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한국이 홀대한 세계적 ‘옥수수 박사’, 중국이 냉큼 채갔다

WJDGML 조회수 : 1,647
작성일 : 2014-07-07 21:59:12
‘옥수수 박사’ 김순권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은 1998년부터 59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식량난 해결을 돕고자 옥수수 생산 증대 농법을 전수해왔으나 보수정권 이래 남북교류가 막혀 누구보다 애를 태우고 있다. 사진은 9차 방북 때 평남 마옥 옥수수시험장 현장지도 모습. 사진 국제옥수수재단 제공
중국에 육종 연구 터 마련한 김순권 박사
그는 미국이 55년간 연구해 만들어낸 옥수수 교잡종(하이브리드)을 5년 만에 개발해냈다. 개발도상국에선 개발이 불가능하다던, 그리고 개발한 뒤에도 한국 땅에선 안 된다며 국내 관료들과 수입업자들마저 재배를 반대했던 그의 발명품 ‘수원 19호’는 강원도 옥수수 농사를 완전히 바꿔 놓았고,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에 충격파를 던졌다. 아프리카 농업을 폐농 지경으로 몰아간 악마의 풀 스트라이가(Striga)와 위축바이러스(MSV)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농업혁명’을 일으켰다는 찬사와 함께 노벨평화·생리학상 후보에도 여러 차례 올랐다. 그는 옥수수를 통해 남북관계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으며, 중국 옥수수농업 발전에도 중대한 기여를 했다.

옥수수 육종학의 세계적 권위자 김순권(69·사진) 박사.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이요 한동대 석좌교수, 벤처기업 ‘닥터콘’의 대표인 그는 중국에서 전화를 받았다.

‘수원19호’로 강원도 옥수수 혁명
중 정부가 자립도 높이려 모셔가
1년 대부분 전세계 돌며 육종

“한국, 사료용 옥수수 자급도 0.8%
관료 등 수입 이권 챙기기만 급급”

“동북3성의 지린·창춘·단둥 등에 있는 모두 1만5천평 규모의 육종연구단지들을 둘러보고, 6월 말 개막한 베이징 경제엑스포에도 가봤다. 지난해 처음 중국 곡물 생산량 1위 자리를 옥수수가 차지했다. 연간 8억~9억톤에 이르는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25%씩을 미국과 중국이 각각 차지하고 있다. 동북3성은 경작지의 80%를 옥수수가 뒤덮고 있다. 나머지는 도로와 마을이 각각 10%씩이다.”

그는 10일 일단 귀국했다가 14일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한달가량 머물 예정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가 그를 외국인 우수과학자로 지정한 덕에 아파트와 연구비, 왕복 비행기삯까지 지원받는다. 중국에는 그가 연구자금 마련을 위해 2005년 설립한 벤처기업 ‘닥터콘’ 현지법인도 있다. “중국엔 옥수수 종자기업들이 6천개나 있다. 웬만한 외국 업체들은 맥도 못 춘다. 닥터콘을 중국 내 5위 안에 올려놓을 자신이 있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열정적이고 힘이 넘쳤다. “1년의 약 3분의 2를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육종을 하고 있다”는 그는 정작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다.

“정부는 내 연구를 딱 3년간 지원해주곤 중단시켰다. 심지어 가축을 건강하게 키우는 기능성 사료용 옥수수의 생체 수량이 수입종보다 30% 이상 높은 육종 연구마저 중단시켰다. 연구에 성공하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이득이 되는지 뻔히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는 말했다. “연간 1천만톤의 옥수수를 수입해 70%를 가축 사료로 이용하는 대한민국에서 사료용 옥수수 자급도는 0.8%다. 육종 연구만 잘하면 남아도는 논에 사료용, 바이오 연료용 옥수수를 심어 상당량의 수입 대체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가능한 일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관피아’를 입에 올리면서, 김 박사는 수입규모 연간 1천만톤, 50억달러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옥수수 수입국인 우리나라 관료와 정치인, 학자들이 그 막대한 옥수수 수입 관련 이권 챙기기에만 골몰하며 나라 전체, 나아가 남북 민족 전체의 이익은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옥수수의 최대 수입처가 바로 농협’이고, 교수들마저 거들어 ‘교피아’라는 말도 나온다.

그는 최근 자신과 가족, 그리고 47년째 옥수수 육종 역사를 돌아보는 자서전 <하루하루가 기적이다>(상상나무 펴냄)를 냈다.

그가 3년 남짓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수원 시리즈’ 옥수수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1970년대 중반, 타이 방콕에서 열린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에 참석한 그의 옥수수 관련 발표를 듣고자 당시 중국과 소련, 베트남 등 미수교 사회주의권에서도 대표단을 보냈다. 79년 아프리카로 건너가 17년을 머물 때도 계속 그의 연구에 관심을 쏟았던 중국은 84~85년 그를 특별초청했다. “열흘간 베이징과 난징, 광저우 등 4곳을 돌며 옥수수 세미나를 열고 200종의 원종 하이브리드 종자를 나눠주고 시험재배를 하게 했다. 그때 그들은 내가 농촌진흥청에 있으면서 개발한 신품종 ‘KS-5’를 자신들의 재래종과 교배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었는데, 응애가 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때 하얼빈 등 동북3성 지역에서는 수수와 조가 주곡이어서 옥수수 생산량이 미미했다.” 지금도 중국은 미국의 65%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자국산 옥수수의 단위 생산량을 높이고자 그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 “9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다. 닥터콘은 5천만톤 증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은 그의 옥수수 줄기를 이용한 에탄올 생산 연구도 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해마다 옥수수 알곡 1억톤을 에탄올 생산에 투입하고 있다. 최근 세계 식량파동이 일어 3년 사이 옥수수 값이 3배나 뛴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 포스코의 지원을 받아 알곡이 아니라 옥수수 줄기(대)를 에탄올 원료로 이용하는 방안을 3년째 연구하고 있다. 알곡과 거의 같은 에탄올 성분을 함유한 줄기를 지닌 옥수수를 개발해 알곡은 알곡대로 거두고 줄기는 에탄올 생산에 이용하는 것인데, 지금 70~80% 정도는 성공했다.”

그는 이미 농약이 필요 없는 찰옥수수와 꿀옥수수 등 신품종들을 상품화했고, 캄보디아 옥수수 농사를 망쳐 온 노균병 문제도 해결했다. 러시아 남부나 몽골, 북에서 잘 자라는 냉해에 강한 품종도 개발 중이다. “특히 북한은 종자와 비료 문제만 해결되면 천혜의 옥수수 천국이 될 수 있다.” 98년부터 59차례나 찾아간 북한과의 교류·협력이 파탄나고 굶주리는 북녘 동포들을 위한 옥수수 협력 또한 막다른 골목에 와 있는 현실을 그는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한겨례
IP : 61.75.xxx.24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무
    '14.7.7 11:33 PM (39.7.xxx.55)

    기사만 읽어도 너무 안타깝네요..
    왜 우리나라는 이럴까요..ㅠㅠ

  • 2. 00
    '14.7.8 8:08 AM (61.254.xxx.206)

    김순권 박사님 훌륭하시고
    나라는 썩었고. ㅠㅠㅠ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5555 엄마가 외롭대요 3 .. 2014/08/08 1,552
405554 마흔넘어 약먹고 살빼신분들 9 .. 2014/08/08 3,139
405553 한효주 나오는거 이제 더는 보기 싫네요. 10 .. 2014/08/08 3,188
405552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드는. 신상이 별로 궁금하지 않은 사.. 4 ㅇㅇ 2014/08/08 2,143
405551 중학생 딸 때문에 슬픕니다 7 슬픈날 2014/08/08 4,506
405550 분노한 광주대학생들.. 새민련 광주시당에 몰려가 계란투척 8 개누리랑짝짜.. 2014/08/08 2,304
405549 놀이터에 전기 자동차 8 ... 2014/08/08 1,113
405548 82에서 캡쳐해서 신고하고 이런거 3 그런데 2014/08/08 946
405547 읍사무소 컴플레인 어디서 걸어야 할까요? 6 읍사무소 2014/08/08 860
405546 영화 설국열차가 생각나는군요. 5 TDDFT 2014/08/08 1,795
405545 중등때 내신위주로 공부하는게 12 내신 2014/08/08 2,907
405544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근처 맛집 추천해주세요~~ 4 ^^ 2014/08/08 950
405543 이런경우 어떡해야 할까요? 1 고민백번 2014/08/08 703
405542 지인집에 tv를 깨트렸을시.. 7 보험 2014/08/08 2,619
405541 갑자기 한 천사가 나타나서 단식 유가족을 위로하는 감동적 장면!.. 5 닥시러 2014/08/08 2,116
405540 야당 욕하는 글만 보지 마시고 2 ㅇㅇ 2014/08/08 700
405539 문재인의 정치 프로세스 35 순서도 2014/08/08 3,132
405538 (끌어올림) 유지니맘께서 세월호 유족분들에게 보낼 댓글을 써 달.. 7 .... 2014/08/08 1,318
405537 부산분들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조선호텔까지 4 Oo 2014/08/08 1,539
405536 통역대학원 3 나유니 2014/08/08 1,789
405535 정리정돈 못해서 하루에 한개씩 버리기 하고 있는데ㅜㅜ 5 . . . 2014/08/08 5,296
405534 맞선 애프터때는 어떻게 하지요? 2 밥이 안넘어.. 2014/08/08 2,716
405533 천정배, 문재인, 정청래 등 특별법 재협상 요구 11 재협상 2014/08/08 1,850
405532 에볼라 검역 구멍이 뻥 뚫렸네요 6 진홍주 2014/08/08 2,175
405531 카스친구신청 들어왔을때 무시하기 누르면 상대방한테 뭐라고 뜨나요.. 카스친구 2014/08/08 2,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