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7월 1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849
작성일 : 2014-07-01 07:29:21

_:*:_:*:_:*:_:*:_:*:_:*:_:*:_:*:_:*:_:*:_:*:_:*:_:*:_:*:_:*:_:*:_:*:_:*:_:*:_:*:_:*:_:*:_:*:_

어느 해 봄날이던가, 밖에서는
살구꽃 그림자에 뿌여니 흙바람이 끼고
나는 하루종일 방안에 누워서 고뿔을 앓았다.
문을 열면 도진다 하여 손가락에 침을 발라가며
장지문에 구멍을 뚫어
토방 아래 고깔 쓴 여승이 서서 염불 외는 것을 내다 보았다.
그 고랑이 깊은 음색, 설움에 진 눈동자, 창백한 얼굴
나는 처음 황홀했던 마음을 무어라 표현할 순 없지만
우리집 처마끝에 걸린 그 수그린 낮달의 포름한 향내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너무 애지고 막막하여져서 사립을 벗어나
먼 발치로 바리때를 든 여승의 뒤를 따라 돌며
동구밖까지 나섰다
여승은 네거리 큰 갈림길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뒤돌아보고
우는 듯 웃는 듯 얼굴상을 지었다
(도련님, 소승에겐 너무 과분한 적선입니다. 이젠 바람이 찹사운데 그만 들어가 보셔얍지요.)
나는 무엇을 잘못하여 들킨 사람처럼 마주서서 합장을 하고
오던 길을 뒤돌아 뛰어오며 열에 흐들히 젖은 얼굴에
마구 흙바람이 일고 있음을 알았다.
그 뒤로 나는 여승이 우리들 손이 닿지 못하는 먼 절간 속에
산다는 것을 알았으며 이따금 꿈속에선
지금도 머룻잎 이슬을 털며 산길을 내려오는
여승을 만나곤 한다.
나는 아직도 이세상 모든 사물 앞에서 내 가슴이 그 때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으로 넘쳐흐르기를 기도하며
시를 쓴다.


                 - 송수권, ≪어느 해 봄날이던가≫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7월 1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7월 1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7월 1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44890.html


 


우리가 시작했지만 뭐 어쩌라고.... 나 박근혜라능!!!

 

 

 
―――――――――――――――――――――――――――――――――――――――――――――――――――――――――――――――――――――――――――――――――――――

”인생은 과감한 모험이던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다.”

              - 헬렌 켈러 -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7.1 11:05 AM (180.227.xxx.92)

    잘 봤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2288 다친 아이, 보상문제 8 걱정맘 2014/07/30 1,998
402287 시사통 김종배입니다[7/30pm]인권통-고은 시인이 말하는 인권.. lowsim.. 2014/07/30 588
402286 시댁식구들과 가족여행 안가도 될까요? 10 더운데 2014/07/30 3,975
402285 질문)헤나가루 염색전에 머릴 적시는건가요‥? 5 .. 2014/07/30 1,884
402284 저희 강아지 유선종양인데 얼마나 오래살 수 있을까요? 13 오래 살아 2014/07/30 8,224
402283 요즘 슈퍼맨 돌아왔다 아이들 보면서 힐링 하고 있습니다 13 흐흐 2014/07/30 3,348
402282 청소도우미 부르려고 합니다. 4시간동안 할일 좀 봐주세요^^ 21 딸기맛우유 2014/07/30 3,936
402281 베이글 7 신세계 2014/07/30 1,354
402280 1년동안 빈집 전세로 살기 어떨까요 2 냉커피 2014/07/30 2,029
402279 해외직구 처음 시작해보려고 하는데요...사이트 좀 알려주세요. 1 dma 2014/07/30 874
402278 그린벨트내에 있는 토지 매도량이 갑자기 확 줄거나 늘었다면 5 진심 궁금 2014/07/30 1,298
402277 뉴욕으로 여행가는데 추천 해 주세요. 7 여행가요~~.. 2014/07/30 1,192
402276 베이킹 소다와 아이폰 유저분들 질문해요. 12 M 2014/07/30 1,566
402275 신발장 냄새 없애는 방법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6 냄새 2014/07/30 2,033
402274 전교1,2등 하는아이들의 성격은 어떤가요 23 ... 2014/07/30 8,471
402273 둘째 스트레스 ㅜㅜ 2014/07/30 795
402272 체력이 너무 딸려요 ㆍ스파게티하고뻗음 6 40중반 2014/07/30 1,877
402271 명량보고 왔습니다. 62 샬랄라 2014/07/30 10,789
402270 '기담'같은 공포영화 추천좀 해주세요~ 4 나나 2014/07/30 1,440
402269 의료민영화의 실체... 美, 의료비용 전문변호인의 고백 1 대합실 2014/07/30 879
402268 이 의자 식탁의자로 쓰면 어떨까요? 11 경험이 중요.. 2014/07/30 2,193
402267 봉사점수가 뭔지 ...기관 관계자들, 웃기지도 않네요. 32 ... 2014/07/30 4,146
402266 여드름 고민인분들께 꿀팁! 25 직업인 2014/07/30 6,580
402265 아기들 웃는 거 보면 신기해요 5 명아 2014/07/30 1,846
402264 전세자금 대출 해달라는데 괜찮은건가요? 10 몰라서 2014/07/30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