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서울대 총학도 시국선언, "이제 우리는 거부한다"

,, 조회수 : 2,308
작성일 : 2014-06-02 16:40:10

다음은 서울대 총학생회의 시국선언 전문.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이 불가항력에 의한 것이었다면 우리는 단지 슬퍼하기만 했을 것이다. 우리는 희생자와 가족을 위로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애도를 표했으리라. 그러나 이 끔찍한 참사가 실책이 겹친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임이 밝혀졌을 때 슬픔은 거대한 분노로 뒤집혔다. 해경은 방관했으며 언론은 부정확하고 무책임한 보도로 혼란을 야기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재난관리시스템은 제 기능을 다하지 않았다. 공무원들이 대통령 화환과 고위직 숙소 배정에 신경을 쏟는 동안 실종자들은 차디찬 바다에 남겨졌고 그 가족들은 체육관에서 떨고 있었다. 정부기관은 국민의 보호라는 존재의 이유를 망각하고 자신의 안위를 지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제 국민의 정서는 절망을 넘어 분노에 다다랐다.

 

참사 이후 정부의 대응은 분노를 더했다. 국민은 반성을 원했지만, 정부는 언론을 통제하고 사건을 은폐했다. 유가족은 대화를 요구했지만, 그들의 간절한 호소는 묵살 당했다. 급기야 경찰은 유가족들을 불법 미행하고 침묵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을 강제 연행했다. 이 모든 일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말 한마디로 해경을 해체했고, 눈물로써 실책을 무마하려고 했다.

 

가만히 있으라. 세월호 선내에서 승객들이 수차례 듣고, 믿었던 말이다. 동시에 참사를 애도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에게 내세웠던 문구이다. 그렇다.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고 들었다.

무능한 정부와 부패한 기관과 무책임한 정치를 그저 바라보며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슬퍼하는 이들은 미개한 국민으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이들은 불순한 시민으로 낙인찍혔다. 순수와 비순수를 가르는 이분법적인 발상에 열린사회를 향한 열망은 좌절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숨죽인 채 가만히 있어야만 했다.

 

가만히 있으라! 우리들에게 이는 결코 새로운 메시지가 아니다. 사회와 학교는 정치에 관심을 끊고 현실에 눈감으라고 말해 왔다. 스펙을 쌓고 네 옆의 친구보다 성공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은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의 말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굴종과 침묵과 무관심을 요구받은 우리들은, 세월호라는 거대한 참사를 당면함으로써 비로소 성찰의 계기를 얻었다. 국민들을 우롱하는 귄위주의적 행태, 해체와 금지로 사태를 덮으려는 편의주의적 작태에 우리는 왜 눈감아야 하는가.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언제나 가만히 있으라는 보이지 않는 언명을 착실히 학습해왔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거부한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이끈 반인륜적 행태를 목도한 이상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들은 우리의 구호를 선동이라고 할 테다. 그렇게 부른다면 그렇게 불리겠다.

결코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며, 그럼으로써 가만히 있기를 거부할 것이다. 무능한 정권과 그 비열한 작태를,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자들의 행태를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잊지않을 때 캠퍼스에서, 광장에서, 투표소에서 우리의 분노와 성찰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가진 대통령과 정부에게 고한다.

첫째, 실종자 수색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 이것은 생존자·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한 염원이자 정부가 외면해 온 요구이다. 국민이 인정하기 전까지 정부가 먼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둘째, 청와대까지 포괄하는 성역 없는 수사로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 사건을 엉성하게 종결하지 말고 똑바로 해결하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라. 모든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고질적 구조의 혁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세월호 참사는 언젠가 되풀이되고 말 것이다.

 

셋째,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 언론을 통제하여 국민들의 눈을 가리는 정부는 독재정권이나 다름없다. 현 정권은 즉시 언론기관에 대한 개입을 중단하고 언론의 공공성을 복원하라.

넷째,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라.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분열을 조장하는 용공좌파도, 국가 전복을 꾀하는 불순분자도 아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의 대리자일 뿐인 정부가 국민들에게 재갈을 물려서는 안 된다.

 

기억하지 않는 자들에게 역사는 되풀이된다. 우리는 잊지 않겠다. 그렇기에 가만히 있지도 않겠다. 이러한 외침을 무시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주문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많은 국민들과 함께 분연히 일어설 것이다.

 

제56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운영위원회 

[출처] : 뷰스앤뉴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111219

IP : 122.40.xxx.41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니또
    '14.6.2 4:47 PM (122.37.xxx.51)

    투표로 말해라...젤 확실하고 빠르다..
    선거독려좀 하고.

  • 2. ...
    '14.6.2 4:51 PM (218.147.xxx.206)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살아있는 양심과 지성이 있어 다행입니다~

  • 3. ....
    '14.6.2 4:56 PM (115.136.xxx.176)

    윗님말씀처럼 늦은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나서주어 고맙네요.

  • 4. 행동하는 양심...
    '14.6.2 5:08 PM (112.144.xxx.52)

    윗님말씀처럼 늦은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나서주어 고맙네요. 22222

  • 5. ...
    '14.6.2 5:13 PM (218.147.xxx.206)

    고승덕처럼 좋은 머리로 공부만 잘하는
    출세와 권력욕의 화신만은 되지 말길~~
    부디 참다운 인간이 되어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주길~~

  • 6. 구구절절
    '14.6.2 5:19 PM (125.177.xxx.190)

    공감이 가는 선언문이네요!

  • 7. ..
    '14.6.2 5:32 PM (1.228.xxx.26)

    투표만이 살길이란다 얘들아
    제발 말만 하지말고 친구들 끌고 투표좀 해라

  • 8. 확실하게
    '14.6.2 5:45 PM (180.66.xxx.252)

    투표 참여로 말해주세요, 저들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해야만 국민 무서운줄 알고 조금이나마 국민의 눈치라도 볼것입니다

  • 9. 더블준
    '14.6.2 7:47 PM (211.177.xxx.28)

    너희들이 젤 걱정인 부류다.
    철학이 올바르지 않은 이들이 권력을 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직하니까.
    너무나 많이 겪어서 이젠 정말 싫다
    우선 투표부터 잘하길. 고맙다.

  • 10. ..
    '14.6.2 9:09 PM (14.47.xxx.165)

    매우 늦은감이 있다.

    눈 부릅뜨고 정의로운 감시자가 되어 공공선을 향하는 바른 인재로 거듭나길 바란다.

  • 11. 오히려
    '14.6.2 9:49 PM (99.226.xxx.241)

    시기 적절하다고 봅니다.
    점점 잊혀져가는게 맞지 않나요?
    선거만이 살길!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5487 목동 김수영이 앞서가는데.. .. 2014/06/05 1,098
385486 김어준 KFC어디서 들어요? 8 알랴주~ 2014/06/05 1,876
385485 개표가 이렇게밖에 안되는거예요? 5 덥다 2014/06/04 1,111
385484 동작 봤죠? 15 주전자 2014/06/04 3,427
385483 다른 때보다 개표가 늦은 것 같아요 12 아무리 지방.. 2014/06/04 1,851
385482 그래도 마이클럽이 그립고 고마워요 13 라라 2014/06/04 2,438
385481 진보교육감이 압승하는 이유라네요 21 09 2014/06/04 10,857
385480 갑자기 생각이 난건데 전자개표 하고 수개표 또 하죠? 1 뭐먹냐 2014/06/04 1,024
385479 새누리 욕할게 아니라 찍어주는 국민들 화나요 6 시뻘겋네 2014/06/04 852
385478 오거돈 막판에 제발 뒤집히길 29 부산 2014/06/04 2,752
385477 박원순님이 정말 위대한 이유... 29 원순,희연사.. 2014/06/04 4,161
385476 궁금한거)개표가 원래 이렇게 늦나요?? 10 맨정신불가 2014/06/04 810
385475 지금 김부겸이 대구 수성구서 이기고 있네요 11 참맛 2014/06/04 2,930
385474 솔직히 경상도 전라도는 개표방송 22 악어의꿈 2014/06/04 2,053
385473 선관위의 집계 방식 자체가 이상하게 만들어 졌네요 6 이상해 2014/06/04 1,124
385472 인천 사시는 분께는 죄송하지만 20 ... 2014/06/04 3,017
385471 지방선거가 대선보다 투표장이 많은가요? 2 ?? 2014/06/04 668
385470 부산선거 이해 안되요 10 오잉 2014/06/04 1,663
385469 박근혜 악수 정면 거부하는 사진도 보셨나요? 12 기독교인 2014/06/04 3,278
385468 부산시장 기권표...너무 심한데 참관하러 가서 뭐하는지.. 4 카르마 2014/06/04 1,440
385467 부산사는.. 시장선거에 대한 생각.. 12 .. 2014/06/04 1,750
385466 [2014.04 .16 ~2014.06.04] 16분 잊지않고 .. 3 불굴 2014/06/04 685
385465 고승덕이 조희연을 고발 35 미틴놈 2014/06/04 15,569
385464 이로써 박근혜 부정선거는 확실해졌네요 19 아마 2014/06/04 4,401
385463 어느 인사가 투표장에서 신분증 대신 술 먹고 나서 긁는 것 내고.. 4 ..... 2014/06/04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