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작년 여름부터 내년여름까지 2년간 미국에 있고(회사에서 보내주는 유학)
저는 일을 쉴 수 있는 기간만 같이 갔다가(8월~11월) 작년 12월부터는 다시 한국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냥 일 관둘까 생각도 안 한 건 아닌데, 저는 집에 있을 체질이 못되는걸 작년에 미국에 있으면서 깨닫고 지금 한국서 혼자 살면서 회사다니는 것 자체엔 만족하고 잘 한 선택 같아요
아이가 없는데 마음은 급해서 남편이 12월에 같이 잠시 들어와서 정자 뱅킹해서 그걸로 인공수정/시험관 하고 있는데 아직 좋은 소식은 없구요.
시부모님이 올해 1월초~3월말 3달간 남편있는 미국에 가계셨어요.
미국이 골프 천국이라며 엄청 좋아하시더라구요.
근데 시부모님이 계시는 3달 중 3주 동안 남편이 봄방학으로 한국에 나왔었어요. 저 보러..
시부모님은 그기간동안 알아서 골프 치시고 쇼핑도 하고 잘 지내긴 하셨는데 남편 없어서 의사소통이 아무래도 잘 안되니 답답하시긴 하셨던듯..
그리고 저는 지금 시험관을 또 하고 있는데(낼모레 이식)
약간 억울한 기분이 괜시리 드는 거에요.
일단 남편도 없이 한다는거(물론 제가 원해서 하는거지만..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마음도 크니까요)
그리고 시부모님이 6월~8월20일까지 또 미국에 가신다는 겁니다.
미국에 가시는 건 부모님 자유라서 제가 뭐라고 말할수 있는 입장은 아닌거 같아서 암말 안했지만
남편이 방학인 6월20일~9월20일중 3달 전체는 아닐지라도 한 2달 정도는 한국에 나와있겠지, 했었는데
부모님이 8/20일에 귀국하시기 때문에 같이 그때 나오겠다는 거에요
제가 만약 이번에 시험관 잘돼서 임신하면 좀더 빨리 나오면 안되냐고 했더니
부모님은 어쩌고? 의사소통도 잘 안되시는데. 부모님 생각좀 하셔. 라고 하는거에요.
갑자기 넘 열받더군요...열받으면 안되는건가요?
평소에는 말을 엄청 이쁘게 하는 남편이기에, 더 배신감이 컸던 거 같아요. 평소엔 미국에서 재밌지? 이러면 너 없으면 하나도 재미없다~ 라는 식의 말을 잘 해줘요.
글고 제가 평소 부모님께 딱히 못하는것도 아니에요.. 얼마전 생신때도 남편없는데 혼자서 맛난밥사드리고 케익,꽃다발,카드,선물로 화장품까지, 나름대로는 잘해드렸거든요.. 그땐 고마워하더니만.몇주나됐다고 "부모님생각좀 하셔"가 너무 저한테 콱 와서 박히네요.
사실 남편이 한국 안 나오고 싶어하는게 부모님 때문만은 아닌 건 알아요.
회사에서 보내준 휴식 같은 유학기간에 굳이 한국에 것도 찌는 여름에 나오기 싫은거 이해는 해요..
한국에오면 할일도 하나도 없어서, 마치 은퇴한 뒷방노인네(?) 같은 기분을 느끼나보더라구요. 자기 스스로 칭하길 암것도 안하고 있으니 밥만 축내는 식충이 같다나 뭐라나.
그런데도 남편이 부모님을 제1 이유로 내세우니, 부모님이 올초에 3달 갔다오시고서 굳이 또 여름에 가시는 게 얄밉고 짜증나요.ㅠㅠ
정말 좋으신 분들인데요. 어느것 하나 강요하는 거 없으신 분들이고 큰집 제사같은것도 당신들만 가면 된다고 열외시켜주시는데..-_- 그래서 제가 이렇게 부모님에 대한 짜증이 나는게 마음이 더 안 좋아요
열받고 싶지 않고, 남편과 부모님 그냥 이해해드리고싶은데 마음이 잘 다스려지지가 않아요.
제가 해본 생각은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일 것이다 하는 것이었어요
남편이 미국에서 할 일은 공부하는 틈틈이 휴식을 만끽하며 잘 노는 것이며
부모님이 하실 일은 아들내미 미국 가 있는 동안 자주 방문하시어 골프천국을 만끽하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할 일은 그냥 내 나름의 즐거움을 찾는 것..
근데 이 서운함과 짜증나는 감정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막 구걸하듯 꼭 좀 한국 빨리와라~ 이렇게 말하고싶진 않기 때문에
그냥 "원하시는대로 하세요~"하고 메시지 끝맺었는데요. (근데 눈치빠른 남편 저게 제가 좋게 말한게 아니고 그냥 더이상 논쟁하기 싫어서 한말인거 다 알거에요)
"상황좀 지켜보고" 이러고 끝났어요.
최대한 침착하게 쓰려고 했는데 사실은 열받아서 얼굴 벌개진 상태네요.
다스려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