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해요"...
남녀를 가르는 것도 아닌데 왠지 요가는 여성적인 운동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정적인 분위기와 몸의 선이 만들어내는 부드러움 때문일 거다
나중에야 그 곡선의 뒤에 숨어있는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알았지만...
종교적인 선율도 있고 정신과 맘의 균형을 잡아가는 남다른 언어도 그렇다
한 번 열풍이 불면 뿌리를 뽑는 이 나라 근성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온갖 요가 학원이 동네마다 생겼다
나중엔 갖다붙이면 이름이 되고 저마다 다 요가 고수라며 이력을 자랑하기에 바쁘다
한 1년여 다니다 보니 하산? 할 때가 됐다 싶어 셀프 요가를 한다
습관이란 것이 입력되면 싫어도 하게 되는 관성이 붙는다
흔쾌히든 꾸역꾸역이든 죽어도 시간을 내 하루도 빼지 않는다
가끔은 거울 속 나는 화가 잔뜩 나있다
그런 표정으로 다리 올리고 호흡 고르는 걸 보다 보면 웃음이 난다
조였다..풀었다...
경직된 맘과 표정은 그렇게 이완된다
짝퉁요가에 나름 길들여진 나와 다르게 벌써 10여 년 째 ...이제는 요기의 경지까지 도달한 친구가 있다
기어이 자격증도 따고 얼마 전 학원도 오픈했다
열의가 한창 달아오르는 때라 그런지 학원에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 향 냄새가 독하다
몇 달 육식을 멀리하며 고사지내듯 그렇게 기도하며 공을 들였다
인테리어만 보면 여기가 인도인지 티벳인지 헷갈릴 정도다
정작 본인은 뉴욕의 현대요가를 표방한다고 하지만...
너무 순수하고 가슴이 뜨거운 친구라 대담하게 삶의 항로를 바꾼 용기가 부러울 뿐이다
어느 날 와서 참관하라는 제의에 저녁 나절 학원에 들렀다
잔잔한 친구의 목소리가 핀마이크를 타고 흐른다
맨 뒤 매트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그제야 사람들의 면면이 눈에 들어왔다
앳된 청년 2명이 있다
여자들 틈바구니에서 애쓰는 모습이다
놀란 것은 초급반임에도 불구... 어찌나 유연하고 진지하게 임하는지...
긴장한 친구는 너무나 차근차근 잘 한다
고기 끊고 그 스트레스에 눈빛이 형형해지더니만...멋있다
강의가 끝난 친구의 눈은 퀭한데
온몸을 돌고돌아 야들야들해진 피부가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