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서울대 총학도 시국선언, "이제 우리는 거부한다"

,, 조회수 : 2,306
작성일 : 2014-06-02 16:40:10

다음은 서울대 총학생회의 시국선언 전문.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이 불가항력에 의한 것이었다면 우리는 단지 슬퍼하기만 했을 것이다. 우리는 희생자와 가족을 위로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애도를 표했으리라. 그러나 이 끔찍한 참사가 실책이 겹친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임이 밝혀졌을 때 슬픔은 거대한 분노로 뒤집혔다. 해경은 방관했으며 언론은 부정확하고 무책임한 보도로 혼란을 야기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재난관리시스템은 제 기능을 다하지 않았다. 공무원들이 대통령 화환과 고위직 숙소 배정에 신경을 쏟는 동안 실종자들은 차디찬 바다에 남겨졌고 그 가족들은 체육관에서 떨고 있었다. 정부기관은 국민의 보호라는 존재의 이유를 망각하고 자신의 안위를 지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제 국민의 정서는 절망을 넘어 분노에 다다랐다.

 

참사 이후 정부의 대응은 분노를 더했다. 국민은 반성을 원했지만, 정부는 언론을 통제하고 사건을 은폐했다. 유가족은 대화를 요구했지만, 그들의 간절한 호소는 묵살 당했다. 급기야 경찰은 유가족들을 불법 미행하고 침묵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을 강제 연행했다. 이 모든 일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말 한마디로 해경을 해체했고, 눈물로써 실책을 무마하려고 했다.

 

가만히 있으라. 세월호 선내에서 승객들이 수차례 듣고, 믿었던 말이다. 동시에 참사를 애도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에게 내세웠던 문구이다. 그렇다.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고 들었다.

무능한 정부와 부패한 기관과 무책임한 정치를 그저 바라보며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슬퍼하는 이들은 미개한 국민으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이들은 불순한 시민으로 낙인찍혔다. 순수와 비순수를 가르는 이분법적인 발상에 열린사회를 향한 열망은 좌절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숨죽인 채 가만히 있어야만 했다.

 

가만히 있으라! 우리들에게 이는 결코 새로운 메시지가 아니다. 사회와 학교는 정치에 관심을 끊고 현실에 눈감으라고 말해 왔다. 스펙을 쌓고 네 옆의 친구보다 성공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은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의 말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굴종과 침묵과 무관심을 요구받은 우리들은, 세월호라는 거대한 참사를 당면함으로써 비로소 성찰의 계기를 얻었다. 국민들을 우롱하는 귄위주의적 행태, 해체와 금지로 사태를 덮으려는 편의주의적 작태에 우리는 왜 눈감아야 하는가.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언제나 가만히 있으라는 보이지 않는 언명을 착실히 학습해왔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거부한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이끈 반인륜적 행태를 목도한 이상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들은 우리의 구호를 선동이라고 할 테다. 그렇게 부른다면 그렇게 불리겠다.

결코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며, 그럼으로써 가만히 있기를 거부할 것이다. 무능한 정권과 그 비열한 작태를,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자들의 행태를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잊지않을 때 캠퍼스에서, 광장에서, 투표소에서 우리의 분노와 성찰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가진 대통령과 정부에게 고한다.

첫째, 실종자 수색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 이것은 생존자·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한 염원이자 정부가 외면해 온 요구이다. 국민이 인정하기 전까지 정부가 먼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둘째, 청와대까지 포괄하는 성역 없는 수사로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 사건을 엉성하게 종결하지 말고 똑바로 해결하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라. 모든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고질적 구조의 혁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세월호 참사는 언젠가 되풀이되고 말 것이다.

 

셋째,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 언론을 통제하여 국민들의 눈을 가리는 정부는 독재정권이나 다름없다. 현 정권은 즉시 언론기관에 대한 개입을 중단하고 언론의 공공성을 복원하라.

넷째,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라.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분열을 조장하는 용공좌파도, 국가 전복을 꾀하는 불순분자도 아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의 대리자일 뿐인 정부가 국민들에게 재갈을 물려서는 안 된다.

 

기억하지 않는 자들에게 역사는 되풀이된다. 우리는 잊지 않겠다. 그렇기에 가만히 있지도 않겠다. 이러한 외침을 무시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주문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많은 국민들과 함께 분연히 일어설 것이다.

 

제56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운영위원회 

[출처] : 뷰스앤뉴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111219

IP : 122.40.xxx.41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니또
    '14.6.2 4:47 PM (122.37.xxx.51)

    투표로 말해라...젤 확실하고 빠르다..
    선거독려좀 하고.

  • 2. ...
    '14.6.2 4:51 PM (218.147.xxx.206)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살아있는 양심과 지성이 있어 다행입니다~

  • 3. ....
    '14.6.2 4:56 PM (115.136.xxx.176)

    윗님말씀처럼 늦은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나서주어 고맙네요.

  • 4. 행동하는 양심...
    '14.6.2 5:08 PM (112.144.xxx.52)

    윗님말씀처럼 늦은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나서주어 고맙네요. 22222

  • 5. ...
    '14.6.2 5:13 PM (218.147.xxx.206)

    고승덕처럼 좋은 머리로 공부만 잘하는
    출세와 권력욕의 화신만은 되지 말길~~
    부디 참다운 인간이 되어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주길~~

  • 6. 구구절절
    '14.6.2 5:19 PM (125.177.xxx.190)

    공감이 가는 선언문이네요!

  • 7. ..
    '14.6.2 5:32 PM (1.228.xxx.26)

    투표만이 살길이란다 얘들아
    제발 말만 하지말고 친구들 끌고 투표좀 해라

  • 8. 확실하게
    '14.6.2 5:45 PM (180.66.xxx.252)

    투표 참여로 말해주세요, 저들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해야만 국민 무서운줄 알고 조금이나마 국민의 눈치라도 볼것입니다

  • 9. 더블준
    '14.6.2 7:47 PM (211.177.xxx.28)

    너희들이 젤 걱정인 부류다.
    철학이 올바르지 않은 이들이 권력을 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직하니까.
    너무나 많이 겪어서 이젠 정말 싫다
    우선 투표부터 잘하길. 고맙다.

  • 10. ..
    '14.6.2 9:09 PM (14.47.xxx.165)

    매우 늦은감이 있다.

    눈 부릅뜨고 정의로운 감시자가 되어 공공선을 향하는 바른 인재로 거듭나길 바란다.

  • 11. 오히려
    '14.6.2 9:49 PM (99.226.xxx.241)

    시기 적절하다고 봅니다.
    점점 잊혀져가는게 맞지 않나요?
    선거만이 살길!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4539 소니와 삼성 중 골라주세요 미러리스카메.. 2014/06/02 502
384538 미서부 패키지 여행 다녀오신 분 계신가요? 7 미서부 7박.. 2014/06/02 1,935
384537 (속보) 부산시 선관위, 박근혜 마케팅 문제없다 결론(펌) 12 기가막혀.... 2014/06/02 2,436
384536 박캠프서 허위사실 퍼나르면 처벌한댑니다 21 처벌 2014/06/02 2,024
384535 [일상글죄송] 등산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쓰실 1인용 텐트 추천부.. 1인용텐트 2014/06/02 577
384534 중2아들에게 죄값을 받는모양입니다 10 2014/06/02 4,032
384533 고승덕 지금 MBN 전화 인터뷰에서 엄청 억울하다고.. 9 ㅇㅇ 2014/06/02 3,164
384532 박찬욱·봉준호 등 문화예술인 80인 조희연 지지 선언 13 세우실 2014/06/02 2,508
384531 고승덕 다른 거 필요없고 1 고승덕 2014/06/02 1,166
384530 세월호 애도 기간 교육공무원 외유 부산김석준 2014/06/02 749
384529 고승덕 현재부인 이무경씨, 페이스북에 글 올렸네요. 96 딸아이 물건.. 2014/06/02 22,831
384528 조희연 후보 아직 인지도 약한 편인가요? 바람처럼 2014/06/02 936
384527 강신주 엑스 와이프가 쓴 글 104 ... 2014/06/02 61,272
384526 도와달라고... 브낰 2014/06/02 571
384525 조희연후보 아들이 제작한 동영상 15 조+박 대박.. 2014/06/02 1,988
384524 (개누리아웃) 편한 슬리퍼 추천해주세요 4 여름이닷 2014/06/02 877
384523 풍기인견이불,루미홈 1 코스트코 2014/06/02 1,146
384522 새누리 니들이 도와달라고 말 할 자격이 있니?? 인면수심 2014/06/02 510
384521 운동화 빼고는 뭘 신어도 편하지가 않아요.. 9 신발 2014/06/02 2,474
384520 가난하다고 해외여행 못가는거 아니라고 봐요 42 외국여행 2014/06/02 14,471
384519 김기춘아웃) 서울 동작구 구청장 후보 어떡하나요? 6 진상규명 2014/06/02 1,059
384518 아이들 경제관념은 타고나는 건가요? 4 ..... 2014/06/02 1,554
384517 질문) 카스에 특정후보 선거용 포스터를 올리면요 1 궁금 2014/06/02 776
384516 유아용 매트 이름 좀 알려주세요.. 3 애기들 매트.. 2014/06/02 826
384515 치통 땜에 괴로워요 2 피곤해서는 .. 2014/06/02 3,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