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주말 ... 파주에서

갱스브르 조회수 : 1,875
작성일 : 2014-06-01 10:30:11

주말 새벽

합정역에서 직행인 2200 광역 버스를 타고 파주로 달렸다

30분 만에 도착한 파주 출판 도시

처음 이곳이 생겼을 땐 자주 갔었다

책을 탐방한다기보단 그냥 그 제한된 공간이 주는 자유가 좋았다

입소문이 나면서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에 치여 발길을 끊었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 찾았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무슨 영화의 한 장면처럼 파주의 공기와 공간은 생경하게 다가왔다

정말 그 황량한 벌판에 나 혼자 똑 떨어진 것이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들어간 편의점에서 직원을 만나지 않았다면 정말 꿈이라 생각될 만큼

고요하고 바람도 조심스럽다

눈에 익은 출판사 간판과 잘 정돈된 조경 사이로

문을 닫은 까페며 극장, 음식점들이 기이한 기분을 더 부채질 한다

사람들이 훑고 지나간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지만

그냥 먼 과거의 시간여행이 남긴 흔적처럼 보일 뿐이다

다닥다닥 붙어 요란하게 살다 마주한 침묵과 정지된 시간은 맘을 느긋하고 너그럽게 한다

친구가 부부싸움을 하고 집을 나서면 갈 곳이 없어 더 서글프다고 하소연하는데

휘리릭 파주에 한 번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단, ... 조금은 이른 시간에

그렇게 한 시간여를 발을 꾹꾹 눌러가면서 돌아다니는 사이

한두 명 씩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버지와 아들이 손을 꼭 잡고 걷는다

나도 모르게 그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말 없는 부자의 다정함이 꼭 쥔 주먹사이로 흐른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

나이 들어 한적하고 공기 좋은 데 가 사는 게 왜 셀러리맨들의 꿈인지도 알 것 같다

365일 이런 한갓진 곳에서 사는 것도 마냥 좋아라 할 순 없지만

가끔은 혼자 외떨어져 자발적 고립을 주는 것도 나쁘진 않다

솔직히 홀가분한 마음 저쪽엔 무서움도 있었다

알게모르게 부비며 살아온 도시의 습성 때문일 것이다

산책을 하는지 길을 잃었는지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쫓아간 걸 보면...ㅎㅎ

게다가 이곳을 달리는 버스의 배차 시간도 짧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30분 만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IP : 115.161.xxx.128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 보니까
    '14.6.1 11:22 AM (112.165.xxx.25)

    저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수필같아요 한편의...
    ^^

  • 2. 파주인
    '14.6.1 11:31 AM (49.1.xxx.82)

    주말 보다 한적한 평일 좋아요..
    출판단지옆 영화관도있어요..
    저도 마음 울적하다거나 혼자있고싶을때면
    그곳에가서 놀다옵니다..좋아요..

  • 3. ...
    '14.6.1 12:41 PM (112.152.xxx.115)

    교하살아요.출판단지 곳곳의 잔디며 한적한 여유로움 느끼기 좋죠~요즘은 아울렛 영향으로 차들이 엄청나서 좀 그렇긴 하지만요.
    어디라 적어놓지 않으셨다면 궁금함에 몸부림칠 뻔 했어요^^

  • 4. 조금
    '14.6.1 8:51 PM (223.62.xxx.72) - 삭제된댓글

    글이 넘 오글 거리네요 참고 읽어 내려 갔지만..

  • 5. 저도 교하인
    '14.6.1 9:06 PM (223.62.xxx.37)

    서울살다 파주온지 8년이지났네요.
    공기좋고 한적하고 주위 문화시설 쇼핑센터 많고
    출판단지는 저에게 평일오전은 안식처에요.
    주말에 쇼핑객들로 붐비지만
    평일 오전에 출판사가서 책도보고 북카페가서
    커피도마시고 조조영화도보고
    이곳에서 떠나기 싫어져요.

  • 6. 평온
    '14.6.1 11:50 PM (222.233.xxx.234)

    그 이름에 딱맞는 조용한곳이죠
    마음먹고 잠깐 부지런을 떨면 계절이
    바뀌는걸 금방 느낄수있는 넓고 한적한
    들판도 만날수있구요~
    전 뭐니뭐니해도 예쁜하늘이 많이보여
    이곳이 좋네요~~
    빽빼한 도시서울살다 이곳에 이사온지
    9년됐나봐요
    이곳에서 아이들 아토피도좋아진것 같고
    마음도 조금 여유있고 너그러워진듯해요
    나이먹은탓도있지만요~~
    이제 이곳을 떠나기는 싫을듯~~~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2275 모두 이과 가야한다네요 5 입시 2014/08/29 2,814
412274 새정연은 지지율 숫자놀음에 신경쓰지 말고 갈길 가라 20 조작국가 2014/08/29 652
412273 바람 안피우는 남편도 있나요? 능력있구요 19 11 2014/08/29 6,376
412272 새정치 민주연합, 지지율 대 폭락.. 23 암담 2014/08/29 1,995
412271 과외교사로서 별거없는 그냥 이야기 하나 하고 갑니다 3 과외 2014/08/29 2,530
412270 아파트 뒷 베란다 벽에 곰팡이 제거하고 안생기게 하려면? 4 아파트 2014/08/29 3,231
412269 캐리어 대여 해 보신분 있으세요??? 초보여행자 2014/08/29 4,720
412268 해경-언딘 유착 의혹 사실로.. 檢 “조직적 밀착관계” 5 열정과냉정 2014/08/29 928
412267 월급쟁이 퇴직금까지 빼앗아가는 나라 6 코코 2014/08/29 1,969
412266 시판 간장 너무 맛없어요ㅠ 간장 추천해주세요~ 17 닥은 하야해.. 2014/08/29 3,858
412265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만 왜 배가 가라앉을까요? 1 ㅇㅇ 2014/08/29 1,121
412264 여동생 결혼식 때 입을 한복 조언 부탁드립니다. 4 한복 2014/08/29 1,175
412263 세월호 때문에 민생법안 지연된다고해서 알아봤더니~~ 7 오호라 2014/08/29 1,252
412262 쇼퍼백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 4 우비 2014/08/29 2,018
412261 90.5k는 90500인가요? 5 어려워 2014/08/29 809
412260 와이셔츠 브랜드 추천해주세요~ 4 ㅇㅇㅇ 2014/08/29 1,518
412259 세월호 끝까지 밝혀지길 ... 4 김기덕감독 2014/08/29 706
412258 면접때 이런 질문하는 회사 어떤가요? 7 ... 2014/08/29 1,681
412257 82의 힘!) 언어학 쪽 학자인 거 같은데, 10개 국어 구사한.. 7 아..답답 2014/08/29 1,405
412256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제목 뽑기의 차이 6 수준차이 2014/08/29 1,100
412255 덴비 중국산, 별로인가요? 1 999 2014/08/29 1,821
412254 유가족들 지혜롭고 현명해야 대처해야될듯요.. 1 ㅇㅇ 2014/08/29 697
412253 다음주 부모님 홍콩여행준비 질문좀드릴게요. 6 ㅇㅇ 2014/08/29 1,456
412252 고민하다 올립니다.(질수축운동) 꼭 들어주세요. 업자나 광고 아.. 4 ........ 2014/08/29 3,204
412251 도 넘은 세월호 비방…조롱·극언 서슴없이 2 세우실 2014/08/29 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