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몇년째 출구가 없이 막힌 듯 너무 답답해서요.
인생이 총체적 난국이에요.
남들한테, 친정 언니, 부모님한테조차 말을 못하겠고..
나이 마흔 셋, 남편 직장 좋은 거 하나 보고 결혼했거든요.
근데, 몇년전 부터 남편 직장은 위태위태, 남편하고 정없이 산지는 오래됐고,
도움받을 곳 없어 일 접고 애 키운다고 내 커리어는 엉망 진창에
간신히 프리랜서로 일하긴 하나 한달 100쯤 버네요. 출퇴근 없다는 게 그나마 장점인데
그나마도 얼마나 더 할지 알수 없다는 게 문제.
우리 엄마, 주변 사람들 제 일 직업으로 인정 안하고(아무에게도 자랑스럽지 않은 거죠. 친척들, 제 친구들
대부분 최하가 교사니 뭐.. 우리 친척들은 대출 척척 받을 수 있고, 안정성 있고 홈페이지에서 직위 검색되는..
딱딱 떨어지는 직업 아니면 인정을 안하는--;)
기껏 공부해서 좋은 대학 나왔더니 별 수도 없구나. 저에 대한 이미지가 그런 것 같아요. 지금
그나마 공들여 키운다고 키운 자식마저 남편 키 닮아( 170안됨) 남자 앤데
다 커봐야 160중반데 될 거라네요--;. 나중에 클 가망도 없대고... 세브란스 의사 말이.
이미 클대로 다 크고 있는 애라서. 결국 유전자 문제라.
난 작은 키도 아닌데.
그나마 신경써서 공부 하나는 제법 하는데 남자 애들이 즐기는 모든 걸 다 못해요.
운동, 무리지어 노는 거 전부 다... 자다가도 애 키 생각하면 잠이 확 달아나고
제일 우울한 건 현재 남편과의 상황.
직장 하나 맘에 들고
그래서 시댁에 변변한 대학조차 나온 사람 없어도
시부모 일 전혀 안하시고, 물려줄 건 당연히 없으시고 결혼 당시부터 생활비 다 우리 몫 될거 알면서도
남편 빠릿빠릿하고 유머있는 스타일은 아니고, 나랑 엄청 잘 통하는 건 아니지만
학벌도 나보다 살짝 쳐지고 외모도 후하게 줘서 귀엽다 정도(이런 게 왜 그땐 눈에 안 들어왔을까요?)
크게 사고 칠 스타일 아니고, 전반적으로 착실, 어디가서 크게 잘나진 못해도 둥글둥글 묻어가며 살 스타일이라
그거면 됐겠거니. 결혼전에는 왜 그리 소박하고 나는 욕심도 없었는지.
그 때가 내 인생 최고의 상종가를 치는 시기였던 줄도 모르고.
하여간 결혼하고 처음부터 삐그덕삐그덕,
그래도 친정쪽엔 교수도 있고, 이모 고모들 연세 꽤 있는 분들도 어지간하면 교사 정도는 하시고,
스카이 출신들은 친척들 집집마다 한둘은 있고 다들 못해도 공무원, 울 아버지 대기업 퇴직하시고
친정 언니는 그래도 물려받을 것만 몇십억 되는 지방 유지댁 며느리로, 형부도 한자리 하고 지내시고
동생네 부부도 둘다 대기업 다니고 저만 답답하네요.
처음엔 신경 안 썼는데 살다보니 가족 분위기 정말 무시 못할 거더라구요.
시댁 쪽 친척들은 고등학교도 제대로 안 나오고 사고쳐서 스무살에 결혼한 사촌에, 정말 변변한 직업 가진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저도 명절마다, 일마다 만나야 해서 그래도 말도 섞어 보고 했지만 -벌써 십수년째-
무슨 의미있는 대화가 오가길 하나,
뭐랄까 왜 이 집안 사람들이 이리들 사는지 알 것만 같은.
의욕도 없고, 눈치, 주변머리... 대체 뭐가 있는 건지.
결국 우리 애 사촌, 육촌, 친척 어른 될 사람들인데...
시간이 갈수록 애가 커갈수록
내가 남자 하나 잘못 골라 이런 사람들과 가족이 됐구나 한심하기 짝이 없어요.
그러니 시댁 쪽은 전혀 정도 안 가고, 마음이 없으니 가족간의 유대 같은 게 생길리가 없고
세월이 암만 흘러도 데면데면 남보다도 못한 사이죠. 물론 시부모 생활비, 생신, 제사 할 건 다 합니다.
시누는 그래도 여전히 나만 보면 싫은 티 다 내면서 사람 불편하게 하지만.
시간 들이고, 명절이며 중요한 날 우리 가족보다 먼저 만나는 사람들이 결국 나한테 아무 의미도 없는 사람들인거죠.
남편역시 점점 더 싫어지기만 하네요.
제 주변 사람들이 저 포함, 다들 말이 빠르고 유머도 있고, 행동이 잰 사람들이 많은데 남편이 친구 모임,
친정 모임이든 데려가면 눈치 없고 답답하게 굴어서, 사람들이 이젠 다 그렇구나...
알아차려버린 게 참 자존심 상해요. 그래서 남편이랑 모임을 가는 것도 재미가 없어요.
다 따로 관계를 맺게 되지, 남편 아이 껴서 맺는 모임 자체가 다 없어져 버렸어요.
제가 가기 싫어져서 하나 둘 빠지다 보니.
설상가상 남편 회사가 요즘 계속 안 좋죠.
근데 이 불안함이 단순히 경제적인 위기만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서 (경제적인 위기는 아직은 없어요.
월급은 적지 않게 따박따박 나오는 데 미래가 없는 직장이 돼 버린 게 문제, 결국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안그래도 말없고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남편이 이제는 무슨 목석보다 더한 사람이 돼버렸네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아주 모른척하며 사는 건 아니고
가끔 물어도 맨날 "그렇지 뭐." 끝!
그 간에 쌓인 정이라도 있으면, 당연히 부부 사이라면 안 쓰럽고 위로하고 싶고
그래야 하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무슨 말만하면 코멘트없이 말한 사람 힘빼기 일쑤고
뭘 하든 기대했던 반응이 안 나오고, 자잘하게 수다 떠는 재미 같은 거라두요.
그러니 저는 아예 남편한테는 입 닫고, 그러고 산게 벌써... 아주 오래 됐네요.
제가 잠깐 일이 바빠 친정 엄마가 우리 집에 한달쯤 계셨는데 그러시대요.
왜 *서방은 사람이 말을 해도 반응이 없냐고?
너 답답해서 어찌 사냐고? 아직 젊다면 젊은데 부부가 이리 대화도 재미도 없이 살아서 어쩌냐?
그래도 사람은 착한 데... 누가 보든 딱 거기서 끝이에요.
그래서 제가 요즘 밤에 잠도 못자고 맨날 이래요.
위기야 같이 헤쳐나가면 된다지만, 대체 저 남자랑 내가 이 위기를 왜 같이 헤쳐나가야 되는지도 이제 모르겠어요.
어찌저찌 노력해서 애 대학보내고 직장 잡고 할 때까지 서포트 하고 나면 결국 부부 둘이 남는건데
제일 두려운 게 그거네요. 저 남자랑 둘이 남은 시간을 보내기도 싫고, 그럴 자신도 없어요.
떡볶이 하나를 먹어도, 시덥잖은 티비 프로 하나를 봐도 기분좋게 재밌게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저 사람이랑은 이제 뭘해도 아무 재미도 즐거움도 없어요.
여름휴가도 여행도 같이 가는 게 싫어요. 오래전부터..
단물 빠져서 그런다고 하실까요?
그것도 아니에요.
저 남자 만나 단물 다 빠진 건 저도 마찬가지.
엉망진창 감당 안되는 시댁에, 속터지는 남자랑 사느라 나는 좋은 일 하나 없이 내 청춘, 젊음, 미래 다 날려버리고...
친정 식구들도 남편 좋아하고 보고 싶어하는 사람 없거든요.
서로 예의만 갖출 뿐.
이러니 모든 인간관계는 조각조각, 가장 기본적인 남편과의 관계부터 엉망,
애는 사춘기 들어서 부모 눈치 보느라 (대놓고 싸우거나 하진 않아요. 냉랭할뿐. 그래도 많이 힘들겠죠. 행복하지 않은 부모에게서 뭘 보고 배울까? 형제가 있어서 같이 푸는 것도 아니고) 사춘기 반항하느라 감정이 이리저리 널을 뛰고,
홀로서기하려면 뭘해야 하나 수없이 벌써 몇년째 고민중이지만 번듯한 직업을 다시 갖기엔 모든게 너무 지나버린
내 인생도 절망,
.... 정말 어디서부터 풀어가야할 지를 모르겠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