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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지난 겨울에 밀양 송전탑 현장 다녀온 사람입니다.

.... 조회수 : 1,474
작성일 : 2014-06-11 22:14:45

지난 며칠 간 82에 올라온 밀양 관련 여러 글들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정부로부터 그런 일들 당하면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 찍어준 곳인데,

외부에서 더 이상 뭘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글들도 읽었습니다.

지난 겨울에 제가 밀양을 방문해서 움막에 가서 인사드리고 떠나올 때

제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던 그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이번 선거에서 최소한, 움막에서 농성중이신 분들은 절대로 새누리당 찍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그 분들은 밀양 내에서도 고립되어 있는 분들이고

수가 너무 적습니다.

 그 분들의 숫자만으로 밀양 내의 새누리 지지 세력을 막기란 역부족이었을 겁니다.

송전탑이 지나가는 마을 내에서도

정부에서 그 동안 보상금 및 이장 선거 개입 등의 문제로

마을 주민들 사이를 몇 년 간 지속적으로 갈라놓아서

(흔한 수법이지요, 계속 버티다가는 그 알량한 보상금 몇 백만원조차 못 받고

내 땅을 국가에 빼앗기고도 되려 감옥 끌려가게 된다는 위기감을 계속 주입시키는 거요.)

송전탑 문제가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종지부를 찍는다 해도,

마을 주민들 사이의 골이 이미 너무 깊어 보였습니다.

자연환경만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공동체 자체가 파괴된...

그 분들이 대대로 살아온 고향, 그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밀양에 다녀 와서 썼던 글을 다시 끌어올립니다.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1743879&page=2&searchType=s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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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문제를 생각하면 착찹하면서도

저같이 평범한 개인이 접근하기엔 너무 큰 문제가 아닌가...라는 알량한 핑계로

외면해 왔습니다.

 

그러나 멀리서 안타까워만 하는 건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밀양 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방문한 마을은 동화전 마을과 고답 마을이었습니다.

지금 송전탑 반대 농성장은 10군데 남짓 남아 있다고 합니다.

 

70,8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 이 추운 겨울에 비닐하우스 움막을 짓고

난방도 제대로 안 되는 그 곳에서 먹고 자며 외롭게 버티고 계셨습니다.

 

고답마을 움막에는 큰 구덩이를 하나 파 두었더군요.

공권력이 움막으로 투입될 경우 모두 그 곳으로 내려가

목줄을 매고 구덩이에 준비해 둔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질러 돌아가실 거라고...모두 각오하고 있는 일이라고

차분하고 담담하게 말씀하시더군요.

 

지난 8년 동안  버티고 버티다가

이젠 내놓을 게 정말 목숨밖에 없어서...목숨밖에 걸 수가 없어서

그렇게 각오하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아직도 고답마을의 노인분들은

새벽 6시면 마을 입구에 모여서 공사 현장으로 가려는 경찰과 한전 직원들과 몸싸움을 하고

그 과정에서 심한 폭언과 폭력을 되풀이해서 당하고 계셨습니다.

 

연로한 주민 몇십명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 300명이 투입되고

밤중에 기습적으로 공사현장으로 가는 한전직원들을 막으려고

1월 한겨울에 길바닥에서 노숙을 하면서까지 그 분들은 저항하고 있었습니다.

 

고답마을은 그 아래 형광등을 들고 서 있으면 저절로 불이 켜질 정도로 강력한 765kv 고압 송전탑이

주민들이 살고 계신 마을 한가운데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과수원 한가운데에 세워지게 된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엄청난 고압 전기가 흐르는 송전탑이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에 세워지는 일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다고 합니다.

 

지금 밀양 송전탑 예정지 주민들이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송전탑 예정지 정보를 소위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알아내서

송전탑 인근의 땅을 미리 처분했거나

송전탑 노선을 바꿔서 자신의 땅이나 친인척의 땅 주변은 못 지나가게 변경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얼마 전 농약을 음독하고 돌아가신 고 유한숙 어르신께서도

권력자의 조카 소유의 땅을 피해서 일방적으로 변경된 송전탑이

할아버지의 돼지 사육장에서 불과 150m 떨어진  곳에 세워진다는 것을 통보받고

실의에 빠져 지내시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애초에 밀양 사건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게 된 것도

이치우 어르신께서 '누구 한 사람 죽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 같다'고 하시면서

스스로 분신자살하시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밀양 송전탑 문제는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닙니다.

약하고 힘없는 분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IP : 61.254.xxx.5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6.11 10:19 PM (211.49.xxx.55)

    그 권력자가 누굴까요..
    그 땅를 피해가야 해서 일자로 세울수 있는 송전탑을
    꺾이도록 3개를 더 세우게 됬다고 들었어요
    개당 35억이나 들어가는 송전탑을요

  • 2. 심플라이프
    '14.6.11 10:26 PM (175.194.xxx.227)

    이 사연이 KBS 2TV 다큐3일에도 나온 적이 있었어요. 가슴을 치면서 봤는데...새누리당 표 준 분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 3. 질문있습니다.
    '14.6.11 10:27 PM (223.62.xxx.172)

    2006년부터 송전탑건설에 반대하는 투쟁을 한걸 로 아는데
    (9년 투쟁했다는 얘기를 하시잖아요.) 맞나요?
    노무현정권 때부터 건설 예정된건가요?

  • 4. ......
    '14.6.11 10:43 PM (61.254.xxx.53)

    제가 올해 1월에 현장에 다녀왔고, 그 분들에게서 8년째 송전탑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7년이니 노무현 정권 때부터의 문제가 맞겠네요.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으로 넘어오면서 원래의 건설 예정지들이
    권력자들의 땅을 피해 계속 변경되어 마을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까지 송전탑 건설 계획이 수립되었고,
    (고답마을의 경우 원래의 송전탑 건설 예정지는 마을에서 멀리 건너다 보이는 산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산 인근에 권력자의 땅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땅 주위를 피하다 보니
    고답마을 주민들이 거주하는 동네 한가운데로 송전탑 예정지가 변경되었죠.
    그 막강한 힘을 가진 권력자는 우리가 아주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죠.)
    그것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계속 무력으로 탄압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 5. 진28
    '14.6.11 10:52 PM (210.117.xxx.61)

    그 사람이 누굽니까?

    알고 계시는군요 쪽지로라도 말해주세요

    무서우면 벽에다가 욕이라도 하게요

  • 6. ..
    '14.6.11 11:36 PM (211.108.xxx.160)

    1월에 쓰셨던 글 기억납니다.
    마음이 착잡합니다.
    밀양, 제주 강정 모두 남 좋은 일하려고 주민들을 짓밟고 있네요.

  • 7. 알려
    '14.6.11 11:37 PM (112.169.xxx.246)

    알려주세요 ...궁금해요
    글 퍼갈게요.. 감사합니다.

  • 8. 부산 신문
    '14.6.11 11:40 PM (112.169.xxx.246)

    밀양 할매들에겐 날벼락이다. 정부는 부자 동네엔 감히 송전탑 세울 엄두도 못 내면서 시골 할매들에게만 고통을 감내해 달라고 강요한다. 권력자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농원 앞에선 ㄷ자로 우회하던 송전선은 마을과 논 한가운데를 보란 듯이 가로지른다. 땅이 휴지 조각 되고, 몸이 만신창이 되는 것도 억울한데, 정부는 블랙아웃으로 겁박하고 사람들은 님비현상이라고 손가락질한다. 그 와중에 국민 세금으로 전기요금 적자분을 메운 한전은 굴지의 대기업 민간발전사에 천문학적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두 어르신의 죽음을 밀양 송전탑과 상관없는 죽음으로 몰고 가려는 공권력에도 할매들은 부아가 치민다. "세상 디럽더라. 추워서 불을 붙이다가 타 죽었다고 경찰이 조작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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