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립니다.
그래서 오늘도 당연희 ‘82 엄마당’이 뜹니다.
선거 끝난 직후라 다들 열기와 긴장감이 풀리지 않았을 거라 봅니다.
몇 번이나 엎치락뒤치락하며 우리의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던 문순 언니와 시종 오빠 덕분에 참으로 스릴 넘치던 새벽이었습니다.
원순 언니의 널널한 승리와 꼴찌의 기적을 이룬 희연 언니, 또 다시 꽃미남 포스로 우리를 설레게 하는 희정 언니의 승리에 다들 행복하실 겁니다.
물론 저도 기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선거에서 야당은 패배했습니다.
열혈 안철수 지지자들은 안철수를 지키기 위해 이번 선거에 승리했다고 우겨대지만,
지방 선거의 특성을 보면 패배입니다.
많은 분들은 광역 단체장에 주목합니다.
우리 정치가 중앙, 특히 수도권과 큰 자리에만 쏠려 있는 경향 때문에 국민들 역시 단체장의 자릿수만 가지고 승패를 좌우합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광역보다 더 중요한 게 기초단체장과 의회입니다.
야권에서 광역을 가져갔지만, 기초단체장과 의회가 새누리 판이면 힘을 못 씁니다.
객관적인 지표로 기초단체장만 보더라도 4년 전에 비해 30곳 가량 빼앗겼습니다.
아마 기초를 다 잡은 서울 외에 기초를 잡지 못한 강원도나 충북, 또 약세인 충남의 단체장들은 힘든 4년을 보내야 할 겁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이번 선거 결과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sisa&no=527379&s_no=527379&k...
그럼 기초를 빼앗기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걸 잘 보여주는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아래에 링크된 그림을 한 번 보세요.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894147&s_no=894...
참여정부 실패론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 2002년, 2006년 지방선거의 패배였습니다.
물론 국회도 문제였지만요.
그리고 이 지방선거의 승패로 인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사실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보여주는 선거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야당은 압승을 거둬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박그네와 여당은 국민이 다시 기회를 준 거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금의 공안정치 기조를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없이 그냥 뭉개고 가겠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맞춰 기업에선 월드컵 마케팅과 홍보를 대대적으로 벌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월드컵같이 한몫 잡을 수 있는 때를 놓칠 수는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선거에 관심이 쏠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오래 전에 있었던 일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사실 남의 불행에 대한 슬픔은 잊기 쉽습니다.
아무리 잊지 않겠다고 말해도 자신도 모르게 새로 나오는 드라마에 꽂히고, 월드컵 축하 무대에서 춤추는 아이돌에 눈이 가게 됩니다.
왜냐면 방송이 우리의 관심을 돌리려고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벌일 테니까요.
아마 82 회원들 중에서 이렇게 서서히 잊어가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잊지 않고, 여전히 분노하고 슬퍼하고 있다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이제 그 분노와 슬픔을 몸으로, 행동으로 보여주십시오.
우리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세월호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 가던 분들의 관심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또한 나 혼자만 이러고 있는 게 아닌가 회의감이 드는 분들에게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여전히 분노하고 슬퍼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아마 오늘 집회가 세월호를 위한 촛불집회의 분수령이 될 겁니다.
오늘 모인 사람의 숫자가 적으면 앞으로는 더 적어질 겁니다.
그리고 야권의 진상규명 의지도 점점 약해질 겁니다.
우리의 의지가 약해지는 만큼, 국회의원들의 의지도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과 아직도 팽목항에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분들, 그리고 무참히 죽음을 당한 희생자들을 위해,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진상규명을 원하신다면 청계광장으로 나와 주십시오.
82엄마당은 참여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가려니 망설여지시는 분들,
지금까지 촛불집회에 한 번도 참가해보지 않은 초보자분들,
주위에 같이 살 사람이 없어서 포기하시려는 분들,
그럼에도 혼자 가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왠지 두려우신 분들,
이런 분들을 위해 오직 촛불집회를 위해 만든 것입니다.
'당'자가 붙어서 정당, 혹은 어떤 단체라고 오해하실 수 있는데,
뭔가 있어 보이고 싶어서 그냥 이렇게 이름을 붙인 겁니다. ^^;
'82 엄마당'의 목적은 오직 하나,
촛불집회에 혼자 오신 분들을 모아서 함께 집회에 참석하고,
집회에 끝나고 나서 커피 한잔하며 같이 슬픔과 분노를 글이 아닌 말로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정형화된 모임도 아니고, 상시적인 단체도 아닙니다.
날이면 날마다 열리는 장터가 아니라 오직 촛불집회가 열리는 날만 잠깐 뜨는 모임입니다.
그러니 아무 부담 가지지 마시고, 함께 모입시다.
모임장소는
오늘 집회가 열리는 청계광장 입구 오른쪽(광장을 정면으로 보고), 동아일보 건물 맞은편에 있는 큰 빌딩 모퉁이의 계단입니다.
파이낸스 건물 위에 있는 계단이 아닙니다.
그 계단이 명당 자리라서 소규모 집회가 자주 열리는데, 상관하지 마시고, 그 계단으로 와주십시오.
제가 5시 30분부터 6시 반까지 ‘82 엄마당’이라는 플랭카드를 들고 기다리겠습니다.
82의 자랑스런 님들의 얼굴을 꼭 보고 싶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여자가 나서면 세상이 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