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정생활에서 계속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집안일을 제가 더 한다거나
시댁에 방문하는 횟수가 친정보다 과하거나
기타 가정에서 생기는 일..
이런 등등의 제 생각에 합리적이지 못한 일이 생기면
남편을 설득(?)해서 합리적으로 바꾸거나 해야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남편의 늦은 귀가로 해결하기 어렵거나, 친정과 시댁의 상황이 다 같을 순 없으니..)
그런데 저는 계속 억울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계속 제 자신이 옹졸한 사람같이 느껴지고
결혼 후 제가 바뀐건지, 결혼전에도 이랬는데 이걸 발현(?)할 기회가 없었던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왜 내가 이걸 해야하지? 남편은 안하는데..?
자꾸 이런 생각이 저를 괴롭히고 힘들게 합니다.
저도 직장인이고 하니 편한 사람은 아닙니다.
몸과 마음이 지친건지, 권태기인건지.. 별의 별 생각으로 원인을 찾아보고 싶고, 잠깐 너그러운 마음이 들다가도 금방 또다시 억울한 느낌이 듭니다.
어쩔땐 최악의 치사한 생각으로.. 월급도 내가 더 많은데..
이런 생각 들고..
왜 같이 가정을 꾸렸는데 나만...자꾸...
이런 생각이 저를 너무 괴롭히고,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결혼한 지 일년반 되었는데..
우울증일까요?
제가 미성숙한 인간인가요?
남편은 맛있는 요리로 풍성한 가정을 원하는데 저는 요리에 취미도, 소질도 없습니다. 물론 죽을만큼의 노력을 한적은 없어요. 노력해봤는데 잘 안되고 저 스스로 기죽어서 더 못하겠어요.
다른 집안일은 손도 빠르고, 후다닥 잘 하는 편인데 남편앞에서는(=결혼후에는) 하기 싫습니다.
물론 결혼 초에는 저의 나름 빠릿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게 남편에게 서운함,미움,서굴픈 감정이 복받치다보니 점점 하기 싫어지고..
나만 왜 해야해? 내가 왜 해야해?
지꾸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도우미 쓰라고 주변에서 그러는데 둘 살면서 도우미 쓰는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애기가 생기면야 육아도우미 겸 시터분을 쓰겠지만요..비용이 아까운게 아니라 그냥 마음이 불편합니다.
저는 마음은 예전 고루한 조선시대 여인인데
행동은 신세대 여성처럼 하고 싶은 여자라는걸 최근에야 느꼈습니다. 주변에 온통 맞벌이집이니까 보고 듣는게 많은데..
속으로는 '아무래도 여자가 집안의 대체적인 일을 주도하는게 맞지 않을까' 하는 고루한 생각을 하는데
막상 주변에 신세대처럼 하고 사는 사람들 보면 또 ' 아 이건 아니야. 같이 맞벌인데 똑같이 해야지. 암, 나도 청소 ,빨래, 음식 다 할수 있지만 안할거야' 이렇게 됩니다.
저 진짜 못난사람인거같습니다.
저 왜이럴까요?
제가 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고 헤쳐나가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사랑해서 결혼했고 행복해지려고 결혼했는데
자꾸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특별한 계기나 큰 사건은 없었는데 이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해야 할까?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만 듭니다.
1. ..
'14.6.17 10:15 PM (212.198.xxx.46)치사하고 미성숙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아량이 넓고 성숙하신 분 아닌가요? 신혼에 가사 분담이나 시댁, 친정 간 형평성 문제로 모두가 다 힘들어요. 그런데 본인에게 문제를 찾으려고 하는 분은 드물죠. 보통 다 상대방을 원망하는데...요즘 젊은 주부들 대부분 맞벌이에 결혼 전에도 많이 배우고 남자들이랑 똑같이 살다가 갑자기 결혼하면서 불평등한 한국의 결혼 문화를 겪으면서 이런 갈등을 처음으로 겪게 되면서 혼란이 오죠. 님은 스스로 분석하신 것처럼 그래도 집안 살림은 여자들이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더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고..그러면서도 내가 뭐가 모자라서 나 혼자 이렇게 종종거리며 다 알아서 해야 해, 억울해 이런 맘으로 힘드신 것 같네요.
남편에게 맞벌이하면서 혼자 수준급 요리로 풍성한 식탁 차리는 것 힘들다, 서로 같이 하자, 아니면 다른 가사를 많이 해 주면 내가 요리에 더 매진해 보겠다 이런 식으로 대화하면서 부부가 서로 평등하고 가사는 같이 해야 할 문제라는 걸 주지시켜야 할 것 같네요. 가사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 생기면 육아도 마찬가지거든요. 신혼 때 남편 머리 속에 가사와 육아는 분담, 공동의 일이라는 걸 설득시키지 못하면 아이 생겨도 혼자 종종거리다가 울고 남편 원망하고 시댁 식구 싫어하게 되고..그런 늪에 빠지게 된답니다. 차라리 신혼 초반에 다소 분쟁이 있어도 큰 소리도 내 가면서 서로 합의 하에 어떤 룰을 만들어 나가는 게 길게 보면 아이 키울 때에도 좋아요...
도우미 부분은 님이 둘이 살면서 이건 말도 안 된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한 번 남편이랑 대화해 보면서 일주일에 하루라도 써 볼 수도 있어요. 경제적으로 어쨌든 타격이 되잖아요. 남편 네가 도와 주지 않으면 우리는 가사 도우미 비용이 더 나간다, 라는 걸 인식하게 되면 남편이 몇 번 써 보다가 돈 아까워서 제 몸 움직일 수도 있죠. 그러지 않고 님이 돈 아까워서 결국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님 혼자 다 하게 되면 남편은 자기가 전혀 할 필요 없고 돈도 안 나가니까 생각을 바꿀 필요가 없죠. 설거지, 빨래, 청소같은 것 거하게 한 번은 도우미가 해 주고 자잘하게 유지하는 정도는 남편이랑 서로 나눠서 하고 주말에 님은 푹 쉬면서 요리 교실도 다니고 창의적인 가사를 해 보세요. 지금은 쉬지를 못하고 소모적인 집안일을 하니까 더 남편에게 불만이 쌓이는데 여유 시간이 있어서 인테리어나 요리같이 창의적인 집안일을 하게 되면 불만이 좀 덜 쌓여요. 남편이 가사 도우미 비용을 대거나 자기가 집안일을 하는 시간에 님이 요리 실력을 늘일 수 있게 되면 남편도 자기 행동을 바꿔야 할 모티베이션을 얻게 되겠죠. 사실 웃긴 게 맞벌이면 당연히 집안일 나눠서 해야 하는 건데 많은 남자들이 이런 식으로 당근을 줘야 모티베이션이 생기니까 답답하지만 어쩌겠어요...가끔은 애들 설득하듯이 화나지만 꾹꾹 참고 눌러 가면서 아주 당연한 일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더라고요. 남자들에겐...2. 죄책감
'14.6.17 10:25 PM (223.62.xxx.18)..님 조언 감사합니다. 제 마음을 잘 헤아려주셔서 눈물이 나요. 내일 퉁퉁 부은 눈으로 회사 갈것같습니다. 남편은 좀 강한편인데 저는 굉장히 소심해요.
그래서 제 속마음을 남편에게 털어놓지 못할때가 많아요. 그래서 혼자만 속앓이 하니 너무 힘들때가 많습니다. 말을 하려해도 눈물부터 나니까 그동안 생각해놨던 서운한것들,개선할 것들이 제대로 전달안되고 잊어버리기도 하구요.
마음이 너무 과롭습니다.3. ᆢ
'14.6.17 10:27 PM (121.166.xxx.118) - 삭제된댓글아마 여자들은 십중팔구 그러지 않을까요?
아이 생김 똑같이 벌어서 저는 돈 모아 아이 전집 사줄 궁리할때 남편은 골프채 바꾸지요.
누가 쓰지 말라냐? 그러게요.
근데 정말 나한테는 안써져요.
아이가 먼저니까요.
기쁜맘으로 기꺼이 그러다가 가끔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는지 뚜껑이 열리죠.
남편은 술값 담배값으로 돈 쓰는데..
하다보니 제 넋두리네요.
결혼해서 좋은건 내가 엄마가 된거?
아이키우며 행복해서 다시 태어나도 결혼은 하지 싶어요.
미친~ ㅎㅎ4. ......
'14.6.17 10:29 PM (220.86.xxx.151)인간은 누구나 똑같아요. 내가 얻는게 적거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인간은 하나도 없어요
주변에서 맞벌이임에도 집안일을 잘 맡고 계시는 분들은 정해져 있어요
남편이 그 모든 상황을 능가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사람이라
그냥 해주는 게 기쁨인 경우. 즉 남편이 월등히 잘났고 돈도 많이 벌고 가정의 기둥이라
나야 뭘 그냥 돈버는 건 취미.. 인 경우
풍족해서 가사 도우미에 의존하는 경우.
그도 저도 아닌데 전혀 판단 못하는 상황에 휘둘리며 그냥 체념해서 가만 있는 경우..
사실 맞벌이로 돈 관리를 어찌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최소한 내가 가정일을 다 맡으려면 내가 버는 돈은 내가 다 쓰고
남편은 생활을 전적으로 책임지든지.. 이런 보상이 있어야 하는 거에요5. 당연지사지
'14.6.17 10:32 PM (112.121.xxx.135)왜 그런 생각이 옹졸한 거에요?
그 당연한 것들을 남자들은 왜 안하는데요?
앞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맞벌이에, 가사육아, 시댁까지 노예인가요?
거기에 결혼 후 유흥업소까지 가는 남편이라면 완전 짜증.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평생 노예로 살기 싫으면.6. 무지개1
'14.6.17 10:48 PM (14.52.xxx.120)당연한 생각인데요. 남편이 정말 안하나봐요;;
전 도우미 강추. 주 1회만이라도요.7. ㅇㅇ
'14.6.17 10:49 PM (175.196.xxx.83) - 삭제된댓글이거저거 다 시도해봐요 도우미 써보고 생각해봐요.
중요한거지만 어찌보면 쉽게 해결가능한 문제일 수도 있어요.. 위 댓글처럼 일주일에 하루일만 써보셔도 무슨말인지 좀 아실거예요. 일주일 내내 풀타임으로 쓰는건 아마 본인도 아직은 적응이 안될테니깐요.8. 간적경험담
'14.6.17 11:02 PM (223.62.xxx.22)도우미써야 해결되더이다
님 마음 충분히 알고요
남자들 아무리 맞벌이라도 가사일 일차적으로 부인쳐다보더라구요
여자는 생리하고 몸약하고 단장하는데 더 시간걸리고 힐신고다니면서 더 힘들고 남성중심 사회에서 살아내느라 더 힘들어죽겠는데 남자들은 집에오면 일차적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은근 회피하려하니 심리적으로 불만가득 폭발직적인데 또 하나하나 따지는게 쫌그래보여서 억제하려니까 자꾸만 억울해미치겠고 울화가쌓이고 그러죠
주변에 보니까 도우미써야 좀 나아지더라구요
별거아닌거같아도 그런 피해의식이 화가 몸에 계속쌓여서 결국엔 폭발하고 말거든요
너무 고민마시고 도우미 도움받아보고 다시 고민하세요9. 오죽하면
'14.6.17 11:14 PM (125.177.xxx.27)제가 딸아이 보면서..나중에 딸이 힘든 맞벌이에 원글님같은 고민에 시달릴 생각을 하면...차라리 혼자 살거나 작게 벌더라도 전업으로 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러는 저는 맞벌이 20년 넘었지만..저 위의 어떤 분이 정확히 짚어주신대로 남편의 수입이 저보다 월등히 높고, 제 수입 가운데 친정으로 보조하는 부분이 제게 심적이 보상이 되기에 집안일을 다 감당하는 것이그다지 억울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20년 넘는 결혼생활에서 끝없는 갈등을 겪고 난 것이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억울합니다.
참 치사한 소리지만...남자들도 비교적 정확하거나 양심적인 사람들은...자기 수입이 비슷하거나 하는 경우 여자 많이 돕고 가사일을 그래도 하더군요.
최악의 치사한 생각이라 쓰셨지만...그런 생각이 들기전에 엇비슷한 수입으로 맞벌이 꾸려나간다면 남자가 더 동참해야 하고...남자가 그런 생각이 없다면..그래서 이렇게 속으로 괴롭다면..
싸우든 머리를 굴려 동참시키던 이 상활을 개선해야 하고,
아니면 홧병 걸리는 수준으로 체념하고 살게 되겠지요.
오죽하면 여자들이 이중고를 견디다 못해 경력 다 끊어지는 것을 알고 직장을 포기하게 될까요.
남자쪽이 변하고 있지 않기에...여자에게 어떤 보상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자기 권리를 너무 당연히 여기는 철없는 남자들때문에 이중고에 시달리는 여자들이 많기에..경제력이 있는 여자들은 결혼이란 제도를 더 기피할 수 밖에 없게 될거에요.
싸움하기 싫겠지만..갈등없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끊임없이 괴로울테니까요.
도우미 문제처럼 남편이 돈 아까운 것 알아야 몸 움직일것 같기도 하고..일단은 여러 방법을 써보고..
결혼은 한쪽이 희생하면 언제가는 터집니다. 지금 계속 부글부글 하는 상태이구요.10. hanna1
'14.6.18 5:44 AM (113.10.xxx.243)ㄴ 위에분 말씀 강추에요!!
11. 놀랐어요..
'14.6.18 9:58 AM (1.214.xxx.232)저랑 정확히 비슷한 심리상태세요.
저희 남편과 정확히 비슷한 심리상태구요.
말 하셔야 해요.
말 한다고, 어 그래, 알겠어 이제부터 내가 할께, 이렇게 될 것은 기대하지 마시구요
상대방의 어떠한 궤변과 읍소와 길게 설득하려고 하는 말에도
도저히 이렇게 할 수는 없다고, 선언하세요.
그리고 하지 마세요.
저 처음에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려고 엄청나게 노력했어요.
시댁에도 잘하고 자주 연락 드리고, 제가 청소 음식 설거지 다 잘하고 어떻게 나오나 봤어요.
제가 하는 노력에 반만 남편이 했어도 우리집은 더 잘 굴러갔겠죠.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에요 원래.
본인이 신경 쓰지 않아도 잘 굴러가던 것들은 본인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다 뗐어요.
처음에는 별 반응 없다가 하나씩 불만이 터져 나와요.
그래서 조곤조곤 얘기 하기 시작했어요.
본인은 받아들이지 않아요.
어쨌든 저는 손을 떼어요.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가 이제는 나름 평화와 안정을 찾았습니다.
힘들다는 것을 얘기 해야 해요.
그리고 남편에게 선택의 문제라는 걸 인지 시켜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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