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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노인들 구닥다리 사고방식의 말 들어주고 리액션해주는거, 사랑이 넘치는 자식만 가능..

....... 조회수 : 1,487
작성일 : 2014-06-09 12:25:47

예전에 읽은 글인데 너무 좋은 글이라 블러그 저장글, 퍼왔어요.

자식은 쏙 빠지고, 감정노동은 여자에게만 전담시키는게 부당하다는 요지의 글이예요.

사실 전, 시부모님 밥상 차리고, 시댁 제삿상 차리고 이런 것에는 큰 거부감이 없어요.

남편이 돈을 벌어오고 내가 내 남편의 밥상을 차리듯, 시부모님 밥상 제가 차리는 게 뭐 그리 나쁜 일 같지도 않고, 일단 나보다는 연세도 높으신 노인네니까 노인 공경 차원에서도 밥 드릴 수 있죠.

그냥 일종의 역할 분담에 대한 생각이랄까, 그런거죠. 이 역할 분담이야 집안마다 다 다른 거니까 내가 하는 게 무조건 옳다는 것도 아니구요.

 

 

제가 화가나는 건, 자기 부모를 꿔다논 보릿자루 취급하는 남편이었어요.

자기 부모의 감정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이, 그냥 물건 취급하는거죠. 아무 생각도 없고 감정도 없고,

그냥 밥만 먹여주고, 잠만 재워주고 갈아입을 옷만 제때주면 되는 걸로 취급하는 남자들의 그 이기성이예요.

제가 대화의 엇박자에 대해 썼지만, 전 그게 딱히 시어머니가 나쁘다는 생각은 안해요. 그건 본능의 영역이죠. 사람이라는게 원래, 자기가 보고 싶은것만 보고 듣고 싶은것만 보고, 똑같은 사건을 봐도 판단이 달라지는 건데, 자주 술을 먹는 남편이라는 하나의 사건? 팩트? 를 두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토픽은 "남편이 매번 술을 먹어서 내가 힘들다 " 이거였지만,

시어머니가 말하고자 하는 토픽은 " 아들이 매번 술을 먹어서 몸이 축가겠다 ." 이거 일수도 있죠.

그게 나쁜가요? 내자식이 남의 자식보다 더 귀한게 당연한거고, 남의자식 설사똥은 냄새나는 거고 내자식 설사똥은 얘가 장염인가 걱정이 되는 게 당연한거죠.

단지, 제가 하고픈 말은, 그렇게 대화의 토픽이 전혀 어긋나는 두사람이기에 이건 대화가 안된다는 거죠.

하고 싶지도 않고, 할수도 없어요.

남편이 술을 자주 먹어서 혼자 애 둘 보느라 완전히 지친 내가, 시어머니가 아들 몸 걱정하며 홍삼이며 술국이며 꿀물이며, 해장에 좋은 녹즙을 하는 방법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말씀하고 계시면, 도대체 무슨 대답을 할수가 있겠습니까?

네, 어머니, 알았습니다.

이걸로 끝인거죠. 거기다 대고 그 인간 본능의 영역인 내자식 걱정에 대해 타박하고, 내가 더 힘들거든요 어머니? 이러고 싸울까요? 늙은 노인네의 어쩔수 없는 그 본능을 붙잡고 싸워본들 다음엔 뭐가 달라집니까?

이게 대화가 이어지겠습니까?

 

 

 

 

전 시어머니가 나쁘다고 이야기 하는 게 아니예요. 단지,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대화가 안되더라, 이어가 지지가 않더라,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 밥도 내가 해서 너희 모자 먹여주겠고, 빨래도 내가 해서 너희 모자 입혀주겠고, 청소도 내가해서 너희모자 재워주겠으니

대화는 대화가 되는 너희 둘이 하라는 거죠.

 

 

 

 

늙음이라는 게 참 비참하거든요. 저도요, 시어머니 가만 보면 참 안됐고, 저 노인네랑 놀아주고 싶은데, 도대체 할 말이라는 게 없어요. 대화가 이어지지를 않아요.

다행히 내가 컨디션이 아주 좋거나 상황이 나아지면 모를까, 나에게 단 1%의 공감도 해 주지 않는 사람과 현재의 삶에 완전히 지쳐버린 내가, 도대체 무슨 대화를 할수가 있겠어요.

전 그래도 시어머니와 그다지 사이가 나쁘지 않고, 저희 시어머니 순하고 좋은 분이라, 가끔은 시어머니한테 퉁박도 줘요.

어머니, 저도 귀한 자식이었거든요~

이렇게요. 그러면 저희 어머니 막 당황하시면서 당신께서 하신 말실수아닌 실수 수습하시려고 이런 저런 말씀 막 하세요. 그럼 전 또 그런모습 보면 안됐구요. 또한번 말하지만 본능의 영역에 대해서 건드린 내가 잘못인거죠. 그렇게 실수 수습하시려고 무진 애를 쓰고 나서 돌아서면 또 똑같이 애비몸이~ 이러고 나오시니 맥이 빠지기도 하구요.

 

 

 

며느리한테 그런 퉁박 받고있는 엄마, 불쌍하지 않으세요?

그런 퉁박하면 안돼죠. 저도 안하려구요. 그러니 이건 대화가 안되는 거예요. 예예예예예예예예~ 무슨 서태지 노래도 아니고 예예예예예 야야야야야 예이예이예이 야이야~ 듣는 시어머니는 그 대화 참도 재미있으시겠습니다.

가만보면, 부모 봉양이라는 것에 대해 남자들이 생각하는 건,

밥 먹여주고 잠 재워주고 제때 용돈이나 좀 주는 것으로 끝이예요.

물론 심심하니까 놀아드려야 하는 데, 그 놀아드리는 걸 자기가 하려는 남자, 저 한명도 못봤어요.

대부분은 마누라가 놀아드리라고 걍 밀어놓고, 자긴 집 밖에서 친구 만나 놀죠.

크게 한번 양보해서 마누라, 자기, 그리고 부모님 이렇게 셋이 놀든가요.

어떨땐, 자기자식한테까지 그 의무를 미뤄요. 손자랑 노시라고.

요즘 애들 좀 바빠요? 학교가, 학원가, 이것저것 배워, 친구랑 놀아야해, 저녁되면 자야죠.

며느리와는 대화가 안돼고,

손자는 바쁘고

아들은 부모 나몰라라(마누라랑 새끼가 알아서 해주겠지~)

집에 모셔다 놓은 시부모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인거죠.

원글 올린 님의 생각도 딱 거기서 멈춰 있는 거예요.

마누라가 원하지 않으면 부모를 내다버린다? 그렇지않으면 마누라를 내보내고

도우미를 들여서 봉양하겠다?

딱 그거 아녜요. 밥만 먹이고, 잠만 재워주면 이게 부모봉양이다.

난 아침 저녁으로 얼굴이나 보여주고,

아부지 어무이 밥 잘 먹고 잠 잘자고 있습니까? 이 말 한마디 하고.

자기 모시느라 아들 자식 이혼시켜놓은 꼴이 된 부모 감정은 전혀 배려 없고.

도대체 인생을 왜 그리 삽니까?

효도는 셀프 라는 게,

남자더러, 내 부모니까 밥도 내가 해주고 빨래도 내가 해주고, 청소도 내가 해주고, 그런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천만예요. 감정적 보살핌은 제발 사랑해마지않는 아들이 하라는 겁니다.

아들 혼자서 다 하라는 것도 아니예요. 제발 주가 되는 건 아들이 하라는 거죠. 마누라의 도움을 받아서.

마누라가 시부모 모시는 걸 옆에서 돕지 말구요.

열달 배아파 낳은건 아들인 나지 며느리가 아니잖아요.

자기 부모 몇달에 한번 서울와서 아들집에 들어와 있으면 휴가도 좀 내고, 약속도 좀 취소하고, 그 부모 데리고 놀아주라구요. 주말에 자기 부모 거실에 나와 앉아 있으면 침실들어가 낮잠만 쳐 자지 말고, 마누라더러 자라고 하고 부모랑 나란히 앉아 TV라도 좀 보란 말입니다.

그리구요. 제가 솔직하게 말하는데요.

이런식으로 늙은 부모에 대한 감정적 케어 하라고 남자들에게 시키면,

자기 부모 모시고 살 남자 한명도 없을 겁니다.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이건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물론 힘든일이지만 진짜 돈주면 할 수 있는 일이고, 자식이 아니라도 해요.

60 70 먹은 늙은 노인네 그 구닥다리 사고방식의 말을 들어주고 대꾸해주고 앉아있는 거, 이건 정말 사랑이 넘치는 자식이 아니면 못하는 겁니다.

남자들, 그걸 안해요. 못해요. 사흘만 옆에서, 전업의 며느리가 그러하듯 아침부터 저녁까지 옆에 앉아 같이 놀아주라고 해보세요. 그리고 시부모를 모시는 전업의 며느리가 그러하듯, 친구관계며 사회적 관계 죄 포기하고 심지어 전화통화까지 포기하고 그 노인네 얼굴만 보고 있으라고 해보세요.



IP : 211.207.xxx.20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남녀
    '14.6.9 12:40 PM (122.35.xxx.145)

    님 남자와 여자는 좀 뇌구조 다른 듯...
    부모 뿐만 아니라 자식에게도 엄마와 아빠는 다르잖아요.
    그래서 하나님이 엄마를 주시고 그 엄마가 그 가정의 엄마 역할을 하는 듯......

  • 2. 맞는말
    '14.6.9 1:19 PM (125.240.xxx.9) - 삭제된댓글

    시어머님...생각하면 짠하고 애틋한 느낌 있는데
    만나서 하루만 지나면 지칩니다.
    어머님 말씀 계속 들어야하고
    가끔 대답도 해야하고...
    그게 대화가 아니에요.
    저한테 물어보시고는 본인이 원하는 대답이 나와야합니다.
    달달볶이는 그 느낌, 진이 다 빠지는 그 느낌이 싫어요.
    남자는 원래 그렇다 이딴말도 듣기 싫어요.
    자기 부모니 자기가 부모말 잘 듣고 대답하라고요.
    잔소리니 잘 안 들리겠지만, 왜 아들이 해야할 대답을 제가 하게 만드냐고요.
    아들이 앞에 있고 저는 뒤로 물러서있고 싶어요.

  • 3. 동지
    '14.6.9 5:08 PM (223.62.xxx.115)

    힘드시죠?
    사고방식 다른 어른들에게는 영혼과진심없는
    예라는 대답만 정답이라는걸 느낍니다

  • 4. ㄱㄷ
    '14.10.25 1:11 AM (211.52.xxx.6)

    ♥시어머니와의 대화 잘하려면? - 뒤늦게 정말 화통한 글 읽었네요 글 무지 잘쓰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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