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궁핍한 여유

갱스브르 조회수 : 1,564
작성일 : 2014-07-09 05:20:47

재밌는 드라마는 무한 다시보기를 한다

그야말로 질릴 때까지...

음악 또한 그런 편식이 심하다

CD한장에 앞뒤로 똑같은 곡을 녹음해 듣고 다녔다...귀가 헤지도록

책은...

책은 한 번 읽으면 영원히 안녕이다

다신 보지 않을 깨끗한 책장 안으로 밀어버리고 그 흔적을 만족스러워 한다

가지런한 치아처럼 그렇게 줄 서있는 제목들을 쭉 훑어보면서 말이다

삐딱하게 앉아 멍하게 책장을 바라보던 어느 날

무심코 집어든 책 하나

"가난한 사람들"...

입에서 당기는 음식을 몸이 원하듯이 내 궁핍하고 팍팍한 맘이 "가난'이라는 글자에 닿았다

그 옛날 문고판 사이즈에 깨알 같은 글씨...

한두 장 넘기다 보니 머릿속에서 재해석이 필요한 매끄럽지 못한 번역

머리 지끈하게 만드는 러시아의 그 등장 인물들의 이름들...

"러시아 소설"이라는 영화 제목이 말해준다

방대하게 파고드는 인간 심리의 애매모호함이 러시아 작가 특유의 음울함과 섞이면서

도처에 깔아놓은 안개 같은 배경이 시야를 가리는 듯한 문체들...

그래도 꾸역꾸역 작가의 세계에 들어가려 버둥댔으나 머리 하나 집어넣고 마감한 책들

지나치게 담백해서 더 복잡해지는 상황

너무 정직한 ? 번역도 문제였던 듯싶다

그런 곁가지 생각으로 읽어내려간 가난한 사람들은 의외로 술술 읽혔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난이 주는 삶의 피폐함은 변한 것이 없구나...

그 와중에도 초라한 품위를 지키려 안간함을 쓰는 인물들의 구구절절함

같은 처지의 서로가 위안이 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서로의 거울이 되어

지금의 가난을 더욱더 각성시키는 가슴 아픈 인연

인상적인 건 그렇게 힘들고 닳고 닳은 오늘 내일을 살면서도 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모습들이다

평생 돈과 가난에 시달렸다던 작가의 마지막 희망이 그것이었나 보다

페이지 사이사이 밑즐이며 낙서가 있다

당시.. 꽤나 심각하고 적극적으로 책을 읽은 모양이다

누렇게 뜬 책의 세월이 2014년 어느 날 다시 살아났다

좁아터진 방구석에서 책 하나 끌어안고 씨름했던 청춘이 있었다

지난 열정을 다시 끄집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간혹 오늘처럼 맘에 끄달리다 불쑥 불어오는 훈풍에 나를 내놓으면 된다

통장 잔고에 신경쓰느라 맘의 잔고가 바닥인 걸 몰랐다

현실이 성에 차지 않으면 맘이 끓는다

뭐든 자신만이 채워넣을 비밀이 있어야 한다

IP : 115.161.xxx.10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무무
    '14.7.9 7:52 AM (112.149.xxx.75)

    좁아터진 방구석에서 책 하나 끌어안고 씨름했던 청춘이 있었다
    ------------------------------------------------------------------
    감격과 감동, 열정, 긍지... 이런 것들이 일용할 양식보다 더 중요하고 간절하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 삶이 일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고독하기를 바라던 시절...
    세상과 맞서야 할 일에 지친 게 아니라 사실은 그런 나에게 지쳤다는 게 맞지 않을까 자문해봅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아직 늦지않았다고 우기고(?) 싶은 마음으로 가보고 있습니다. 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6675 노후에 14평 오피스텔 살기 15 살림줄이기 2014/07/09 7,496
396674 집에 있는 컴퓨터 원격조종 하는 스마트폰앱 아세요? 2 2014/07/09 1,005
396673 아...왜 무좀치료를 안할까요. 6 요가 2014/07/09 3,930
396672 [잊지않겠습니다] 1차 마감. 내일 10 5 청명하늘 2014/07/09 771
396671 요즘 경제가 정말 어렵다고 느끼는게요 53 .... 2014/07/09 15,464
396670 이동식 에어컨 써보신분 있나요? 5 반짝반짝 2014/07/09 2,194
396669 진라면 매운맛 궁극의 레시피 기다립니다 12 진라면 2014/07/09 5,062
396668 유럽 국가 중 8월말~9월초 여행하기 좋은 곳이나 2월초에 여행.. 1 유럽여행 2014/07/09 2,720
396667 질문! 수원 삼성전자 출퇴근 가능 지역 질문이요 17 피아오시린 2014/07/09 4,579
396666 부부싸움 후 늦게 들어오는 남편 20년차 2014/07/09 1,101
396665 큰빗이끼벌레-->큰빚이씨벌레로 불러야겠어요. 6 ... 2014/07/09 1,157
396664 책 좀 찾아주세요 1 요전에 2014/07/09 691
396663 홍명보 감독이 내년까지 한다네요 6 ..... 2014/07/09 2,808
396662 스팀청소기 쓰시는 분 계신가요? 5 .. 2014/07/09 1,882
396661 전세 계약만기가 다가오는데요~ 2 질문 2014/07/09 1,213
396660 (잊지않겠습니다18) 주희.... 1 산이좋아 2014/07/09 1,113
396659 (잊지말자) 홈패션 하시는언니들 바늘땀 좀 봐주세요. 6 라이온미싱 2014/07/09 1,246
396658 "4대강 사업 완공 2년, 금강 주변 돌아보니..&qu.. 2 욕도 아까워.. 2014/07/09 1,171
396657 에어컨 실외기 청소 1 어이없음 2014/07/09 1,831
396656 삼성역 맛집 소개해주세요 5 nice 2014/07/09 1,820
396655 배란일, 가임기간 부탁드려요 6 중딩가정문제.. 2014/07/09 1,894
396654 에어컨청소 하셨나요? 7 에어컨청소 .. 2014/07/09 2,610
396653 임신 8개월째인데 갑자기 귀에서 윙윙소리가 나요.. 6 귀가윙윙 2014/07/09 1,944
396652 유명베이커리도 다 미국산밀가루죠? 3 gmo 2014/07/09 2,515
396651 에르고라피도 플러스 써보신 분..! 2 청소요정 2014/07/09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