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기 이사온 지 얼마 안 됐구요 옆집은 비어있고 옆집 사람은 근처에 살아요
어느 날 옆집 아줌마가 개를 데리고 와서 두고 가더니 그 다음 날 아침에 오더군요
나가서 물어봤죠 어젯밤 개 혼자 여기 있었냐니깐 그렇다네요 자기가 아침 저녁으로 올거랍니다
와서 십여분 동안, 나가서 오줌 뉘고, 개한테 소리치고, 현관 청소하고, 이빨 닦이길 후딱 하고 가네요
떠날 때 보니 개를 현관 안에 짧은 줄로 묶어두네요 개는 주인 가고 나면 잠시 낑낑댈 뿐 내내 조용히 있고요
그날 저녁 개가 힘든지 작은 소리로 한참 낑낑대길래 아줌마 왔을 때 말했죠
개가 많이 힘들어한다고.. 겨울까지는 여기 있어야된다는군요
그러길 며칠.. 개는 주인 떠나면 잠시 낑낑댈 뿐 하루 23시간 30분을 쥐 죽은 듯 혼자 갇혀 있어요
마음껏 움직이지도 못하니 가만히 있겠죠
그 사이 아줌마한테 개가 많이 힘들겠다는 말을 또 해봤지만 별 반응은 없고,
저는 개가 너무 불쌍하고 걱정되는 겁니다
안되겠다 개 죽겠다 싶은 생각에 큰 용기가 솟구쳐 아줌마한테,
낮에 내가 집에 있을 때가 많으니 개 우리집에 두라고 했죠
혹시 개 키우기 힘들면 내가 분양할 데 알아볼까요 하니 그건 안된대요 딸이 운답니다
저도 개를 키우는데 아줌마 하는 말이 자기 개는 우리 개와는 다를 거라고
오줌도 아무 데나 눌 때도 있고 벽지도 다 뜯어놓고 냄새도 나고 가둬놓으면 낑낑댈 수도 있다, 됐다고 그러네요
전 그런 건 괜찮다 다만 우리 개가 싫어할 수 있는 문제가 있긴 한데 일단은 내가 데리고 있어 보겠다 했죠
힘들면 다시 넣어놓으면 된다고 합의하고 개를 데리고 왔어요
목줄 했다가 육각장 안에서 하룻밤 보냈는데 아직 어리기도 하고 혼자 갇혀있다가,
친절하고, 자기가 마음 드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으니 기분 좋고 마음 편해져서인지
육각장 안에서도 엄청 정신없이 부산하게 놀더군요
물건 씹고 뜯고 꼬리 문다고 빙글빙글 돌고 방석에 붕가붕가 시늉하고..
내가 육각장 바로 옆에 앉아 지켜보다 일어나면 낑낑대고 잠시 밖에 나가니 크게 우네요
그것보단 제 개가 생각보다 훨씬 더 스트레스를 받고 계속 으르렁대고 짖고
밥도 안 먹고 아무 것도 안 하고 그 개만 신경쓰고 있는 겁니다
그 개는 다음 날 육각장 밖에 풀어놓으니 화장실이고 어디고 제가 가는 데만 졸졸 따라다닙니다
제 개가 없으면 데리고 있을 수도 있는데 제 개 생각하니 답이 없겠다싶어
정말 안타깝지만 다시 옆집에 혼자 갇히는 신세가 됐어요
아줌마한테 개 씹을 거리 뜯을 거리 놀 거리 주며 미안하게 됐다
내가 종종 산책 시키겠다 도어락 비번 알고 있으니.. 했죠
그날 밤 옆집 가서 데리고 나와 오줌 뉘고 그 집안에서 던지기 하며 잠시 놀아줬어요
너무 좋아하고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르더군요
그래 이렇게 잠시나마 움직이고 놀고 스트레스 풀어라..
그러고 나왔는데 동네 떠나가라 울고 불고 난리가 난거에요 원래 자기 있던 데라 그렇게 반응할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생각해보니 아마 제가 너무 좋았고 제가 옆집에 살고 있는 걸 알아서 그러는 거 같더군요
큰 민폐다 싶어 얼른 우리 집에 데리고 왔어요
그 다음날 아침, 개는 옆집으로 가게되고 저는 다시는 그 개와 놀아주거나 산책시키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혼자 가만히 갇혀 있는 개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고
도와주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무력감을 느껴요
그동안 짧은 줄은 육각장이 되고 가끔 주인이 조금 오래 머물다 가고
주인의 신경질적인 호통은 줄고 말투가 약간 부드러워지는 등 상황은 아주 조금 나아졌달까요
아줌마가 아예 개를 버린 거라면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갈 데를 알아볼 수 있을 텐데
얘기해보면 보통 개 키우는 사람들 마음도 있는 거 같아 보이고 그래요
저렇게 사는 거 거리에 버려지는 것보다 나을 게 없어요 아니 거리에서 그럭저럭 적응해 사는 개보다 못하죠
지금도 내내 조용히 있지만 주인이 와서 소리만 지르다 금방 가버리거나 하면
주인 가고나면 한동안 서럽게 울어요 이젠.. 얼마나 답답함과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소린지..
그래도 울어봤자 소용 없다는 걸 알고 크게 울지도 않고 속으로 삭이는 듯 울어요
개들이 먹는 것보다 더 절실히 원하는 게 좋아하는 사람 곁에 있는 건데 저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혼자 오래 놔둬도 주인이 자고 머무는 집이라면 괜찮죠 훨씬 안정감을 느낄 텐데요
내 개를 생각하니 더 비교가 되고 저 개의 삶은 뭔가 싶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