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글을 다 쓰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마땅한 글 제목을 못찿았어요.
그냥 횡설수설이 될지도 모르겠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심심하신 분만 읽으세요.
저는 40대고 지금 사는 곳은 지방도시의 한 서민동네에요.
물가가 싸서 생활비가 적게 들고 외곽이라 공기도 좋고
조용하고 그렇다고 교통이 불편한 것도 아니어서 돈없는 저는 만족스러워요.
산으로 둘러쌓인 동네라 등산로도 바로 옆이고 재레시장도 있고 중형마트도 있고
할머니들이 키운 야채들을 가져와 팔기도 해서 야채는 거의 친환경으로 많이 먹지요.
집값이 싸서 이사 들어왔는데 저는 원래 여기서 오래 살 생각은 아니었고
몇년내로 친한 친구가 사는 동네로 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2년을 살다보니 살기가 편해서 시간이 갈수록 이곳을 떠나는 것에 대한 갈등이 생기네요.
살아보니 수입이 적은 우리 가족이 살기엔 이만한 곳도 없다 싶은데
친구가 사는 동네는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동네고 물가도 여기보다 비싸요.
하지만 전 형제들도 멀리 살아 1년에 한두번 겨우 볼까 말까하니
어쩌다 얼굴 봐도 이젠 남같고 친정 엄마하고 사이도 그닥인데
왕래하는 친구나 지인이 없어 계속 여기서 살기엔 제가 너무너무 외로워요ㅜㅜ
지금까지도 외로웠는데 이 상태로 50대가 되고 60대가 된다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
그래서 남편에게 겨우겨우 부탁 아니 몇년을 조르고 졸라 드디어 온 가족이
이사를 가기로 했지만 막상 그 시기가 다가오면 올수록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앞날을 생각하면 가는게 맞고 당장을 생각하면 생활비가 적게 드는 이곳이 편하고..
여기까지 들으심 아니 뭐 친구 하나 보고 온 가족이 삶의 터전을 옮기냐 하시겠지만
(이런 고민 다른데서 한두번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다들 철없다 하셔서 -.-;;)
성격적으로 외로움을 심하게 타는 저에겐 그 친구가 남편 이상으로 의지가 되고
또 친구가 보통 친구 열명의 몫을 할 정도로 둘의 사이가 돈독하답니다.
예를 하나 들면 직장맘인 친구가 전업인 제게 이사나 큰 일이 있을때
급하면 언제든 돈을 빌려가라고 먼저 말을 해요.
저는 돈 이야기 꺼내지도 않았는데.. 고맙죠.. 흑흑.
그래도 한번도 제가 돈을 빌린적은 없고 친구가 한번 빌려간 적은 있어요.
한달 쓰고 준다더니 일년있다 갚았는데 전 그래도 싫지가 않았어요.
못갚는 사정을 다 아니깐 미안해 할때마다 오히려 친구에게 돈 떼여도 되는데 연락은 끊지마라고 했으니깐요.
20년지기인데 서로 맏딸로 대화도 잘 통하고 가치관도 비슷하고
둘다 배려심 있고 예의를 지키는 성격이라 저는 여태 한번도 친구에게
섭섭함 같은 걸 느껴본적은 없고 친구도 제가 남에게 피해 안주려는 성격이라 말하더군요.
그렇게 나중에 좀 나이 들면 우리 한동네 같이 살자 하고 있었는데
몇년전 친구 친정 어머니 돌아가시고 작년엔 여동생 마저 이민을 가버리니
친구도 외롭다면서 자신의 딸을 위해서라도 제가 이사오길 더 바라더군요.
그전엔 친정 조카가 있어 자신의 딸과 사촌 겸 친구가 되어주었거든요.
친구 외동 딸은 약간 지적 장애가 있고 저는 두 딸아이가 있어
아이들끼리도 친구처럼 자매처럼 서로 의지하길 바라는거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친구와 저의 작은 바램이고 아이들 인연은
아이들에게 맡긴다는 생각이기에 둘다 별 기대는 없어요.
제가 외로워서 가고싶어 했고 지금은 친구도 일만 한다고 아는 사람은 많아도
친구는 적고 또 딸을 생각하니 아무도 없는 것 보다는 나으니
친구에게도 좋은 일이기에 친구 남편 역시 환영하는 입장이구요.
여기가 살기가 더 편한건 분명한데 남편도 어렵게 동의했고 아이들도 제 이런 사정을 다 알고 있어요.
전학가긴 싫지만 엄마가 외로움병에 걸려 가정이 휘청할 정도로
엄마아빠 둘이 싸우는 것 보다 이사를 가는게 더 낫다고 지네들끼리 말을 하더라구요.
솔직히 저는 외로움이 깊다보니 우울증까지 와서 그간 남편 많이 괴롭혔는데
남편도 버티다 안되겠는지 애들에게 엄마가 편해야 우리가 편하니 엄마소원 들어주자 그러네요.
쓰고보니 유치한 글 죄송합니다.
그래도 철없다 소리는 말아주세요.
사람이 외롭다 보니 철 없는 줄 알면서도 오랫동안 포기가 안되는 건 저두 어쩔수가 없네요.
제가 이렇게 친구를 찿다보니 친구 남편은 둘이 사귀라고 웃으며 농담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