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세 채 있어도 임대소득세 감면 추진
보유주택 수에 따라 (세금)차별을 두는 게 적절한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다주택자 임대소득 과세를 완화하자는 말을 꺼냈다. 현재 정부는 2주택자에게만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혜택을 주고 있는데, 그 대상을 3주택 이상 소유자로 넓히자는 취지다. 주택 시장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월세를 놓는 사업자에게 세금 부담을 줄여줘 많은 집을 사도록 해야 한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서 장관은 5일 서울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주택·건설업계 조찬간담회에서 “주택시장에 불확실성이 증가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시장회복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주택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발표한 2·26 대책(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을 언급하며 “보완조치를 통해 세 부담을 최소화했지만,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26 대책이 주택 시장 침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최근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서 장관은 이를 ‘시장충격’이라고 표현했다.
정부는 지난 2월 대책에서 월세 납부액에 대한 세입자의 세액공제를 확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셋값이 연일 오르는 상황에서 전세 수요를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세입자들이 이를 이용해 세금 감면을 신청하면, 반대로 집주인들의 임대소득도 함께 세무서에 접수된다는 점 때문에 반발이 일었다. 그동안 임대료 수입에 대한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던 집주인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대책인 것이다. 이 때문에 전·월세 사업으로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주택 구입을 꺼리기 시작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주택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다가 2·26 대책 이후 침체로 돌아섰다. 상승세를 보이던 수도권 집값이 4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택 거래가 이뤄지면 거래자의 50% 정도는 그 다음달에 거래 신고를 하는 게 보통이다. 이 때문에 2·26 대책의 영향을 받은 3월 주택 거래 상당 부분이 4월 통계에 잡혀 하락세를 나타냈다는 게 국토부의 분석이다. 올해 1분기 국내에서 발생한 건설 사업 수주총액(15조5407억원)도 앞선 분기(27조6581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주택·건설 업계는 지속적으로 2·26 대책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해왔고, 서 장관도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서 장관은 이날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 체계 변경의 틀을 제시했다. 2주택자에게만 주고 있는 세금 혜택을 3주택자 이상으로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과세 혜택 대상자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장관 입장에선 ‘보유주택 수에 따라 차별을 두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 정도로만 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2주택 보유자가 연간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을 얻는다면, 해당 소득이 분리과세 대상으로 분류돼 집주인은 각종 공제액을 뺀 과세표준의 14%를 세금으로 내면 된다. 그런데 3주택자가 임대소득을 얻는다면 세금 부담은 이보다 크다. 예를 들어 사업을 하면서 연 8000만원(과세표준 기준)을 버는 3주택자 A씨를 가정해보자. A씨는 사업 소득에 대해 24%의 세율을 적용받는데, 만약 1000만원의 임대소득이 추가로 있다면 세율은 35%로 올라간다. 연 9000만원을 버는 사람으로 분류돼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이다. 그런데 서 장관이 예고한 대로 ‘2주택 보유자’라는 조건이 사라진다면 A씨의 세율은 올라가지 않게 돼, 사실상 세제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서 장관은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높게 매기는 규정을 지난해 말 국회에서 폐지한 것을 예로 들며 “주택 보유 수에 따른 차별을 폐지해왔던 게 그간의 정부 대책”이라며 “이에 배치되는 것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각종 규제 완화 효과로 작년 하반기부터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며 회복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올 2월 ‘선진화 방안’ 발표 뒤 거래량이 급격히 줄며 수도권 주택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택거래 숨통 트이는 효과 기대”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국내 주택 보유자는 1059만명이다. 이 중 집이 두 채 이상인 다주택자는 137만명(11.4%), 세 채가 넘는 다주택자는 22만명(2.1%)이다.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완화정책이 나오면 이 중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 아래인 3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세금을 덜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리 과세로 바뀌면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은 28만원으로 줄어든다. 필요경비율 900만원(60%)을 제외한 후 기초 공제(400만원)한 금액에서 세액(세율 14%)을 산출하기 때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액 기준으로 과세함으로써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의 임대료가 저렴한 중소형 주택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임대료가 고가인 강남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다주택자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거래량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시장에서 요구하는 고령자, 은퇴자에 대한 배려도 보완책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임대소득 과세 완화는 잘못된 것이다. 왜 월급쟁이 소득에 대해서는 “거위 가슴털 뽑듯이” 꼬박꼬박 세금을 거두어가면서 집을 두 채, 세 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임대소득은 과세를 아예 안 하거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해 주어야 하는가. 왜 국가 재정이 취약해서 국민연금을 많이 낸 월급쟁이들에게는 노인연금을 덜 줘야 한다고 입에 침을 튀기면서, 국민연금을 제대로 냈는지 불확실한 자산가들에게는 세금을 면제해 주거나 깎아주어야 하는가. 왜 이들에게 세금을 깎아줄 때는 국가재정이 갑자기 튼튼해지고, 월급쟁이 돌볼 때에만 국가재정이 취약해져야 하는가. 자산 계층이 주된 정치적 지지층인 새누리당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은 도대체 누구를 쳐다보고 있는 것인가.
세금은 국가가 합법적으로 개인의 재산권 일부를 침해하는 행위다. 따라서 국민은 한편으로 국가 운영의 필요성을 위해 국가의 과세권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국민의 대의기구인 의회가 그 과정을 통제하도록 하여 국가의 과세권이 정의롭고, 형평에 맞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방향으로 행사되도록 만들었다. 이것이 민주사회의 큰 약속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큰 약속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우선 임대소득 과세 완화는 정의롭지 않다. 국가가 특정 계층에게 세금을 깎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계층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여야 한다.
둘째, 임대소득 과세 완화는 형평에 맞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런 조세 정책은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
정치 이벤트를 앞둔 정치권에 국가를 먼저 생각하라고 하는 것은 순진한 말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