어떤 여자 2014/07/11 945
398497 블랙상의밑에 입을 반바지.. 9 바지고민 2014/07/11 1,798
398496 지오디. 노래 들으니 뭉클하네요 5 가지볶음 2014/07/11 2,098
398495 지니킴 패밀리세일.. 6 전문직와이프.. 2014/07/11 2,299
398494 오줌싼 요, 어떡하나요? 4 ㅜㅜ 2014/07/11 2,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