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궁핍한 여유

갱스브르 조회수 : 1,571
작성일 : 2014-07-09 05:20:47

재밌는 드라마는 무한 다시보기를 한다

그야말로 질릴 때까지...

음악 또한 그런 편식이 심하다

CD한장에 앞뒤로 똑같은 곡을 녹음해 듣고 다녔다...귀가 헤지도록

책은...

책은 한 번 읽으면 영원히 안녕이다

다신 보지 않을 깨끗한 책장 안으로 밀어버리고 그 흔적을 만족스러워 한다

가지런한 치아처럼 그렇게 줄 서있는 제목들을 쭉 훑어보면서 말이다

삐딱하게 앉아 멍하게 책장을 바라보던 어느 날

무심코 집어든 책 하나

"가난한 사람들"...

입에서 당기는 음식을 몸이 원하듯이 내 궁핍하고 팍팍한 맘이 "가난'이라는 글자에 닿았다

그 옛날 문고판 사이즈에 깨알 같은 글씨...

한두 장 넘기다 보니 머릿속에서 재해석이 필요한 매끄럽지 못한 번역

머리 지끈하게 만드는 러시아의 그 등장 인물들의 이름들...

"러시아 소설"이라는 영화 제목이 말해준다

방대하게 파고드는 인간 심리의 애매모호함이 러시아 작가 특유의 음울함과 섞이면서

도처에 깔아놓은 안개 같은 배경이 시야를 가리는 듯한 문체들...

그래도 꾸역꾸역 작가의 세계에 들어가려 버둥댔으나 머리 하나 집어넣고 마감한 책들

지나치게 담백해서 더 복잡해지는 상황

너무 정직한 ? 번역도 문제였던 듯싶다

그런 곁가지 생각으로 읽어내려간 가난한 사람들은 의외로 술술 읽혔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난이 주는 삶의 피폐함은 변한 것이 없구나...

그 와중에도 초라한 품위를 지키려 안간함을 쓰는 인물들의 구구절절함

같은 처지의 서로가 위안이 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서로의 거울이 되어

지금의 가난을 더욱더 각성시키는 가슴 아픈 인연

인상적인 건 그렇게 힘들고 닳고 닳은 오늘 내일을 살면서도 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모습들이다

평생 돈과 가난에 시달렸다던 작가의 마지막 희망이 그것이었나 보다

페이지 사이사이 밑즐이며 낙서가 있다

당시.. 꽤나 심각하고 적극적으로 책을 읽은 모양이다

누렇게 뜬 책의 세월이 2014년 어느 날 다시 살아났다

좁아터진 방구석에서 책 하나 끌어안고 씨름했던 청춘이 있었다

지난 열정을 다시 끄집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간혹 오늘처럼 맘에 끄달리다 불쑥 불어오는 훈풍에 나를 내놓으면 된다

통장 잔고에 신경쓰느라 맘의 잔고가 바닥인 걸 몰랐다

현실이 성에 차지 않으면 맘이 끓는다

뭐든 자신만이 채워넣을 비밀이 있어야 한다

IP : 115.161.xxx.10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무무
    '14.7.9 7:52 AM (112.149.xxx.75)

    좁아터진 방구석에서 책 하나 끌어안고 씨름했던 청춘이 있었다
    ------------------------------------------------------------------
    감격과 감동, 열정, 긍지... 이런 것들이 일용할 양식보다 더 중요하고 간절하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 삶이 일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고독하기를 바라던 시절...
    세상과 맞서야 할 일에 지친 게 아니라 사실은 그런 나에게 지쳤다는 게 맞지 않을까 자문해봅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아직 늦지않았다고 우기고(?) 싶은 마음으로 가보고 있습니다. 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8948 공습국어랑 세마리 토끼 잡는 논술 어떤게 나은가요? 초1 2014/07/17 1,334
398947 (싱가폴) 제가 메이드가 필요할까요? 7 만두 2014/07/17 2,430
398946 누수 피해 비용 문의 1 누룽지 2014/07/17 1,531
398945 1박2일 도보행진한 단원고 학생들이 국회도착후 쓴 편지 8 꼭읽어주세요.. 2014/07/17 1,401
398944 9월에 제주가려는데요. 성산일출봉근처 숙소 추천해주세요~~^^ 2 영선맘 2014/07/17 1,636
398943 남초와 여초의 차이점이 무엇일까요? 8 휴가떠나고파.. 2014/07/17 1,957
398942 텃밭에 심은 고추는 왜!!! 질길까요?ㅠㅠ 9 ... 2014/07/17 2,236
398941 강아지집같은 사람용침대 갖고싶어요. 3 0707 2014/07/17 1,597
398940 미인계로 군 기밀유출? - 차기 호위함 사업 등 기밀 몽땅유출 6 군대저질 2014/07/17 1,538
398939 연희동 진평면옥 또는 작은나폴리 가보신분~!! 괜찮나요?? 1 잘아시는분 2014/07/17 1,757
398938 G3번호이동 조건좀 봐주세요 5 스마트폰 2014/07/17 1,090
398937 SP코리아 세이버라는 전기절약기 써보신 분? 전기절약 2014/07/17 12,558
398936 엉엉 ㅠ 바나나는 너무 예민해요 24 ... 2014/07/17 4,701
398935 에어컨에 제습기능 없던데요 15 네미 2014/07/17 4,456
398934 성인 여성 래쉬가드 (긴팔수영복) 상의에는 브라가 달려있나요 9 여성 2014/07/17 4,691
398933 82는. 2 sewing.. 2014/07/17 820
398932 지명철회·자진사퇴·임명강행…2기내각 누더기 출범 세우실 2014/07/17 973
398931 내비게이션칩 어떻게 업그레이드하나요? 2 낯선길 2014/07/17 1,224
398930 매미가 방충망에 붙어서 울고 있네요... 9 .. 2014/07/17 1,444
398929 최근에 괌 여행 다녀오신분들께 여쭐께요..... 13 2014/07/17 3,016
398928 볶은땅콩으로 밥해도 될까요 3 땅콩 2014/07/17 1,873
398927 장아찌 국물 재활용 1 ... 2014/07/17 1,475
398926 공부못하는아이잡는 아빠 12 질문 2014/07/17 2,743
398925 김용민의 조간브리핑[07.17] 정성근 "거짓말이지만 .. 1 lowsim.. 2014/07/17 1,000
398924 손석희 또 중징계?…도대체 이번이 몇번째 14 샬랄라 2014/07/17 2,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