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인물이 뮤지엄의 배경으로 보이는 영화
배우들의 대사량보다 영상언어가 더 풍부하다
어느 하루의 시간이 빛의 농도를 따라 간다
그림이 실체인지 군중과 도시의 공기가 실체인지 편집 또한 건조하고 무심하다
삶의 본질은 지루함과 인내라는 걸 곳곳에 깔고있다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거나
전화를 하고 우는 아이 달래고 지팡이 집고 걸어가는 노인들의 굽은 등
정류장에서 초조하고 심드렁하게 버스를 기다리는 우리의 장면이
몇 백년 후엔 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이 된다
그렇게 찬양하고 흠모하는 예술의 한 컷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니 예술은 매 순간 일어나고 쌓인다
평범한 일상의 지문으로 꽉 채운 영화지만
장면 장면이 넘어갈 때마다 물음표가 온다
삭막한 하늘을 나는 새와 똑닮은 어느 화가의 옛그림이 교차할 때나
그나마 주인공인 두 남녀의 어설픈 대화가 진지해질 때라든가
과감한 생략으로 마무리를 예측하게 하는 감독의 속내가
이렇게 단순 집약된 영상을 통해서도 가능하구나..하는 신기함 때문이다
일거수 일투족 수다로 풀었던 친구와... 만나면 대화는 드문드문이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다정했고 편안했던 친구...
그런 영화다
억지로 말을 건네기보단 500년된 나무처럼 다 껴안을 수 없는 무수한 이야기가
회색 영상 안에 넘치고 넘친다
덜어내는 것이 채우는 것임을 느끼게 한다
이 고요한 맘이 얼마나 오래 갈까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