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 고양이는 두살배기 호기심 대마왕 노랑둥이 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말 진짜 안듣게 생겼고 고집있어 보이는데
의외로 소심하고요.
밥 먹을때마다 몇번씩 훈련을 시켰더니만
사료 그릇에 사료를 부어줄때 그릇 옆에 얌전히 앉아서
그 다음 제 행동을 기다립니다.
제가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주면 욘석이 얼굴을 쑥 내밀어
저랑 콧등 뽀뽀 하고나서 사료를 먹어요.ㅎㅎ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라서 훈련이 안됀다기에
그냥 재미삼아 몇번 했던 건데 이제 욘석은
사료 앞에서 얌전히 앉아 제 손길과 콧등뽀뽀를 기다립니다.
집사가 뜸들이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고 있으면
욘석은 눈치를 살살 보면서 못참겠다는 눈빛을 보내요.
퇴근하는 집사의 걸음걸이를 족집게같이 알아채고 현관문앞에서 기다렸다가
문 열면 바닥 타일을 넘어 먼지 많은 바닥까지 몸뚱이를 들이밀고
비벼대요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싶은게냐~
밖이 그리 궁금한게냐~
잔소리를 날리며 번쩍 안고서 밖을 구경시켜주려고 몇 발자욱 걸어나가면
혹시라도 집사랑 떨어질까봐 옆구리에 찰싹 붙어서 한쪽 앞발은 집사 허리로
다른 앞발은 집사 앞쪽 옆구리로 꽉 껴안고 매달립니다.
그러면서도 주변은 궁금해서 쳐다보느라 정신없고요.
그래봐야 현관 문 앞 서너발자국 정도인데도 말이에요.
어찌나 앵겨붙는지 웃겨 죽겠어요. 사람처럼 옆으로 딱 저를 껴안거든요.
사료도 든든히 먹고 나면 부엌쪽에 난 창문에 앉아서
고개만 밖으로 쭉 내밀고 보이지도 않는 밖을 뭘 그리 구경하는지
뒤태가 정말 웃겨요.
이건 진짜 사진 좀 찍어야 하는데 순간 포착이 어렵네요.
창문을 아주 조금 열어놓는데
쭈구려 앉아서 그 열린 틈새로 얼굴만 빼고 쳐다보는 뒷모습은..ㅎㅎ
잠잘때 꼭 집사 다리 사이에 비집고 들어와서 자는 바람에 좀 불편함이 있지만
그런 불편함마저 익숙해져 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