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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에 걸린 아버지...그리고 엄마

희망 조회수 : 4,662
작성일 : 2014-06-25 11:45:25

70대 중반 기력좋으셨던 아버지께서 갑자기 혈액암으로 입원하셨습니다.

여기에게 몇 번 썼는데 친정엄마때문에 마음이 몹시 힘드네요.

아버지 발병소식을 전하면서 어떻게 꼴을 볼까싶다는 말을 하셔서 자식들을 난감하게 하시더군요.

 

병원에 입원하신 아버지께서 산소자리를 알아보라고 하셨습니다.

그걸 들은 엄마는 곧 죽을 사람처럼 행동한다고 빈정거리더군요.

'느그 아버지 빨리 안죽는다'는 말....듣기 싫어요.

항암치료하다 죽는 경우을 주변에서 많이 봤거든요.

 

입원한 지 삼일만에 무균실로 옮기셨습니다. 오늘이 5일째입니다.

면회는 하루에 두 번씩, 한 번에 한 명씩만 할 수 있더군요.

엄마는 병원근처에 있는 저희집에 머물기로 하셨습니다.

 

저도 아버지 병문안을 갔는데 식사를 못하시더군요. 손자들 이야기에 자주 울먹이시고요.

사실 아버지께서 굉장히 당신만 생각하는 분이셔서 큰 정은 없으나 병원에 그렇게 계시니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런데 문제는 엄마의 반응이에요.

병문안 다녀온 엄마에게 어떠시더냐고 물으니 '밥만 잘 먹더라', '말도 어찌나 많은지...', '자알~ 견딜 것이다~. 등등

여전히 빈정거리는 말투에요. (저는 지병이 있어 무균실 출입이 좀 어려워요)

 

어제는 제가 아이 등교시간에 좀 일찍 일어나면 좋겠다고 충고를 했어요.

그걸 들은 엄마가 버릇을 잘못들인 지 잘못은 생각안하냐고 하는데 울컥하더군요.

아이와 저는 심한 저혈압이라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늘 기운이 없어요,

저는 그걸 알기에 아이를 다그치지 않은데

어릴 때 엄마는 저에게 온갖 욕설과 구타를 서슴치 않았어요.  갑자기 어릴 때 생각이 나서 울컷...

 

저녁에 엄마가 자는 방에 들어가보니(바닦청소때문에) 틀니를 저희가 쓰는 머그컵에 담가 두었더군요.

저희집은 개인컵을 쓰는데 오실 때마다 그러십니다.  그러지 말라고 해도 안들어요.

시어머니가 그랬으면 말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까생각했어요.

 

잦은 성형으로 일그러진 엄마 얼굴을 마주보는 것도 편하지 않구요.

빈정거리를 말투를 들을 때마다 어린 날 상처가 도져서 슬퍼지려고까지 해요.

그리고 위생관념이 없으시니 힘듭니다.

싱크대 닦는 행주로 밥그릇이나 숟가락을 닦는다든가(하얀 행주 두어 개는 늘 걸려있어요)

설거지하고 난 후에 그릇씻었던수세미로 개수대 수채구멍까지 씻는다든가...

 

어렸을 때도 집안이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어요.

대신 전업주부였음에도 아침에 일어나면 처음 하는 일이 화장이었어요.

옷도 지금이나 그때나 굉장히 좋아하시구요. 

대신 딸들은 교복에 체육복으로 버텼습니다 ㅠㅠ 브레지어도 새 것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엄마가 쓰던거 줄여서...

표정은 언제나 우울하고 목소리는 다 죽어가요.

즐거울 때는 외식할 때 잠깐뿐.  (그렇다고 매일 외식할 수도 없잖아요)

 

엄마 얼굴 안보일 때면 엄마를 살살 달래서 상냥하게 말하게 하고 표정도 밝게 가지라고 해야지싶다가도

막상 엄마의 심드렁한 얼굴을 마주하거나 특유의 빈정거리는 말를 듣고 나면 화가 솟구칩니다.

오늘 여기에 하소연하고 엄마에게 잘해보려고 노력할테니 심한 질타는 삼가주세요. 

IP : 121.154.xxx.237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4.6.25 11:49 AM (39.119.xxx.125)

    원글님 토닥토닥~~
    가끔은 가족이라는게 참 어깨를 무겁게 하네요
    짐스럽고 싫지만 벗어버릴수는 없으니
    내 맘을 다스리는수밖에요.
    아버지 건강 얼른 회복하시길 기도했습니다~

  • 2. 아휴
    '14.6.25 11:53 AM (220.72.xxx.83)

    압니다. 원글님
    저도 똑같은 경우였습니다.
    전 환자인 아버지가...ㅠㅠ
    얼마나 가슴이 답답하실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서 버티는겁니다.
    홧팅
    가까우면 이야기나 들어주고 싶네요

  • 3. qas
    '14.6.25 11:54 AM (112.163.xxx.151)

    친정 어머니께서 아버지 병간호를 하시는 것도 아니고,
    걱정 하시는 것도 아닌데... 그냥 원래 계시던 집으로 돌아가시면 안 되나요?

  • 4. 희망
    '14.6.25 11:56 AM (121.154.xxx.237)

    위로해주시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네요 ㅠㅠ
    친정엄마가 저랑 있고 싶어합니다. 아버지 병원도 가야하고요.

  • 5. 원글님보다
    '14.6.25 11:58 AM (121.219.xxx.121)

    더 심한 친정엄마가 제 엄마인데요.

    돌아가신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친정아빠를 증오합니다.

    늘 부정적이고 막말에다 분노가 치민 눈동자의 친정엄마,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밑이어야 속이 풀리는 분이세요. 기가 얼마나 센지...

    저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 돌아가신 아빠를 원망하는 날도 있어요. 살아게실때 왜 저 성격을 고쳐놓지 않았을까 하고요. 사실 아빠 능력 밖이라는거 알면서도...그 성격 단도리하다 일찍 돌아가신거 같아요.

    정말 힘들고 남편 보기 부끄럽습니다.

  • 6.
    '14.6.25 12:00 PM (211.207.xxx.203)

    핸펀에는 친정엄마가 '딸내미'라고 저장되어 있어요.
    그냥 딸이라 생각하니 화가 덜나요. 미성숙한 것도 그렇고.

  • 7. 희망
    '14.6.25 12:01 PM (121.154.xxx.237)

    '원글님보다'님....
    돌아가신지 10년이 되어도 원망하는군요.
    저는 죽음이 모든 감정을 묽게 만드는줄 알았어요.
    그래서 엄마에게 잘못될 수 있으니 아버지에게 잘하라고 했는데 아니군요.

    저희 엄마만 그러는게 아니군요.

  • 8. 원글님보다
    '14.6.25 12:06 PM (121.219.xxx.121)

    아마 원글님과 제 친정어머니 같은 분은 정신과에 가보셔야 할것 같아요.

    저도 온 몸에 멍이 들도록 두들겨 맞고, 죽여버린다는 협박도 받았어요. 친정아빠가 농담반으로 계모라고 부를 정도로...

    제발 엄마와 거리를 두세요. 거리를 두며 살아도 원글님 힘드실거예요.

    지금은 혼자 외롭다고 사람을 괴롭히려 하는데, 제가 상대 안하려 하니, 스스로 달라지려 노력이라도 하시더라구요. 근데 사람 안 달라져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자기고, 남편복 없고, 자식복 없다고 제 얼굴 보고 얘기합니다.

    전 더 매정하게 말하고 대해줘요. 남편있는 제 집에 술먹고 전화해서 주정하려 하면 전화 끊어버리고요.

    제발 남편있는 집에서 담배만 안폈으면 좋겠어요. 냄새난다고 해도 냄새가 왜 나냐고 저보고 지랄한답니다.

    집안에서 창문 열어놓고 담배 피는데, 나는 냄새가 안 나는데, 너는 왜 냄새가 난다고 하냐고

    말이 안 통해요.

  • 9.
    '14.6.25 3:45 PM (122.36.xxx.75)

    원글님 몸이안좋으니 ‥ 어머니보고 집에가시라는건 힘든가요
    님그러다 병나겠어요‥

  • 10. 에구
    '14.6.25 8:16 PM (27.100.xxx.158)

    아버님 안타까워요...친척분이 바로 어제, 갑자기 백혈병으로 가셨어요...너무너무 슬프네요.

    어머님과의 관계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지만, 아버님이 잘 돌봐드리세요..골수이식 받고 좋아진다는 말만 믿고 있다가 들은 비보거든요..

  • 11. 희망
    '14.6.26 8:59 AM (121.154.xxx.237)

    주신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약간의 유산은 아들들에게만 주시기로. 아주 어렸을적부터 딸은 이 집 식구가 아니란 개념이셨어요.
    저도 당연시 하고 있고요.

    아버지도 마음에 걸리는데 당장에 엄마랑 있는 것을 신경써야하는 것이 힘드네요.
    부부교사인 아들에게는 잘 안가십니다.
    엄마의 며느리는 굉장히 속이 좋고 착해요. 엄마는 며느리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착해서 비위맞추는 거지, 며느리 눈에도 시어머니 단점이 안보이겠어요.
    다만, 엄마가 아들눈치를 보는 편이에요.

    위로해주시고 조언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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