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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njbora 조회수 : 1,205
작성일 : 2014-06-29 14:51:22

<28주 1.3kg의 아가 - 나의 출산 일기>

 

지금도 가끔 신기한 나의 출산일기를 기록으로 남겨보리라!

 

결혼은 28살에 했으니 그리 늦은 것도 아니었건만, 현재 2학년 딸 하나밖에 없는 나는 맨처음 우리반

엄마 모임에서 '최고령엄마'가 되어 버렸다. '누구 엄마' 보다는 나이에 맞춰 친근하게 부르기로 합의한

우리반 엄마들 누구나 나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주저없이 붙여주는 걸 보면, 2학년 엄마로는 41살이

라는 나이가 절대 적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 이후에 아이가 둘째인 엄마를 만나게 되어 최고언니의

꿈이 깨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왜 이렇게 늦었을까?^^

 

이제는 가끔 그 시절을 잊고, 소리도 지르고 구박도 하지만 우리 희연이의 출산 일기를

적어보자면 정말정말 살아준 것만으로도 너무나 고마운 우리의 보물인 것을...다시 떠올려본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엔 크지 않았던 아이 문제가 결혼 4년을 넘기면서 꽤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1999년 결혼 5년만에 임신이 되었다.

이제 남들처럼 입덧도 하고 남들처럼 그렇게 별문제 없는 줄 알았었는데... 왠걸 임신 18주만에 양수가

터지고 그 아이는 그렇게 흘려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당시는 임신에 너무 무지해서 양수가 터지는게

어떤 건지도 몰라 며칠을 그냥 보내고 배가 아파 병원에 가서 그때서야 그게 유산이란 걸 알았다.

많이 소중했지만  태동도 없던 생명이라 굉장히 모성애나를 느끼진 못했었고 그냥 너무 아까와서 좀

울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다들 내 걱정을 먼저 해주셔서 그렇게 첫 임신은 기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큰 산부인과에 가서 모든 검사를 하고, 임신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자궁근종 수술도 해

버리고 완벽하게 기다리고 준비해서 가진 아이가 우리 희연이인 것이다.

다행히 준비와 함께 바로 임신이 되었고, 조심조심! 정말 무서웠던 입덧,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고 아무

음식도 먹을 수 없었던 무서운 입덧 기간이 지나고 태동도 느끼며 이제는 좀 안심하겠다 싶던 임신 27주~

잠자리에 들었는데 뭔가 축축한 것이 아차! 싶었다.

그렇게 실려간 병원에서는 또 양수가 터졌다는 진단이 나왔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분만실로 들어가야

만 했다.  임신 27주는 정말 아기가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는 기로였으므로 의사 선생님은 어떻게든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자고 말씀하셨고 나는 무엇에라도 매달리는 심정으로 열흘을 꼼짝도 않고 누워서

버텨내었다.

드디어 28주를 넘기고 이제는 수술을 하자는 의사선생님의 결정과 함께 우리는 수술실로 옮겨졌고 부분

마취만 하였으므로 '사각사각' 메스 소리가 들리는 속에서  2000년 6월 30일 4시 1.3kg, 39cm라는 울음

소리도 낼 수 없는 그렇게 작은 희연이가 세상에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다 제일 먼저 아기를 보았다는 남편은 그래도 자기는 바로 우리 아기라고 느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이후로도 오랫동안 자랑처럼 했었다.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기는 아빠의 극성으로 그 주에 바로

출생신고를 마치고 '이희연'이라는 엄마가 직접 만든 이름표를 달고 인큐베이터 생활을 했다.

 

물론 그것으로 다 된 것은 아니었고 다시 2개월여를 인큐베이터에 의지해야 하는 아기와 매일매일 젖을

짜들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당시엔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아기가 살아만

준다면 무엇이라도 해 줄 수 있었으니까...

다행히 희연이는 큰 탈 없이 견뎌 주었고 2개월만에 2.4kg으로 당당하게 퇴원할 수 있게 되었다.

인큐베이터 속 모습은 촬영금지라 우리 희연이가 가지고 있는 첫번째 모습은 바로 그 퇴원할 때 찍은 사진

이기도 하다. 그때의 그 아기는 너무 작아서 만지기도 조심스러웠고 엄마와 어머님이 안 계셨으면 우리

끼리는 정말 어려웠을 것 같다. 그렇게 온 가족의 보살핌 속에서 그 작았던 아기는 그 이후론 큰 병치례도

없이 잘 커 주었다. 

그때 인큐베이터 불빛 때문인지 지금 눈이 나빠 안경을 쓰고는 있지만 그 쯤이야 당시를 기억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또 키는 껑충하게 큰 편이라, 4학년이냐는 인사를 받을 때도

있을 정도다. 단하나  아쉬울 때?가 있다면  이제는 버스 승차시 절대 차비를 내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정도랄까?^^

 

이렇게 기억을 더듬고 보니 우리 희연이는 조금씩 잊고 있었던 특별한 기억들이 참 많은 아이이다. 

아직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이런 이야기를 별로 같이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쑥쑥

커가고 있으니 이제는 말보다 생생한 기록으로 남긴 이 글을 보여주며 '너의 출생의 비밀이야! '하고

얘기해 줄 날이 머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 앞으로 살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 희연이가

 '나는 이렇게 큰 어려움을 이겨낸 적이 있었어! 다른 것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해 줄 수 있지 않을까? 

 

 

p.s. 제가 그렇게 훌륭한 엄만 아닌데... 돌아보니 나름 우리 희연이를 위해서 했던 일이 많군요.ㅎㅎ

 

       공부방도 희연이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열었던 거고, 또 희연이 입학하고 나서 학교 운영위원도

       하고, 학부모 취미교실에서 '학부모 독서토론반' 활동도 꽤 오래 했답니다.

       저 글은 그때 우리 엄마들이 매번 책을 읽고 토론 하면서 감상문도 쓰고 글도 쓰고...

       그러면서 연말엔 문집도 만들고....

       

       2007년 <또 다른 내 모습>

       2008년 <사람이 아름답다>

       2009년 <내 영혼의 유쾌한 월요일>

 

       이렇게 3권의 문집을 만들어서 지인에게 보내기도 했더랍니다.

 

       저 출산일기는 3권 중 2호인 2008년에 썼던 글인데...

       제 인생에 소중한 기록이기도 하네요.

 

 

p.s.2 마이클럽 하다가 82cook 눈팅만 벌써 몇년짼지 몰겠어요.^^

         내일 6월 30일 우리 희연이 생일축하겸 함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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