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맞벌이를 계속 할지 고민입니다.
아래 내용 보시고 조언 좀 부탁드려요.
출산휴가 3개월 쓰고 울면서 아이 맡긴지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네요.
아이는 27개월, 두돌하고 4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제 월급은 290만원 정도 들어오고요. 일년에 4번 정도.. 100만원에서 200만원씩 보너스가 더 들어옵니다.
남편은 의사고 네트로 월 800만원 정도 법니다.
남편 전문의된지 이제 2개월 지났고,예금은 3000만원 정도가 있습니다.
저희가 집이 없어서, 이제부터 집도 장만하고, 이제부터 다 시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입주 돌보미를 쓰고 있고요.
월급은 180만원(한국분이시고, 저희에게 너무 잘해주셔서 거의 가족같은 분입니다) 정도를 드리고요.
이것저것 제하면 200만원이 훌쩍 넘어가고, 제가 회사다니면서 옷값이나 밥값, 차값같은거 소소하게 지출하니까
제 월급에서는 몇십만원이 남게 됩니다. (아시죠? 290만원에서 200만원 제하고, 여자들이 회사다니면서 밥값, 유지비(?)가 최소 40-50만원은 들잖아요)
이 점때문에 제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자꾸 회의를 느끼게 되는 거에요. 어찌되었건 월급이 직장생활의 가장 큰 보상인데.. 그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그래서
아기를 이제는 어린이집에 보내보자..
라고 남편을 설득했는데,
어린이집은 절대 안된댑니다. --;;;
일단 자기가 어린이집으로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하는 것을 못할 뿐더러,
우리 애는 떼도 심하고 성격도 강해서 선생님들한테 맞을거라나요... -_-;;
현재 직장은 7시 전에는 퇴근할 수 있는데,
상사가 매우매우 성격이 지랄맞습니다.
하도 혼나고 갈굼당하고 그랬더니 이제는 자존감도 바닥을 치고요.
직장생활 9년차하면서 일못한다는 소리를 들어본적이 없고, 성실하다는 평가, 퍼포먼스가 좋다.. 칭찬만 받으며
일했는데
이 상사한테서 일못한다,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해라. 별별 소리를 다 들으면서 일을 하니까 너무 의기소침해집니다.
(원래부터 성격이 그닥 강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하나 좋은 점이라고는 거의 알콜중독에 가까운 상사라서
7시 전후에는 술마시러 나간다는 것.. 그래서 저도 일 끝내고 7시 전에는 퇴근할 수 있다는 것.. 정도네요.
뭐 이런저런 고역을 받으면서
일을 해나가고 있긴 한데,
이유는 일이 하나, 재미있고 즐거웠다는 거였습니다.
그나마도 요즘은 상사가 하도 저렇다보니까 의욕다 다 꺾이고 일도 하고 싶지도 않은 상태고요.
주말 일요일만 되면 정말 어디로 도망가버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남편은 제가 상사한테 갈굼당하면서 자기한테도 자주 짜증내고 신경질적으로 변하니까
어제는 하는 말이, 자기는 여자 자체가 싫답니다.
고르고 골라서 결혼한 여자가 저 모양(저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인데 여자들이라는 족속 자체가 지긋지긋하다고.
저런 말까지 듣고, 그냥 집에서 살림하면서 맘씨좋은 여자 코스프레나 해볼까.. 란 생각이 들더군요.
왜냐하면 저도 집에 있으면 지금처럼 스트레스는 안받을테니.. 남편한테도 신경질적으로 안하고
왠만한 것은 둥글둥글 넘어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난 내 나름대로 일을 열심히 하면서 남편과 가계에 도움이 되려고 일했는데...
결국 돌아오는 것은 성격 더러운 여편네.. 란 반응뿐이라는 생각에 참 우울해졌어요.
그렇다고 가정 경제에 제 월급이 도움이 되느냐? 그것도 아니고요.
3년간 다람쥐 쳇바퀴속에서 돌듯 상사한테 맨날 욕먹으면서 힘들게 살아왔는데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긴 커녕, 남편한테는 성격 더러운 여자.. 취급이나 받으려니 참 힘드네요.
이 상태에서 저는 어째야 할까요?
1. 버틴다. 상사가 짤릴 때까지... 그리고 애기가 클때까지...
(상사는 매년 살생부(잘리는 명단)에 올라가 있는데,
아랫사람들을 갈구고 쥐어짜내서, 자기만 살아남아서 지금 3년째 버티고 있습니다
설마 올해도 살아남겠어... 하는 생각이었는데 올해도 살아남았네요...힘듭니다.)
2. 걍 직장 그만두고 아기와 같이 여유롭게 산다.
집에서 여유롭게 있으면서 남편이 원하는 성격좋고 착한 마누라가 되어 준다.
지금 마음은 어느쪽도 갈피를 잡지 못하겠습니다.
에이 썅. 당장 그만두겠어. 내 손으로 아이도 보지 못하고. 라는 2번 생각이 고개를 치밀다가,
아냐아냐. 내가 이제까지 일해온 경력이 얼마인데.. 게다가 난 이 일을 좋아하는데..
망할 상사때문에 그만둔다는 것이 말이 돼?
이런 생각도 하고요.
82님들이라면 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시겠어요?