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김수현의 장백산 생수 광고 해약 사태로 본 기자들의 천박한 역사인식
2014.06.25
한류 스타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전지현과 김수현이 중국의 생수회사와 광고 계약을 했다가 해지하면서 위약금(30억 이상)을 물어주는 물리적 피해는 물론,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까지 촉발시켜 한류에 찬물을 끼얹고, 또 이것이 우리 제품의 중국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중국 생수회사의 생수 Brand도 아니고 단지 취수원으로 표기된 장백산(창바이산)을 가지고 동북공정에 이용된 배우라고 비난하는 여론이 무서워 광고까지 다 찍고 난 후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합니다. 참 어이없는 일이지요.
방송 화면으로 나오는 전지현과 김수현의 모습을 보면 생수를 마시면서 장백산이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게 일부러 손으로 가리는 모습이 나오는데, 무척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또 안타깝게 느껴지더군요.
두 스타가 왜 굳이 저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소속사는 왜 거액의 위약금을 감수하면서 해약을 결행했는지 저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백두산은 중국과 경계에 있는 산으로 우리와 중국 모두에 속해 있는 산입니다. 백두산의 천지도 양국이 공유하고 있는데 중국이 장백산이라 부르는 것은 당연하며 그것은 그들의 권리이지요. 우리가 백두산을 백두산으로 부르듯, 중국이 자신들의 이름으로 장백산으로 부른다 하여 이상할 것이 없죠.
심지어 우리도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불렀습니다. 정약용의 <경세유표>에도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부르고, 국가기록문서인 <국조보감>에도 장백산이라고 나옵니다.
중국이 장백산을 심지어 Brand로 하여 생수를 만들어 판다고 하여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들이 장백산을 Brand로 하였다고 하여 시비걸 일도 아니구요. 우리도 백두산을 Brand로 하는 제품이 있을 것입니다. 이 제품을 성룡이나 장쯔이가 광고모델로 나온다 하여 중국인들이 성룡이나 짱쯔이를 비난한다면 그것이 웃긴 일이죠.
이번 사건의 발단은 역시 우리나라 언론이더군요. 우리 사회의 암적 존재가 저는 언론이라고 생각하며 무엇보다도 시급히 개혁해야 될 분야가 언론이라고 봅니다. 기자들의 자질도 형편없고, 데스크의 스크린 기능도 없으며, 정치의식만 과잉으로 자기의 정치적 입장만을 내세우기 바쁜 집단이지요. 그리고 특권의식에다 안하무인의 태도로 전형적인 기득권층입니다.
전지현과 김수현이 중국의 헝다그룹의 생수 광고에 출연하자, 국내 언론들이 이 생수병에 취수원으로 적힌 장백산(창바이산)이 중국의 동북공정을 상징한다고 보도했고 이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이 전지현과 김수현을 역사의식도 없는 배우라고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겁먹은 전지현과 김수현의 소속사가 급기야 계약 해지를 하게 된 것이죠. 장백산은 중국의 산해경에 처음 나오고 다른 고서에서도 등장하는 백두산의 중국 이름으로 우리가 백두산이라고 부른 것보다 훨씬 오래 전에 중국에서 부른 이름입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위해 백두산을 자기식 이름으로 장백산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만들어 부른 것이 아닙니다. 장백산은 동북공정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죠. 그런데 이 장백산을 동북공정과 엮어 두 스타를 중국에서 곤경에 처하게 만들고 계산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막대한 경제적 피해도 입게 했습니다. 그 피해는 두 스타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류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데다 우리 제품의 대중국 수출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봅니다.
얄팍한 지식과 국수적 역사의식 뿐인 우리나라 기자들의 수준이 이런 참극을 빚어낸 것이죠. 전지현과 김수현이 입은 피해를 이들 기자들이나 언론들이 보상해 주지도 않을 것인데, 개인적으로 전지현과 김수현은 금전적 손해가 수백억 이상이 될텐데 이 억울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아마 이 사건은 기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국민 의식 속의 국수적 역사관이 이런 참극의 공범이겠지요. 우리나라 기자들이나 대부분의 국민들이 동북공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리고 중국의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북공정을 비판하는 모습을 볼 때 기가 막힙니다.
동북공정은 '동북 변경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 과제(공정)'로, 간단히 말해 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궁극적 목적은 중국의 전략지역인 동북지역, 특히 고구려·발해 등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어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영토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런 동북공정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발해의 전영토와 고구려의 옛 영토인 간도와 요동은 현재의 중국의 땅이고, 고구려/발해의 당시 사람들의 후손이 현재의 중국에 더 많이 살고 있는 것은 사실임으로 중국이 발해나 고구려를 자기들의 역사라 보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지요.
문제는 중국이 이런 논리를 확장, 비약하여 북한의 땅도 옛 고구려의 영토였고 청의 발원지이며 여진족의 터전(함경도)이었던 점을 들어 중국이 북한(땅)에 대해 간여할 역사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와 같은 중국논리와 똑같이 우리도 고조선과 발해를 우리의 역사로 보면서 간도를 우리 땅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참 어리석은 대응이고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에 말려드는 우둔한 짓이죠. 로마의 옛 영토는 아프리카 북부, 유럽과 페르시아 지역까지를 아울렀죠. 그렇다면 이탈리아는 이 지역들을 로마가 이탈리아의 역사임으로 이탈리아 땅이라고 주장한다면 인정하겠습니까?
역사를 이런 식으로 이해해서는 국토분쟁은 해결할 수도 없으며, 나아가 세계평화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고구려, 발해는 고대동북아의 변경지역사로 이해하고, 일국사(一國史)적 관점을 탈피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라는 더 폭넓은 시각에서 한국고대사를 조망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한반도 고대사는 근ㆍ현대 한국이 구속한 국사(國史)라는 좁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짙었고, 이런 역사인식은 결국은 국수주의적 역사관을 형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동북아시아라는 더 큰 틀에서 한반도 고대사를 조망함으로써 그 속에서 이웃나라들의 소위 역사왜곡에도 대처해야 합니다. 동북공정을 반대하면서 그 반박논리가 동북공정의 논리와 똑같은 우를 범한다는 것도 모르고 있으며, 그런 논리로는 중국에게 이길 수 없다는 것도 모릅니다. 아닌 말로 발해와 고구려의 당시 사람들의 후손 중에 중국에 사는 중국인이 많겠습니까? 한반도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남북한 포함)이 많겠습니까? 발해와 고구려의 당시 영토 중에 현재 중국의 땅이 많습니까? 우리나라(남북한 포함) 땅이 많습니까? 중국의 동북공정의 논리대로 되받아 보았자 우리가 이길 수 없으며, 또 그런 역사인식은 당시의 역사나 당시의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적합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중국 땅, 현재 중국인의 조상들이 살았던 땅의 역사는 무조건 중국의 역사라는 동북공정식 단순한 역사관과 똑같은 논리구조의 역사관을 우리도 가졌고, 또 그런 역사교육을 받아왔다는 것을 우리는 반성해야 합니다.
역사를 현재를 기준으로 구속하여 바라보거나 일국사적 관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당시(고대)의 관점에서, 당시의 사람(고구려인, 발해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대의 중국과의 동북지역 뿐아니라 한반도 남부 지역에 있어 일본과의 관계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해하면 임라일본부설도 진위와 관계없이 한국과 일본이 부담없이 연구할 수 있으며, 백제 멸망기에 일본이 백제에 지원군으로 1만명을 보낸 것도 우리가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고대동북아 주변사로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올바른 역사인식이며, 이것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올바른 길이며, 동북공정 논리를 깰 수 있는 길입니다. 또 이런 역사인식이 인접국과의 선린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구요.
문창극의 온누리교회 강연내용을 비틀고 짜깁기하여 왜곡한 KBS 기자도 그렇고 이번 장백산 생수 광고 해약을 촉발한 기자와 네티즌들도 모두 자국 중심의 일국사적 관점의 국수주의적 역사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비뚤어진 역사관을 가지고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관철하려고 하거나 자신들이 마치 애국적이며,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인 것처럼 기사를 써대는 일부 철없고 천박한 기자들로 인해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개인과 국가가 막대한 피해를 입는 이런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글로벌 시대, 세계문화 중심으로 다가가는 한류, 수출이 우리의 밥줄인 경제,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되는 현 상황에서 동북공정식, 일국사적 역사관, 자국 중심의 국수주의적 역사인식은 선린관계에도 해를 주지만, 우리의 경제적 실익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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