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이고 아이는 네살이예요.
딸래미고 기질이 약간 강하고 여우예요. 저는 반면 좀 흐리멍텅한 스타일...
제가 육아를 많이 안하긴 했어요.
조리원 나와서부터 쭉 입주 썼고 주말에는 남편이 많이 담당하고 그랬어요 (제가 몸이 별로 건강하지가 않음)
그래도 놀아줄때는 제가 아주머니나 남편보다 엄청 재밌게 놀아줘요.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서 무리해서 노는 것도 있고요. 같이 있을때는 무리해서 잘해주려고 해요.
둘이 애처럼 집안에서 탐험하고 매일 모험 만들고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노는데요...
그런데 저는 하루에 2시간 정도 하는 육아가 그렇게 지쳐요.
연휴에 아이 데리고 여행가서 제가 풀로 돌봤는데 정말 얘가 알고보니 밥을 지 손으로 절대 안 먹어요.
이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젓가락질도 잘하는데...) 그냥 떠먹여주는데 익숙해서 그런거예요.
그렇다보니 삼시세끼 다 떠먹여야 하고, 부페에선 얘가 뭘 먹을까 고민고민해서 골라오고 안 먹는건 제가 그냥 남은거 쓸어먹고
화장실을 거의 한시간에 한번씩 가는데 (소변 실수할까봐 긴장하는거 같았어요... 어떨때는 변기에 앉았다가 안 나온다며 내려옴) 그때마다 자기 안고 가라고 해서 16킬로 짜리를 안고 다녔어요.
이거야 그래 아직 아기니까... 하고 봐줄수 있는데
제가 찬찬히 보니까 전 아이랑 있을때 걔한테 빙의가 돼요.
얘가 뭘 먹을까, 얘가 목이 마를까, 얘가 더운가, 심심한가, 피곤한건 아닌가 온통 신경이 거기 집중돼 있으니까
정작 저 자신이 뭘 먹고 싶은지 기분이 어떤지는 아예 안중에 없는 상태가 되더라고요.
그렇다보니 그냥 애가 남긴거 쓸어먹고, 피곤하니까 남편한테 커피만 계속 사다달라고 하고 그냥 애 잘때까지는 마치 아이의 아바타, 내지는 수족이 된거 같은 기분이었어요.
아이가 자고 나면 그때서야 제 정신이 들고요.
그러니까, 제 자신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생각이 드니까 왜 제가 평소에 아이랑 놀고나면 피곤해지는지 깨달아지더라고요.
제 자신이 없어져요;;;
그런데 계속 이러면 안될거 같아요. 건강한 관계도 아닌거 같고...
아니면 아이가 어리면 당연한 건가요?? 따로 또 같이, 이런 육아가 가능할 수 있을까요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