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이가 드니 공부가 잘 안됩니다 ㅠㅠ

... 조회수 : 2,484
작성일 : 2014-06-17 18:26:10
34세 먹고 9급 공무원 시험 본다고 공부 시작한지 세달쯤 되었어요
일단 올해도(며칠 안남았어요) 시험을 보긴 할껀데 내년도 생각하고 있거든요

정말 현실적으론 나이 먹었다면 먹은 나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시 젊다면 젊은 나일 수도 있으나..
동년배 여성들은 결혼 하여 아이 하나~둘 있는 집도 많다보니
미혼의 제가 이 나이 들어 이룬것 없이 수험공부 하고 있음에 나이 값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괴롭습니다.

사실 공무원 시험만은 안보고 싶었는데..
왜냐하면 제가 재수, 원치 않은 삼수까지 하고 편입까지 한 사람이라
20대 초중반 가장 활기차고 흥이 많을 시절 개인의 욕망을 가라 앉히고 수험에 파 묻혀 살던 기억에
이제 탐구를 위한 공부가 아닌 수험을 위한(커트라인으로 자르기 위한 주입식 교육) 공부는 더이상 안하고 싶었거든요


물론 그 힘든 인고의 시간을 지나 편입은 원하던 상위권 학교 상위권 학과에 합격 되어
2년동안 정말 개인적으로 최고의 만족스런 대학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좋은 회사에도 입사했으나

이런저런 일이 잘 안풀리다 보니 1년을 못채우고 퇴사를 하고
그 이후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이란 중요한 시절을 방황하며 세월만 흘러 보냈네요

지금이야 이렇게 말하지만 당시엔 너무 힘들어 자살을 시도할 정도였고
그때 82에 와서 어렵게 털어놓았는데 많이들 위로 해주셔서 힘을 많이 얻기도 했습니다. 그게 벌써 3년 전 일이에요

지금은 우울증도 다 극복하고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는데요
이제 나이도 많고 경력도 없다보니 
새로 시작할수 있는 일이라곤 저임금에 계약직 밖에 없잖아요
우울증 시절을 생각하면 그런 일이라도 감사하게 시작했지만 미래를 생각하니 공무원을 생각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올해 4월부터 공부를 시작은 했는데
어떻게 보면 오랜 수험생활의 경험과, 또 제가 한때는 영문법 과외 선생을 강남에서 오래 하기도 했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는 분들에 비하면 유리할 수도 있으나...
나이 먹고 공부 할려니 집중도 안되고, 예전에 다 알던 것들을 대부분 까먹고 어렵고 공부가 잘 안되어 힘듭니다...


처음에 인근 구립 도서관 가서 공부 하는데 주변에 수능이나 편입 공부하는 학생들 보고 있자니..

나도 저렇게 열심히 공부한 적이 있었지만 14년이 10년이 지나도 똑같이 도서관에 와서 예전에 했던 공부를 할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에 내 삶이 너무 안쓰러운 것 같아 그 정신적 흔들림에 몇주간 방황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원하던 대학에 가고 싶었고, 결국 갔고 열심히 생활해서 취업도 잘 되었으나 어찌어찌 하다보니
14년 뒤에도 나는 비슷한 공부를 그때 당시처럼 허름하고 공부하기 편한 옷을 입고 후줄근하게 와서
어린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또 하고 있구나..
대학만 가면 잘 될줄 알았는데 결국 아줌마 나이가 되어도 내 인생은 이렇구나..
공무원 역시 합격해도 내 인생은 마냥 이럴 것 같고.. 이제 공무원이라는 허들을 넘으면 결혼이라는 더 큰 허들이 나를 막을 것 같고..
나이도 들어서 남들은 가정을 꾸리는데 나는 20살들 처럼 아직 미래에 불안을 느끼며 이렇게 살고 있는 것 같고
힘들게 공부해서 이루었던 학업들이 다 부질없어 진 것에도 우울하고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물어 며칠 방황했지요. 혼자 울기도 많이 울구요

그래도 계속 긍정적인 생각 하며 그런 괴로움은 떨쳐 냈거든요

남들은 아이들 키우며 공부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저는 책임져야할 식구도 아직 없고 돈을 벌며 해야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니 공부하는데 방해 없음에 정말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또 괜찮은 직장을 그만 두고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터인데
나는 쥐뿔도 아무것도 없으니 선택할 것도 없는 상황인데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상태이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거다..
삼수나 편입을 안했거나 실패했더라면 가지 못한 길에 대한 그리움도 컸을텐데, 그래도 성취라는 것을 한번 해 본것 자체가 감사한 일인가.. 쓸때없는 일을 했다는 자책은 하지 말자... 등등
그런 생각들로 마음을 다스리니 이제 처지에 대한 안쓰러움은 없어졌어요

이제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일인데 말이죠. 공부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고.. 내용도 영 낯선 분야도 아닌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머리도 잘 안돌아가고, 예전에 다 알았던 내용 같은데도 지엽적인 부분은 들어도 잘 이해가 안되니 짜증이 막 나더라구요. 머리 굳은 느낌이 이거구나..싶어서요
엉덩이가 예전보다 더 가벼워 져서 오래 앉아있지도 못하겠고 집중도 얼마 안되고
하루에 수험서 몇페이지 넘기는게 어려워서
도서관 새벽에 나가 저녁에 집에 들어와도 정작 공부한 시간이라곤 한두시간 밖에 안되는 것 같고
혼자 살아서 집도 참 조용하고 공부하기 좋은 환경인데 강의 한시간 들으면 몸이 베베 꼬이고
공부가 정말 안됩니다

너 아직 절박함이 멀었구나 싶어 자책하게 되네요.

최선을 다해서 올해 끝내고 싶었는데 공부를 너무 안해서 내년까지 공부할 생각 하니 가슴이 답답해져요

나이 들어 공부한다는게 왜 이리 어려울까요. 아이들 키우면서 합격하신 대단한 분들도 계시던데 전 왜 이러는지..

IP : 211.214.xxx.45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4.6.17 6:58 PM (121.166.xxx.118) - 삭제된댓글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부분은 경험이 있어 공감이 마구마구 되네요.
    아직 궁둥이에 관성이 덜 생겨 그래요.ㅎㅎ
    좀만더 참아 보시라는 말 밖엔..
    화이팅!

  • 2. 목캔디
    '14.6.17 7:08 PM (203.142.xxx.231)

    동갑이네요.
    작년 12월 31일 들어왔어요.
    지금 공무원이죠.
    작년 이맘때 저도 그랬어요.
    정말 집중이 안되신다면 종합반 추천합니다.
    애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눈으로 보게 되실거에요.
    그리고 저도 암기랑 거리가 많이 먼 인간이라 죽을뻔 했습니다만, 별수 없어요.
    지엽적인건 그렇게 안나와요. 문제 푸는거 중심으로 하세요.
    아공법 책 한번 보시면 도움 되실거에요.
    영어에서 결판 납니다. 다른거에서 나는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유리하신 거에요.
    사실 들어와보니 40넘으신분 동기로 너무 많아요.
    죽을 것처럼 하면서 해보세요.

  • 3. 저는
    '14.6.17 10:20 PM (110.10.xxx.161) - 삭제된댓글

    원글님보다 나이 훨 더 많은데도 공부한다고 이러고 있네요
    사실 이 공부 시작한지 너무 오래되서 이젠 공부한다고 말도 못해요
    정말 일자리가 너무 없어서 갈데가 없어서 이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드라구요
    근데 나이가 많으니 신경쓸 곳도 많고 잡생각도 많고 변명같지만 걸리는것 정말 많네요
    너무 오래 이바닥에 발을 담궈서 뭐라도 하나 건지긴 해야 할것 같은데
    다시 마음 비우고 함 해봐야지 방법이 없잖아요
    원글님은 저보다 젊으시고 혼자몸이시니 단촐해서 부럽네요
    다시 새마음으로 시작해 봅시다

  • 4. 저는 44
    '14.6.17 10:37 PM (115.143.xxx.50)

    오늘 토익 파트 7 하는데....왜이리 독해가 안돼는지..
    거기다 우리애들 담주 수학경시..
    내 토익.
    또 과제도 신경써야 하고...김치도 담그고 살림도 해야하는데..
    원글님이 부럽네요.ㅠ

    예전에 시간많을땐 공부가 죽어라 하기 싫었는데...

  • 5. ...
    '14.6.19 7:03 PM (211.214.xxx.45)

    답글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 6. 편입
    '14.10.19 12:26 PM (110.70.xxx.58)

    ㅜㅜ일반편입하신건가요?ㅠ실례지만 ㅜ어디어디학과로편입하셧고ㅜ편입해서 취업시디메릿은없으셧는지요ㅜ저도늦은나이편입을햇는데나이가많아서괜한학벌자격지심이엇구나하며하루하루힘겹게사는처잡니다

  • 7. 음.
    '16.9.2 5:05 PM (211.54.xxx.5)

    공부방법.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9303 싸구려 반 반지를 동대문 어떤 시장으로 가나요? 4 그네하야 2014/06/18 1,898
389302 꽉 조인 나사 어떻게 푸나요? 3 .. 2014/06/18 2,482
389301 예단 62 어질어질 2014/06/18 5,524
389300 쇼파에 까는 시원한 거 있을까요? 1 여름이 싫어.. 2014/06/18 1,326
389299 기내에서 캐리어랑 슬리퍼 문의드립니다. 11 비행기 2014/06/18 3,961
389298 짜지않은 깡장 3 청국장 2014/06/18 980
389297 59㎡ 아파트 화장실 대신 옷방으로? 12 전용면적 2014/06/18 5,836
389296 신정훈 이사람..... 9 요주의인물 2014/06/18 2,300
389295 셋째 출산, 입주 산후도우미 어찌 결정해야할까요? 4 몸조리할테다.. 2014/06/18 1,629
389294 6살 쌍둥이 독서교육 4 짱찌맘 2014/06/18 1,586
389293 말을 많이 하고 오는것보다 듣다가 오는게 나중에 더 피곤한 느낌.. 2 다크하프 2014/06/18 1,475
389292 곰팡이난 쌀 먹으면 안되나요? ㅠㅠ 8 쌀이 2014/06/18 14,498
389291 거리응원 씁쓸하네요 25 ... 2014/06/18 9,653
389290 일본 알프스 어떤가요? 5 ... 2014/06/18 1,483
389289 현재 기자들사이에 떠도는 말.. 12 .. 2014/06/18 17,131
389288 서울 버스 환승할 때 A-B-A도 환승할인 되나요? 14 서울버스환승.. 2014/06/18 2,470
389287 원목무늬 필름지 코팅된 방문에 페인트 칠한분 계신가요? 아파트 2014/06/18 1,449
389286 유시민님은 정말 진짜 똑똑하시다 41 진정 2014/06/18 8,617
389285 1월생들 초등학교 한해빨리 입학하면 어떨까요? 15 딸둘맘 2014/06/18 3,758
389284 1-2살짜리 아기가 방이 필요한가요? 5 dim 2014/06/18 1,161
389283 법인화된 서울대 운영 방만화 가속 2 민영화반대 2014/06/18 1,013
389282 미술학원에서 아이가 상을 받아왔어요. 1 장하다 2014/06/18 1,158
389281 선봤는데 한번더 보려다 말았네요 11 ******.. 2014/06/18 3,192
389280 황당했음 2 이해불가 2014/06/18 1,198
389279 여자가 결혼후에도 평생 할 수있는직업이 뭐가 있을까요?? 10 평생직업 2014/06/18 35,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