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지는 방송계다. 유명인의 상상 초월 나이 차이 결혼이 잇따라 발표돼서다. 손녀뻘과 결혼하는 할아버지 신랑까지 있다. 유명 코미디언인 가토 차(69)는 2012년 3월 45세 연하 여성(23)과 결혼해 충격(?)을 던졌다. 배우인 데라다 미노리(70)도 35세 연하 여성(35)과 살림을 합쳤다. MC로 이름을 날리는 사카이 마사아키(66)도 22세 연하 여성(44)과 3번째 결혼했다.
물론 연예계라 특별할 수 있다. 유명하고 돈이 많은 데다 훤칠한 외모까지 갖췄으니 그렇다. 그런데 나이 차이 결혼이 일반인에까지 확대되고 있어 가십 수준을 넘어선다. 평범한 중년 남성과 20~30세 여성의 결혼 비율 증가다. 회원제 결혼상담소(알파아오야마)에 따르면 이 회사의 결혼 건수 중 11~13세 연령 차이 비율이 2011년 38%까지 늘었다(2006년 13%). 16세 이상도 4배나 급증했다(2%→8%). 여기엔 남녀가 뒤바뀐 연상 연하 커플도 포함된다.
이유는 뭘까. 정리하면 젊은 여성의 현실 중시와 늙은 남성의 매력 증가다. 먼저 20대 남녀의 결혼 현실과 희망 사항의 변화다. 결혼 적령기 성혼 사례가 줄면서 만혼 후보의 노처녀가 늘었지만 반대로 20대 초·중반의 조혼 사례도 늘었다. 꾸물대면 결혼하지 못한다는 20대 여성의 조바심의 발로다. 금융 위기와 맞물려 결혼 붐이 인데다 동일본 대지진도 관계 중시의 결혼 의지를 한층 높였다. 남성보다 여성의 결혼 희망이 더 높다.
포인트는 배우자 모색인데, 이때 결혼 조건에서 중년 아저씨가 동년배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특히 경제력이 좋다. 경기 외풍에 휘둘리는 불안정 고용이 많은 동년배 미혼 남성에 비해 중년 남성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원에 특유의 인생 경륜과 지혜·네트워크 등이 강점으로 부각된다. 지진 등 만약의 사태 때 의지가 가능하기에 심리적 안정감은 덤이다.
반면 20대 미혼 남성은 결혼 시장에서 열등재에 가깝다. 비정규직에 자신감마저 줄어들면서 20대 신랑 수요는 자의 반, 타의 반 급감했다. 풀만 먹다 보니 근육을 잃어버린 셈이다(초식남성). 돈이 없어서다. 실제 20대 평균소득은 역전됐다. 제조업 불황(남성)과 서비스업 활황(여성)이 맞물린 결과다. 20대 총각이 동년배 처녀를 동일 시선의 라이벌로 여기는 것도 한계다. 그러던 사이 나이 차이 결혼은 늙은 신랑에게도 이유가 있다.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고독사의 공포 때문이다.
결혼 인식도 관계가 있다. 지금의 35~40세는 단카이(團塊) 주니어다. 1차 베이비부머인 1947~1949년생(단카이세대)의 자녀 그룹이다. 이들은 남녀평등 교육 세대다. 개방적인 사고관이 폭넓다. 연령과 관계가 대등한 친구 사이 결혼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후속의 2030세대는 좀 다르다. 여성 파워가 더 세졌다. 동년배 남성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진 직후 발매된 ‘나이 차 결혼의 정체’란 책에선 “최소 일곱 살의 나이 차를 결혼 조건으로 거는 미혼 여성이 4명 중 1명”이라며 “40대 여성과 20대 남성의 역 나이 차이 커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