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잊지 말아요. 우리의 수학여행

.... 조회수 : 913
작성일 : 2014-05-27 21:20:23

잊지 말아요. 우리의 수학여행  이하로
-세월호 추도시


엄마, 우린
수학여행을 떠났어요.
안개가 낀 밤바다
그마저 아름다웠어요.
동무들의 재잘거림이, 웃음소리가
마치 떼지어 하늘을 포롱거리는
종달새만 같았어요.
아, 아름다운 밤이었어요.

아이야.
너는 그렇게 수학여행을 떠났지.
가난한 에미가 처음 사준
노스페이스 자켓을 입고
가방을 둘러메고
넌 처음으로 바다로 나갔어.
못난 에미를 두어
제대로 된 여행조차 못했던 넌
팔랑거리는 나비처럼
손을 흔들며 여행을 떠났지.
그것이,
마지막 손흔듬이었을 줄은
에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엄마.
밤바다는 아름다웠어요.
동무들은 밤을 잊었어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높아가고
꿈의 섬!
제주도로 가고 있었어요.
수학여행 중이었어요.
엄마.
그리고 그것이
우리들의 마지막 밤이었어요.

아이야.
꿈을 꾸었지.
수학여행을 가는 꿈을
에미도 너와 함께
수학여행을 가고 있었어.
너의 손을 잡고
하루방에 입 맞추고
멀리 보이는 한라산을 손짓하며
너와 여행을 하고 있었지.
바람이 불었어.
너는 갑자기 민들레 홀씨 되어
공중으로 날아올랐어.
너를 잡으러
허우적거리며 달려가다
돌부리에 채여
꿈이 깨고 말았어.
너는 아직 수학여행 중이었어.

엄마,
엄마.
아침이었어요.
그리고,
배가 기울었어요.
누군가가 방송으로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어요.
우린 착한 아이들이잖아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선박왕국이잖아요.
우리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항상 강조했잖아요.
우리는 조금도 의심치 않았어요.
우리를 구해주러 올 것이라는 것을.
우린 여전히 즐거웠고
이런 해프닝조차
우리의 수학여행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추억이라 생각했어요.
우린 곧 구조되어
수학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니까요.
그런데 엄마,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바닷물은 넘실거리고
우린 버려졌어요.
엄마.
더 많이 사랑할 것을.
엄마
보고싶어요.
엄마
미안해요.
우리들의 수학여행은
배와 함께 침몰하고 말았어요.
꿈의 섬 제주도는
여전히 멀기만 해요.

아이야.
이런 일이라니.
이런 청천벽력이라니.
달려간 진도 바다에는
에미들의 울음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에미들이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소리는
점차 호곡이 되어가는 데도
아이야 
에미는 발을 동동 구를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구나.
차라리 내가 네 대신
저 바닷 속에 있을 수만 있다면
에미는 수만 번이라도 그러려만
아이야
아무도 너희를 구하러 가지 않는구나.
이런 국가라니.
이런 나라라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라라니.
너희들이 죽어가는 것을
에미들은 보고만 있어야 하다니.
에미는 너와 함께 진도 앞바다에
죽고 말았구나.
아이야!
얼마나 무서웠니?
미안하구나, 아이야
에미가, 어른들이
너희를 죽이고 말았구나.

엄마, 미안해요.
울지 말아요.
이제 저희들은
중단된 수학여행을 떠나요.
엄마.
우린 그렇게
아직 수학여행 중일 뿐이예요.
꿈의 섬 제주도가 아닌
시험이 없는 나라
성적이 행복순이 아닌 나라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이 죽지 않는 나라
아이들의 꿈이 
훨훨 펼쳐지는 나라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이 있는 나라
정의와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
엄마
우리 그곳으로
긴긴 여행을 떠나요.
울지 말아요. 엄마.

아이야.
억울하구나.
차마
분하구나.
가만히 있었던 너희들이
가만히 있다 그리 죽었는데도
이 나라는 아직
가만히 있으라 하는구나.
에미는 이제
가만히 있지 못하겠구나.
가만히 있었던 에미가
가만히 있었던 어른들이
너희를 죽이고 말았구나.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으려 하는구나.
너희들이 살아 돌아오도록
이젠 가만히 있지 않으려 하는구나.
너희들은 죽어
천지 사방으로 날아가 다시 꽃을 피우는 민들레처럼 
온 국민의 마음에 
노란 꽃으로 피는구나.
노란 종이배를 타고 돌아오는 구나
노란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구나.
가만히 있지 않는 많은 에미들이
너희를 돌아오게 하는구나.

엄마.
우릴
잊지 말아요.
우리의 수학여행이
잘 끝날 수 있도록
엄마
우릴 잊지 말아요.
모두가 아름다운
그런 세상이 오면
서로가 사랑하는
그런 나라가 되면
엄마
우린 수학여행을 끝내고
다시 돌아올 거예요.
그러니 엄마
우릴 잊지 말아요.
엄마 사랑해요.
우리들의 수학여행이 끝나는 날
엄마
우리 말해요. 사랑한다고.



미국 50개주에서 '反박근혜, 세월호추모' 시위 [동영상, 사진 총정리]


https://storify.com/wjsfree/koreans-living-in-overseas-hold-rallies-over-sewol


IP : 119.56.xxx.20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5.27 9:22 PM (1.235.xxx.157)

    8번째 편지...아..너무 괴롭고...힘드네요.....힘드네요.

  • 2. 봄햇살
    '14.5.27 10:02 PM (114.129.xxx.43)

    우리 가만히 있지말아요.... 선거날 잘대 가만히 있지말아요... ㅜㅜ

  • 3. 봄햇살
    '14.5.27 10:03 PM (114.129.xxx.43)

    절때로 가만히 있지말아요

  • 4. ....
    '14.5.27 10:07 PM (125.187.xxx.32)

    평생 못잊을거야 얘들아.. 우리들이 부모님들께 힘이 되줄께..여행잘하고 꼭 만나자...

  • 5. ㅇㅇ
    '14.5.28 1:33 AM (125.186.xxx.28)

    아.............이 밤중에 또 펑펑 울고 있네요.......................
    이제 안울만도 한데.........정말 너무하네요...아이들아..착한 아이들아......어른들이...정말정말 미안하구나...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6150 9살아이가요 열나는데요 3 어째 2014/07/10 1,126
396149 강아지 짖는 문제로 글 다시 올려봅니다 ㅠ 25 해태 2014/07/10 3,715
396148 꼭 가보고 싶던 영화속 배경 있으세요? 20 영화 이야기.. 2014/07/10 2,715
396147 완전 검은머리 멋내기염색 색깔이랑 브랜드추천부탁드려요~ 검은머리 2014/07/10 915
396146 바디워시 쫌 찾아주세요..^^ 3 ㅇㅇㅇ 2014/07/10 1,854
396145 차분한 세월호 국정조사 굉장히 강조하네요 2 아이고 2014/07/10 1,056
396144 강서 힐스테이트, 아현동래미안푸르지오?? 3 고민.. 2014/07/10 3,885
396143 계속살고싶은데..돈때문에 이사해야할듯요... 5 착잡... 2014/07/10 2,778
396142 어려운 친구보다 더 쓸 필요 없네요 5 ㅇㅇㅇ 2014/07/10 3,471
396141 신내림에 관한 궁금증 4 ^^ 2014/07/10 2,572
396140 손석희 9시 뉴스입니다. 10 링크 2014/07/10 2,152
396139 위기의주부들.어글리베티 둘 다 보신분~ 5 미드 2014/07/10 1,682
396138 아벤* 미스트 가짜도 있는걸까요? 그것이알고잡.. 2014/07/10 998
396137 [국민TV 7월10일] 9시 뉴스K - 황준호 뉴스팀장 진행(생.. 1 lowsim.. 2014/07/10 990
396136 추석에 1박할만한곳 1 2014/07/10 841
396135 발사믹 소스 어디꺼 쓰세요? 4 추천 2014/07/10 2,307
396134 양파 대란.. 소비불지피기 11 양파 2014/07/10 3,860
396133 세월호 국정조사 10 다시 시작 2014/07/10 1,339
396132 삼계탕 맛있게 끓이는 팁 좀... 10 삼복 2014/07/10 2,934
396131 친정엄마 임플란트 가능할까요? 6 80대 2014/07/10 1,431
396130 더워도 이불덮고 주무세요? 6 ㅇㅇ 2014/07/10 2,157
396129 어렸을때(4-5세) 발레한 여자들은 몸매가 남다른가요? 46 .. 2014/07/10 26,418
396128 넘어지는에어컨 어머니가 받으셨다 2 2014/07/10 2,394
396127 (잊지 않겠습니다) 대학원 은사님에게 선물을 뭘로 드리면 좋을까.. 1 .. 2014/07/10 797
396126 학원샘이 만나자는데 이유가 뭘까요? 6 .. 2014/07/10 2,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