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주말 ... 파주에서

갱스브르 조회수 : 1,866
작성일 : 2014-06-01 10:30:11

주말 새벽

합정역에서 직행인 2200 광역 버스를 타고 파주로 달렸다

30분 만에 도착한 파주 출판 도시

처음 이곳이 생겼을 땐 자주 갔었다

책을 탐방한다기보단 그냥 그 제한된 공간이 주는 자유가 좋았다

입소문이 나면서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에 치여 발길을 끊었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 찾았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무슨 영화의 한 장면처럼 파주의 공기와 공간은 생경하게 다가왔다

정말 그 황량한 벌판에 나 혼자 똑 떨어진 것이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들어간 편의점에서 직원을 만나지 않았다면 정말 꿈이라 생각될 만큼

고요하고 바람도 조심스럽다

눈에 익은 출판사 간판과 잘 정돈된 조경 사이로

문을 닫은 까페며 극장, 음식점들이 기이한 기분을 더 부채질 한다

사람들이 훑고 지나간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지만

그냥 먼 과거의 시간여행이 남긴 흔적처럼 보일 뿐이다

다닥다닥 붙어 요란하게 살다 마주한 침묵과 정지된 시간은 맘을 느긋하고 너그럽게 한다

친구가 부부싸움을 하고 집을 나서면 갈 곳이 없어 더 서글프다고 하소연하는데

휘리릭 파주에 한 번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단, ... 조금은 이른 시간에

그렇게 한 시간여를 발을 꾹꾹 눌러가면서 돌아다니는 사이

한두 명 씩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버지와 아들이 손을 꼭 잡고 걷는다

나도 모르게 그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말 없는 부자의 다정함이 꼭 쥔 주먹사이로 흐른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

나이 들어 한적하고 공기 좋은 데 가 사는 게 왜 셀러리맨들의 꿈인지도 알 것 같다

365일 이런 한갓진 곳에서 사는 것도 마냥 좋아라 할 순 없지만

가끔은 혼자 외떨어져 자발적 고립을 주는 것도 나쁘진 않다

솔직히 홀가분한 마음 저쪽엔 무서움도 있었다

알게모르게 부비며 살아온 도시의 습성 때문일 것이다

산책을 하는지 길을 잃었는지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쫓아간 걸 보면...ㅎㅎ

게다가 이곳을 달리는 버스의 배차 시간도 짧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30분 만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IP : 115.161.xxx.128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 보니까
    '14.6.1 11:22 AM (112.165.xxx.25)

    저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수필같아요 한편의...
    ^^

  • 2. 파주인
    '14.6.1 11:31 AM (49.1.xxx.82)

    주말 보다 한적한 평일 좋아요..
    출판단지옆 영화관도있어요..
    저도 마음 울적하다거나 혼자있고싶을때면
    그곳에가서 놀다옵니다..좋아요..

  • 3. ...
    '14.6.1 12:41 PM (112.152.xxx.115)

    교하살아요.출판단지 곳곳의 잔디며 한적한 여유로움 느끼기 좋죠~요즘은 아울렛 영향으로 차들이 엄청나서 좀 그렇긴 하지만요.
    어디라 적어놓지 않으셨다면 궁금함에 몸부림칠 뻔 했어요^^

  • 4. 조금
    '14.6.1 8:51 PM (223.62.xxx.72) - 삭제된댓글

    글이 넘 오글 거리네요 참고 읽어 내려 갔지만..

  • 5. 저도 교하인
    '14.6.1 9:06 PM (223.62.xxx.37)

    서울살다 파주온지 8년이지났네요.
    공기좋고 한적하고 주위 문화시설 쇼핑센터 많고
    출판단지는 저에게 평일오전은 안식처에요.
    주말에 쇼핑객들로 붐비지만
    평일 오전에 출판사가서 책도보고 북카페가서
    커피도마시고 조조영화도보고
    이곳에서 떠나기 싫어져요.

  • 6. 평온
    '14.6.1 11:50 PM (222.233.xxx.234)

    그 이름에 딱맞는 조용한곳이죠
    마음먹고 잠깐 부지런을 떨면 계절이
    바뀌는걸 금방 느낄수있는 넓고 한적한
    들판도 만날수있구요~
    전 뭐니뭐니해도 예쁜하늘이 많이보여
    이곳이 좋네요~~
    빽빼한 도시서울살다 이곳에 이사온지
    9년됐나봐요
    이곳에서 아이들 아토피도좋아진것 같고
    마음도 조금 여유있고 너그러워진듯해요
    나이먹은탓도있지만요~~
    이제 이곳을 떠나기는 싫을듯~~~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7449 겨울에 세라믹팬에 군고구마 잘해서 먹었는데요. 궁금 2014/07/15 1,015
397448 [팟빵직썰] 새누리당 전당대회 잔혹사 잔혹한그들 2014/07/15 915
397447 비빔국수를 먹을까..물국수를 먹을까.둘다 땡기네요 2 행복한 고민.. 2014/07/15 952
397446 실패한 삶.. 27 .. 2014/07/15 11,810
397445 소금에 삭힌 고추 너무 짠데 물에 담글까요? 1 솔트 2014/07/15 1,338
397444 부동산에 대해 잘 아시는분(전세권설정) 3 ... 2014/07/15 1,359
397443 아이허브에서 물건 구입후에 통관 완료가 안되고 있어요. 8 유산균 2014/07/15 2,396
397442 물이 아주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층은 몇층인가요? 14 아파트궁금 2014/07/15 2,210
397441 안티가 많은 이쁜 여자의 특징? 27 안티 2014/07/15 13,785
397440 고구려 안습의 아이콘 1 mac250.. 2014/07/15 971
397439 오늘이 내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뭘하실거에요? 20 시한부 2014/07/15 2,447
397438 무쇠팬에 돼지고기 9 카마론데라이.. 2014/07/15 3,000
397437 국어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아이에게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초.. 7 초보 2014/07/15 1,829
397436 멸치고추장볶음, 복구 도와 주세요~~~ 3 도도 2014/07/15 1,030
397435 4055여성들을 위한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 뭐가 좋을까요? 5 nancwg.. 2014/07/15 1,721
397434 교통사고 합의금 얼마나 받아야 할까요? 2 피해자 2014/07/15 2,387
397433 팩트티비 함께 봐요. 현재 시민들 행진중~ 5 국회앞 2014/07/15 896
397432 영화 동화책 쉬운거로 추천 부탁드립니다 1 초등6학년 2014/07/15 909
397431 정말 이해가 안되서 그러는데요,, 제가 이상한건지... 79 상식적으로 2014/07/15 15,933
397430 대학 1학년 아들 이야기입니다. 아직 꿀잠 자고 있어요. 9 자식이 뭔지.. 2014/07/15 2,561
397429 세탁기 한 8년 썼는데 수리비 14만원 나왔어요 수리vs새거산다.. 6 세탁기 2014/07/15 2,175
397428 29세..별일 다 겪고..제 글이 힘든분께 위로가 된다면.. 2 2014/07/15 1,709
397427 증권회사 10년 정도 다니면 월급이 얼마나 될까요? 4 .. 2014/07/15 4,413
397426 교정1년차 발치가능할까요? 5 .. 2014/07/15 1,106
397425 뇌수막염.. 정말 무서워서 공포그자체에요ㅠㅠㅠㅠ 9 접종해야할지.. 2014/07/15 5,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