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늘 소방훈련을 했는데... 눈물이 줄줄 흐르데요...

... 조회수 : 1,987
작성일 : 2014-06-21 01:15:38

모 할인마트내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는

50초반 아줌마에요.

아까 오후 2시즈음에

민방위훈련때문인지 몰라도

어제부터 소방훈련을 실시하니 직원들 모두 지상으로

대피하는 훈련을 하겠다고 공지를 하더라구요

 

세월호 사건 때문인지 형식적인 훈련이 아닌

계산대도 모두 정지시키고 음식 주문도 한시 반부터는 받지 않고 훈련을 했는데

지상으로 올라가보니 오랜만에 마트의 온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광경이 연출되었지요

캐셔 언니 혹은 동생들, 아들딸뻘 보안요원 아르바이트생들, 문화센터 안내보는 아가씨, 부점장님등등..

평소에는 묵묵히 자기자리에서 일하던 분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묘한 감동이 들면서

아, 나도 노동자구나. 우리 동지들. 하는 연대감, 소속감을 느끼며

약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타 노래도 부르고 먹을 것도 먹고 유흥을 즐기면서

훈훈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갑자기, 옆길에 멈춰선 썬팅이 짙은 고급외제차.

이윽고 선글라스를 낀 한 여성과 운전하는 또 다른 한 여성이 내리더니

그 유명하다는 '스*케' 유모차를 꺼내서 아이를 앉히고

그 다른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황급히 가더라구요. 아마 다른 여자분은 도우미거나 그랬었던가봐요.

땀과 때에 찌든 마트 유니폼과 너무도 대비되는,

다소 위화감이 느껴지는 광경속에 저와 가장 친한 동료언니가

입을 삐죽거리며 팔자 좋네 라며 응수하였지만

저는 그 말에 차마 동감의 표현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한때는 저도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제 입으로 이런말을 털어놓긴 좀 그렇지만

불과 5년전만해도, 소위 사모님 , 소리를 듣는 그런

삶을 살았었네요.


그러나 드라마 속 남일인줄만 알았던

남편의 사업 부도로,

저는 다급히 일을 찾아야 했고,

소규모 이름모를 슈퍼의 캐셔부터 시작했던 과거의 나날들..

그래도 오늘날, 자부심있게 일하고 , 내 힘껏 살아가고 있다 기특한 생각으로 버텨왔는데,

그 방어막이 우수수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달까요.

 

그 광경에서 느껴졌던

자부심, 여유로움, 우월의식 등이 비수처럼 꽂혔던건,

단지 제 자격지심 때문이었을까...

훈련이 끝나고 다시 매장내로 돌아와

서빙을 하며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곰곰히 해답을 찾으려는데

갑자기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더군요.

 

가뜩이나 손님이 많은 금요일인데

오늘만은 일을 할 수 없을것 같아서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다소 일찍 퇴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발걸음은 쉽게 집으로 향하지 못하였고,

지하철을 타고 어디든지 쏘다니며 결국 술을 꽤나 많이 마시고

지금에서야 집에 도착했네요.

막차 바로 전 전철을 타며 오는길에

더이상 자기 연민의 눈물을 흘린다면 바보라고 다짐했습니다.

하루가 한달처럼 느껴졌던  , 너무나도 많은 생각을 했던 힘겨웠던 하루지만

나의 소중한것들과 겸손함을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순간으로 기억돨 것 같습니다..

 

IP : 218.152.xxx.15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전 소방대원
    '14.6.21 1:26 AM (124.5.xxx.161)

    아저씨께 빙의되셨나 하고 들어왔네요.
    빗 줄기가 오랜만에 시원하게 들려요.
    내 맘과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앞만 보고 달리세요. 한 참 잘나갈때
    누구나 이게 시작이겠거니 하지만
    그게 마지막인 줄 누가 알았을까요?
    사업하는 집일 수록 비상금 억지로라도
    만들어놔야 된다 생각해요. 비슷한 분들
    너무도 많아요. 저 아는 분은 학교식당 조리원
    으로 가셨는데 요즘 허리 안좋으신 듯
    외모와 전혀 어울리는 직업이 아닌데도
    그냥 견디시고 계세요. 힘 내세요!
    언제고 웃는 날 올겁니다.

  • 2. 무무
    '14.6.21 1:30 AM (112.149.xxx.75)

    힘 내세요!
    언제고 웃는 날 올겁니다.
    --------------------------------------------------------
    꼭! 그런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 3. 언냐
    '14.6.21 2:17 AM (125.191.xxx.53)

    멋지세요

  • 4. ~~
    '14.6.21 7:48 AM (58.140.xxx.106)

    218.152. 우리네 인생.. 지하철 펑펑..

  • 5.
    '14.6.21 7:48 AM (122.36.xxx.75)

    힘내세요~
    지금열심히 사시닌깐 잘 사시는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6553 40대 아줌마들..강남역에서 놀면 좀 그럴까요? 10 어디로갈까나.. 2014/07/11 4,446
396552 팩트TV 입니다. 82cook 회원님들께 감사인사드립니다. 25 룰루aa 2014/07/11 3,012
396551 배고프다, 부페 좋아한다 하구선 안 먹는 심리는 뭔가요? 갸웃... 10 어떤 심리?.. 2014/07/11 2,348
396550 파마약이 독하긴 독한가봐요 4 시작 2014/07/11 2,233
396549 고추씨가 까만건 2 어케 2014/07/11 8,461
396548 이경제.통곡물선식.. 15 ^^ 2014/07/11 3,653
396547 한인섭 서울법대 교수 “권은희 전략공천은 진심으로 잘 된 일” .. 4 아틀라스 2014/07/11 1,662
396546 세돌안된 아이에게 피자 시켜주는 올케 35 피자 2014/07/11 11,498
396545 피자에 대한 추억. (혹시 레드핀피자 기억하시는 분?) 5 추억 2014/07/11 1,670
396544 바이엘과 소나티네..보통 같이 하는지요? 3 피아노 2014/07/11 2,137
396543 안녕하세요. RTV입니다. 11 RTV 2014/07/11 2,161
396542 20.30대가 결혼을 하기 위한 조건 1 QOL 2014/07/11 1,782
396541 얼척없는 소리 들으시면 그냥 지나치시나요? 8 조작국가 2014/07/11 1,658
396540 신발색이 맘에안들어 다른색으로 도색(?)해보신분계신가요 5 혹시 2014/07/11 1,747
396539 시사통 김종배입니다[07/11pm]경제통-가정의 기업경제화 lowsim.. 2014/07/11 756
396538 청주중학교 잘 아시는분 11 서울토박이 2014/07/11 1,594
396537 평등한가요? 1 어떤 여자 2014/07/11 630
396536 블랙상의밑에 입을 반바지.. 9 바지고민 2014/07/11 1,502
396535 지오디. 노래 들으니 뭉클하네요 5 가지볶음 2014/07/11 1,820
396534 지니킴 패밀리세일.. 6 전문직와이프.. 2014/07/11 2,028
396533 오줌싼 요, 어떡하나요? 4 ㅜㅜ 2014/07/11 2,054
396532 심재철 유가족에 또 퇴정명령…세월호 유가족들 전원퇴장 9 누드심 2014/07/11 1,616
396531 힘나는 음식 좀 알려주세요 17 저질체력 2014/07/11 5,879
396530 세월호 국정조사 유가족 퇴정 후 정회중 1 마지막날 2014/07/11 1,028
396529 믹서기로 얼음 갈수있죠? 8 2014/07/11 6,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